40 여년전 초임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 때의 이야기다. 당시에는 새마을 운동과 전국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서정쇄신으로 군대식의 학교 운영이었다. 교감선생님들도 학급을 맡아 학생지도를 하였다. 그러나 교감선생님의 업무가 너무 바빴기에 교감 선생님이 맡은 반을 다른 반과 합반을 하여 학생지도를 하였다. 이에 한 학급의 학생 수가 엄청나게 많았다. 그 학급을 경험도 없는 새내기 교사인 내가 맡았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는지는 요즈음과 같은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장난을 즐겨하고 활동량이 많은 3학년 학생 87명이 좁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콩나물시루 같았다.
공부시간도 시간이지만 쉬는 시간의 생활지도는 더욱 어려웠다. 선생님이 무섭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녀석들은 기고만장하였다. 그러다보니 연신 사고가 나고 다치고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월요일부터 소리 지르다 보면 금요일쯤이면 목이 쉬어 말을 제대로 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생활을 하던 5월 어느 날 오후, 글씨를 읽지 못하여 나머지 공부를 하던 녀석이 교장실에 결재를 맡으로 간 사이에 장난을 치다가 유리창을 깨고 말았다. 그것 아니라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하루해가 모자랄 판인데, 또 유리창까지 깨어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의자 위에 올려 세우고 긴 회초리로 종아리를 몇 대 때렸다. 화가 조금은 풀렸다.
“오늘은 나머지 공부 그만하고 집으로 간다. 책보를 잘 챙기도록 해. 그리고 오늘 배운 것 집에서 써 가지고 와. 알았어?”
“…….”
대답이 없다.
“빨리 집으로 가!”
교실 밖을 나갈 때 보니 종아리가 벌겋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미안했다. 화가 나기는 하였지만,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교실 모퉁이를 돌아가는 녀석을 다시 불러서 교실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누런 찌그러진 양동이에 찬물을 가득 담고 종아리를 담그게 하였다.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 녀석은 의아한 듯 놀란 토끼눈으로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미안하다. 내가 화를 참지 못해서 너를 심하게 때렸구나!”
“선생님, 괜찮아요. 나 별로 아 안 아팠어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앞으로 좀 더 우리 열심히 잘 해 보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밖으로 나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때, 교실에 웬 거지가 들어와 있었다.
“웬 일로 교실에 들어 오셨지요?”
“아 저 철이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철이 아버지는 남루한 옷에 동냥자루를 등에 매고 있었다.
“아, 그러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
“선생님, 절 받으셔유.”
다짜고짜로 교실 바닥에 큰 절을 넙죽하는 것이다. 나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엉겁결에 엎드려서 같이 절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 마음씨도 착하시고, 공부도 열심히 잘 가르쳐 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 막걸리 한잔 사 드리려고 왔구먼유. 저는 아랫동네 동냥을 하러 갔다가 오는 길이구먼유.”
선생님 생각을 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기도 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학교 옆 동네 막걸리 집으로 갔다. 그날의 막걸리 맛은 지금까지 먹어본 어떠한 음식보다도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신록이 꽃보다 아름다운 5월이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바른 사람이 되겠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모습으로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런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인데 ……. 화가 났다. 체육시간에 근력운동을 위해 코스별 활동을 소집단별로 돌게 하였다. 그런데 한 녀석이 다른 아이들과는 반대로 돌고 있다. 왜 거꾸로 돌고 있느냐고 하였더니, 자기 마음이란다. 구름사다리 건너기는 아예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올라가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안 된단다. 덩치는 말만큼 큰 녀석이 운동을 잘 하면서도 꼬박꼬박 대꾸만 하는 것이 얄밉기만 하다.
같은 반 친구 녀석하고 싸움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말려도 소용이 없다. 큰소리로 욱박질러서 간신히 싸움을 말렸다. 주의를 주는 순간을 이용하여 키가 작은 녀석이 내가 보는 앞에서 주먹질을 하여 키가 큰 녀석을 코피를 쏟게 하였다. 내 앞에서 주먹질하는 행위가 너무나 얄미워 어깨를 툭 치며 “야! 임마,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으~잉! 하면서 어깨를 낚아챘다. 그 순간 “씨× 선생이 나를 쳤어!” 우리 어머니한테 이야기하여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을 한다. 참 어이가 없는 상황에 상담하느라 마음고생이 많았다. 이제 5학년인 아이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특수 학급아이 부모는 담임이 아이의 학교생활을 일일이 집으로 전화를 하여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 수가 없다며 교육감, 교육장, 학교장, 담임선생님에게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해 달라며 내용증명을 띄워 새내기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 딸아이의 학교생활 부적응에 대해 기간제 교사가 교사의 자격이 없다며 교실까지 와서 행패를 부려 그만두게 한 일, 갓 입학한 아이가 학교적응을 못하는 것이 담임이 잘못해서 그렇다며 교장실까지 와서 공갈협박을 하여 임신을 한 여교사는 휴직을 하게하고도 교육청으로 전화를 하여 고통을 주고 있는 학부형을 예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이 예삿일처럼 일어나는 한 학교현장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러한 일들은 먼 학교에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교직에서 40여년이 지난 오늘의 교육현장 바로 우리 교실현장에서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나게 되어 기쁘시겠다는 인사말이 언제부터인가 교단사회에서 통용어가 되고 있다. 퇴직을 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축복을 받은 분들이라며 부러워한다. 언제부터인가 하루빨리 교단을 떠나는 것이 복 받는 일이라며 부러워하는 세태가 되었으니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안 덩컨 미국 교육부 장관이 5월 7일 ‘교사 감사 주간(7일~11일)을 맞아 MS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을 모범사례로 지목하며 “한국에서는 교사가 국가 건설자로 불린다” 미국도 교육자들을 이 같은 수준으로 존경해야 한다는데…….
월간문학 vol 522 2012-08
첫댓글 스승존경운동이 부활 되어야 합니다.
정말 그러내요 -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한 마디로 거꾸러 보아야 제대로 해석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 입니다
그런 현실을 직시해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그 마음을 헤아려 감동을 주는 마음 해법 - 이 것을 찾고 접근해야 되리라 봅니다 함께 고민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참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읍니다.부도가 땅에 떨어진지는 이미 오랜세월이 흘렀지만 선생님은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데
사도마저 땅에 떨어저 개탄해야 할 사건들이---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절 빛나든 등불;한국이여" 효우님들 그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까지 힘을 모아 같이 가시지요.
참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읍니다.부도가 땅에 떨어진지는 이미 오랜세월이 흘렀지만 선생님은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데
사도마저 땅에 떨어저 개탄해야 할 사건들이---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절 빛나든 등불;한국이여" 효우님들 그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까지 힘을 모아 같이 가시지요.
고생많으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