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페에 / 송금자
바다를 달려 멈추는 곳
폴짝폴짝 내리는
분주한 발길들
한참을 기다리다가
미끄러져가는 기차에
못 실은 추억
찻잔에 담아
파도를 마신다
바다를 먹는다 / 송금자
피어나는 물안개꽃
한 아름 안고 가는 길
바닷가 모래사장
이른 아침에
나란히 걸어오는 해녀들
막 나온 문어와 소라
갓 따 올린 물멱
새벽
바다를 먹는다
봄 / 송금자
봄 물 오르니
사람 물 오르고
시,
물 오르는가
울릉도 / 윤석구
처음으로
신청한
섬여행
출발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벌써
잠을 설친다
처음은
언제까지 이것을
겪어야 하나
벚꽃을 보며 / 윤석구
터트리고 싶다
이제는
나도
너처럼
남김없이
시골다방 / 윤석구
무슨 차를 주문할까
차림표를 훑어보니
열한 가지나 적혀 있다
왔다 갔다 하는
아줌마 한 명이
손님인지 도우미인지 헷갈리게 한다
촌로 두 사람 옆에
아줌마 한 사람 웃음이 간사스럽다
뽕짝 한 곡
흘러나올 것 같은데
낡은 스피커는 먹통이다
사은품 컵에
냉수 한 잔 들고 온 그 아줌마가
커피나 한 잔 사달란다
모른 체 할 수 없어
그러라 했더니
커피만 홀짝 마시고
다른 남자 옆으로 가버린다
(어 허)
커피 한 잔 도둑맞았다.
달달 / 임숙빈
밥이 달다
술이 달다
마음으로 만나
익은 자리
지금은
어느 날 / 권경자
산이 좋아
물이 좋아
조용한 찻집에
마주한 네 사람
묻혀간
팔십년 회고를
모락 모락
찻잔에 피우고
부모의 마음 / 권경자
엄마,
대문을 들어서니
댓돌 위에 슬리퍼
한 켤레
오늘 따라
왠지
외롭게 느껴진다
야야,
바쁜 데 왜 왔니
말씀은 그렇게 하시고
펴지도 못한 허리로
환하게 반겨주시던
어머니
갈등 / 김기수
나는 이리 빙글
너는 저리 둥글
달리 자라난
너와 내가
이리 만나
무엇으로 얽혀가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밟다 / 김기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다.”
- 무하마드 알리
요즘, 달콤한 세레나데에 설렘과 고민이 녹아나는 두려운 밤들이다.
‘아! 하늘의 계시와도 같은 너, 017 무제한!’
‘저 짝은 끊적 거리나? 당신네는 어떻수?’
‘여기 사정은 즐거운 고문이유.’
이리 나날이 흘러 유난히 게슴츠레 별이 흔들리든 밤, 잠시 눈 깜박하니 해가 중천이네.
‘점심때가 다가오고 있음이야.’
손에 열려있는 전화덮개.
‘왜 주님 뜻대로 이 잔을 강요하시나요?’
전파로 그녀를 추적 중.
‘전화 좀 받아라.’
초초하고 답답한 신의 숙제다.
‘너 어디 있니?’
‘그래, 전화를 선물한 그 곳, 이천도서관 약수터 가는 쪽 주차장!’
추리는 오차가 없었다.
“안녕 잘 잤어?”
어렵게 꺼낸 나의 한 마디.
“잠깐, 핸드폰 좀?”
나는 무심히 건넨다.
이 때, 그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빠삭!
부셔진 분노를 던지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간다.
‘찌릿, 졸졸, 같은 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길이 갈리는 양정여고 돌담길. 나의 놀이는 끝나지 않았다. 슬슬 그림자 추적이다. 피시방에서 깔깔거리는 그녀의 채팅 염탐하기, 혼자서 3인분 해치우기….
벌써 어제 그 시간, 새벽 2시 정도.
‘나는 금식으로 하루가 갔네.’
‘사랑만 먹고 살기, 이리 힘들어서야.’
우린, 고속버스 터미널 건너편 제일은행 앞에 서있다.
‘차도 끊겼는데 무엇을 기다리나?’
그녀의 짧은 질문.
"왜?“
나는 순간, 은행과 터미널 사이 도로 한가운데서 너에 대한 나의 맹세를 세상이 떠나가라 고했지.
‘다행히 인적이 없군.’
병원 기숙사로 너를 데려다 주고 잠시 후, 학원 수업 쉬는 시간, 자주 와서 이것저것 질문 많이 하는 여학생 왈,
“쌤! 터미널 도로에서 모했어?”
갑자기 얼굴이 달아 올라.
“몰?”
그 학생을 바라보니,
“입만 벙긋하니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술 마셨쪄.”
네가 병원정문 앞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이다.
그래, 다시 커플폰이다.
‘통신사는 바꿔도 괜찮아.’
출처: 독서논술지도사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이인환
첫댓글 다음 글이 기다려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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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