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공개된 코미디 SF 영화. 빅쇼트와 바이스의 감독으로 유명한 애덤 맥케이 감독이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브란쳇 등이 출연한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존재를 발견한 교수와 대학원 박사과정의 두 천문학자. 임박한 재앙을 전 인류에 경고하려 언론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정치권은 오로지 권력획득에만 혈안이 돼 있고 기레기들은 받아 적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기사작성에 몰두한다. 지구촌 사람들도 늑대와 양치기 소년처럼 또 괜한 이야기를 한다면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확실시되는 혜성 출돌. 정치권과 일부 대기업회장은 자신들만 살 궁리를 편다. 국민들의 생명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것처럼. 국민들은 이 생애 마지막 만찬을 나눈다. 하지만 몇몇 권력자와 재벌들은 이미 사라진 뒤이다. 그리고 지구는 종말을 맞는다. 만찬을 나누는 이들이 남기는 마지막 기도가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오만한 저희가 은총을 구하나이다. 의심 많은 저희를 용서하소서. 또한 주여, 이 어두운 시기를 사랑으로 위로하시고, 무엇이 다가오든 당신의 담대함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는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날아와 충돌할 때까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각종 부류의 군상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대기업회장, 기레기, 기레기 방송 그리고 찰라적인 생을 살아가는 인간들이 벌이는 혼란의 극치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지록위마식으로 국민들을 악용하다가 결국에는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그런 쓰레기같은 인간들이 벌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전쟁때 국민들에게 안심하라고 하면서 한강철교를 부수고 자신은 부산으로 도망간 모 대통령도 있지 않았는가.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를 넘어서서 현재 세계적으로 행해지는 정치권과 기레기로 통용되는 언론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하지만 지구를 파괴할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다가온다는 불편한 소식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 투어에 나선 두 사람,
혜성 충돌에 무관심한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의 집무실을 시작으로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타일러 페리)이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 ‘더 데일리 립’ 출연까지 이어가지만 성과가 없다.
혜성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24시간 내내 뉴스와 정보는 쏟아지고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푹 빠져있는 시대이지만 정작 이 중요한 뉴스는 대중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세상 사람들이 하늘을 좀 올려다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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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의 미디어전망대]
영화 <돈 룩 업>에서 남녀 주인공이 뉴스쇼에 출연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보았다. 블랙코미디답게 유쾌하고, 서슬 퍼런 풍자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슬픈 영화였다. 애덤 매케이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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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전공의 교수와 대학원생으로 나오는 남녀 주인공은 어느 날 지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한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엄청난 사실도 함께 알게 된다. 주인공이 이를 백악관과 언론에 알리는 곡절 많은 분투 과정에서 신랄한 현실 풍자가 계속된다. 지구 파멸을 앞둔 절박한 상황 앞에서도 눈앞의 선거와 정치적 위기 해결에만 몰두하는 정치권, 행성 충돌을 수백조원에 달하는 광물자원의 획득 기회로 계산하는 아이티(IT)업계의 거물,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이 아니라며 주인공을 깔보는 속물적 관료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은 모두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해 보인다.
뼈아픈 현실 풍자 중에서도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뒤엉킨 미디어 생태계에 관한 감독의 독설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시청률을 견인하는 가십성 연예 기사가 지구 멸망보다 수천배는 더 중요한 뉴스쇼는 애당초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주인공을 출연시킨 이유는 인류 멸망이라는 내용 자체가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를 간파한 여자 주인공이 프로그램 도중 격분하지만, 이 장면은 인터넷 ‘밈’이 되어 도리어 여자 주인공을 조롱의 대상으로 만든다. 영화 속의 미디어 생태계는 24시간 뉴스와 정보를 쏟아내지만 경박하고 말초적인 뉴스만이 확대 재생산되는 공간이다. 매스미디어는 성적 스캔들처럼 말초적인 뉴스를 쫓는 데 앞장서고, 대중은 소셜미디어에서 ‘짤’이나 패러디 만들기에만 열중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상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선정적인 가짜뉴스를 생산해내는 생태계에서 인류 미래를 고민할 진지한 뉴스는 설 자리가 없다. 지독한 풍자는 엔딩 크레디트가 끝나고 난 뒤 인류 멸망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가장 먼저 한 일을 보여주는 쿠키영상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영화가 그리는 것처럼 뉴스와 정보 교란의 미디어 생태계는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합작품이다. 예를 들어 가짜뉴스 확산 메커니즘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유튜버 등 1인 미디어가 생산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 할지라도 정치인이나 언론의 인용을 통해 뉴스 유통 과정에 편입되고 나면 어엿한 정보로 간주돼 확대 재생산된다. 이는 근래 대선 보도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클릭수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뉴스 생태계가 우리의 미래 비전을 진지하게 고민할 공간을 잠식해버리는 것이다.
내년(2022년)이 되면 대선 관련 보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디어의 공적 책무를 가리키는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가 떠올랐다. 그동안 이 말은 ‘미디어’의 설명 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용어로 자주 사용됐다. 공영방송 등 주류 언론에 부과되는 공적 책임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돼왔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이 주류 미디어는 물론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활동가를 비롯해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중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시민적 자질과 덕목을 가리키는 용어로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와 책임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을 갖춘 ‘책무성을 갖춘 참여’만이 ‘포스트 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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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돈 룩 업’은 오직 애덤 맥케이만 만들 수 있는 재난 영화다. ‘빅 쇼트’(2015)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의 월 스트리트를 재치 넘치는 구성의 블랙 코미디로 엮어낸 그는 ‘돈 룩 업’에서 지구 멸망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여기서 그는 ‘딥 임팩트’(1998)나 ‘아마겟돈’(1998)의 길을 걷지 않는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백악관과 미디어다. ‘재난 풍자극’이라고 할까? 그는 무너지고 있는 세상을 신랄한 유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천문학과 교수인 민디 박사(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대학원생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한다. 몇 달 후면 멸망할 지구. 그들은 백악관에 사실을 알리고 토크쇼에 나가 경고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대통령(메릴 스트리프)은 재난을 정치에 이용하려 하고, 방송과 SNS는 미쳐 돌아가며, 여기에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자본가가 가세한다. 영화는 극도의 카오스를 통해 망해가는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결국 인류는 멸종 위기를 맞는다.
돈 룩 업
이때 민디의 집에서 ‘최후의 만찬’이 열리고 디비아스키의 연인 율(티모시 샬라메)이 기도를 한다. “오만한 저희가 은총을 구하나이다. 의심 많은 저희를 용서하소서. 또한 주여, 이 어두운 시기를 사랑으로 위로하시고, 무엇이 다가오든 당신의 담대함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감독이 전하는 간구의 메시지이자, 팬데믹 시대에 새겨야 할 기도문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