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목에 핀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나무 그리고 꽃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회양목은 참으로 더디게 자라는 나무입니다. 가장 잘 자라는 나무가 오동나무인 것에 반해 너무 너무 안자라는 것이 바로 회양목입니다. 화양목·황양목·도장나무·회양나무·고향나무라고도 합니다. 강원도 회양(淮楊)에서 많이 자랐기 때문에 회양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엷은 황색 꽃이 잎겨드랑이 또는 가지 끝에서 달려 피는데 암·수꽃이 몇 개씩 모여 달립니다. 중앙에 암꽃이 있고 수꽃은 암꽃 주변에 둘러 핍니다. 수꽃은 대개 1~4개의 수술과 암술 흔적이 있으며 수술대는 흰빛이 돌고 꽃밥은 황색입니다.
그런데 이 회양목의 꽃향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주 묘한 향기가 납니다. 개성있는 향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향기를 좋아합니다.
아직 벌 나비가 활동을 제대로 안하는데 꽃은 벌써 피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벌 나비가 찾아 들것입니다. 그러면 조그만 회양목안에서 요상한 소리가 납니다. 벌들이 날개짓하는 소리가 조그만 선풍기 돌리는 그런 소리를 냅니다.
제가 2010년에 화야산방에 심은 회양목인데 아직 50센티미터 정도입니다. 회양목의 꽃말이 느림 그리고 참고 견뎌냄이라고 합니다. 참고 견디어 낼 것이 많아 아마도 성장이 늦은 것 같습니다. 꽃말을 알고 나서 이 회양목을 다시 들여다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들고 나름 굉장히 귀여운 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특히 참고 견뎌야할 것이 많은 세상입니다.회양목에게 배워야할 덕목입니다. 꽃말이란 사람들이 그렇게 지어준 것이지만 참 잘 지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나들이 하기가 힘든 시기지만 집앞에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니 지나가다 회양목 꽃을 한 번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견뎌내는 회양목의 꽃말도 생각하시면서요.
2020년 3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