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넝쿨 터널을 지난다
구부정 하게 허리를 숙이고 어정쩡한 걸음 거리로 지난다
머리 위를 건드리는 포도 열매가 젊은 여인의 피부 같이
탱글탱글한 부딪침의 기쁨을 갖여다 준다
그럴때
크게 한숨을 들이 쉬고 내어 뱉기를 반복 한다
마치
포도즙이 쫘악 하고는 내 입으로 빨려 들어 오기를
기대 하는 마음이 가득한채 반복을 한다
이때 에는
포도즙이 발려 들어 오기 보다는
포도의 싱그러움의 향기가 가슴 가득 밀려 들어 온다
향기롭다 싱그럽다
그 향기에 놀라고 취하여 하늘을 바라 보노라면
청록의 잎새 사이로 뭉개구름이 여유롭게 흘러 가고 있다
그 사이로 꼬리를 까불 거리는
참새와 할미새가 푸드득 하고 포도즙을 마시다 놀라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포도가 익어 가는 요즈음은
포도밭 울타리를 지나노라면
향기에 취하고 탱글탱글 주저리주저리 매달린
그의 깨맣고 파란 얼굴에 마음을 빼앗 기게 된다
그러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건
나만의 특권 인가?
그런건 아닐듯 하다
포도알이 탱탱하게 영글어 가고 있듯이
나의 인생도 그렇게 탐스럽고 향기롭게 익어 가기를
바라고 기도 하는 내마음을 들켰다는 부끄러움에 놀라서
내가 나에게 놀라는 마음인가 한다
그렇지 못하기에 그렇다
그렇지 못 하다는 자책감에 공감을 하기에 그렇다
이렇게 저렇게
휘청 거리며 살아온 인생길이
논두랑 같이 구비 구비 이어져 있는데
향기로운 포도향을 공짜로 마시니 그런가 한다
그 향기에 취해서 잠시 나를 잊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육사 선생은 말씀 하신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계절 이다 라고...
칠월이 지나고 팔월도 지났다
구월에 접어 들어 선선해진 날씨에
포도알 가득 가득 사랑이 들어 박히는가 보다
깨만 윤기가 더하여 보랏빛을 담고 있다
빼곡하게 들어찬 얼국과 얼굴들이 서로 입을 대고
그들 끼리의 끈적한 사랑을 나누는 그런때
알이 익어 가는 그위로 아침 이슬이 내린다
이럴때
나를 기다리는 아가씨는 포도밭 넝쿨 아래 에서
빨간 입술을 꼭 다물고 기다려 주었었다
먼발치 에서 날아오는 풀꽃 향기를 코를 벌렁 이며
나의 발자욱 소리를 기다렸었다...
논두렁을 지나 포도 넝쿨이 성긴 포도 밭을 들어 설때면
포도 향기에 마음이 기쁨이 가득 하고
기다리는 그 사람을 그리는 설레임으로
포도 밭은 더욱 향기로웠다
청포를 입고 도인 께서 성큼 성큼 걸어 오신다 했다
아릿다운 연분홍 치마폭에 사랑 가득 담고
나풀 나풀 걸어 오실 그님의 까만 머리에는
동백 기름을 바르고 앞 고름을 입에 물고
사뿐히 다가 오실 그님의 검은 눈동자는
포도알을 닮아 빛나고 맑았었다
내 고장 칠월을 그렇게 영글어 가고
포도밭옆 논둑길에 흙냄새는 그로 인해
더욱 향기로 웠다
파랑새 노래 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어여쁜 아가씨여 손잡고 가잔다
이 노래를 부르던 그 시절
어여쁜 아가씨는
그윽히 풍겨주는 포도 향기
달콤한 첫 사랑의 향기
그대와 단둘이서 속삭이면
바람을 산들 바람 불어 준다네....
이 노래를 시작 하면서 청포도 사랑을 노래 하던 그 시절
눈 앞에 삼삼 한데 되돌릴수 없음을
아쉬워만 하고 있는데....
까만밤에 땀 흘리고 터덜터덜 들어온 집안에
포도 향기가 가득 하기에
눈길은 먼저 탁자로 향한다
집사람이 가지런하게 포도 한 송이를
깔끔하게 닦아 하얀 쟁반위에 놓았다
서방님 땀 흘리며 열심히 하는 그 몸동작을
가련히 여겨 청포도 한송이를 준비 하셨구나
얼른 다가가서는
한알을 입안에 깨물어 넣는다
달콤함이 진하다
그 향기 내마음 가득 밀려 온다
아!
청포도의 사랑은우리집 에도 가득 하구나...
청포도를 노래 하고
청포도를 그리며
지난 세월을 추억 하면서
오늘은 청포도 한송이 밭아들고
챙겨 주시는 임에 사랑에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포도 열매는 나를 사랑안으로 이끌어 주시는
참 사랑의 열매인가 한다
희망은 하늘 높이 핀 무지개
구름은 꿈을 싣고 두둥실 떳네
창가로 몰래 나를 훔쳐 보는 소승달의 입가엔
사랑의 미소가 향기롭다
첫댓글 예전에는 포도밭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하곤 했는데
지금은 마트에서 사먹을 줄만
아네요 그런 낭만이 다 사라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