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의 한 공장에서 ‘불화수소산(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후 심각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있던 근로자 5명이 사망했으며 인근에 있던 사람들도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였다.
4일 오전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600명이 넘는다. 인근 지역 식물과 농작물이 급속도로 고사했으며 가축 800여 마리가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산성물질… 폐 부종 일으켜
불산은 공장에서 반도체 제조와 도금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다. ‘불소’에 수소를 합한 것이다.
불산이 무서운 첫 번째 불소이온의 강한 반응성 때문이다. 황산이나 염산을 만졌을 때처럼, 액체상태의 불산을 맨 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는다. 가스가 누출된 지역의 식물 등이 말라 죽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에서도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웨이퍼를 깎아내거나 도금하기 위헤 표면을 녹일 때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특성때문이다.
불산을 가스 형태로 흡입하면 사람의 몸은 폐와 기관지 세포가 손상을 입는다. 죽어가는 세포들이 위험신호를 알리면 결국 이 물질을 ‘적’으로 인식하고 백혈구가 달려들어 싸운다. 이 과정에서 폐에 염증이 일어나고 심하게 붓는 부종이 생긴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흡입하면 폐 기능을 잃어 버려 숨을 쉬지 못해 사망할 수 있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연구센터장은 “증세가 가벼울 경우엔 기침, 구역 등의 으로 그칠 수 있지만 소량이라도 장시간 노출될 경우 문제가 된다”며 “폐 속에서 염증이 생기고 낫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섬유증 등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슘과 반응해 신경계 손상 유발
불산은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신경계에도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산은 침투성이 강하고, 대부분의 물질과 반응한다. 구조가 단순한 ‘불소’ 화합물이기 때문에 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과 반응하면서 순식간에 부식시킨다.
불산은 일단 몸속에 들어오면 불산은 혈액, 뼈, 근육 등에 포함 돼 있는 금속(철분, 아연 등등)고 쉽게 반응한다. 인체 호르몬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또 사람의 몸속에 들어 있는 칼륨과 칼슘을 녹여 낸다. 심할 경우엔 신경계 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람의 몸 속에서 신경신호를 주고받는 물질 중 하나가 칼슘이다. 농도가 짙은 불산을 흡입할 경우엔 코 점막 안쪽의 신경세포를 타고 뇌까지 타고 들어갈 확률도 있다.
시민환경연구소 측은 “이 물질은 끓여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뼈 같은 곳에 농축돼 뼈를 약”며 “뇌신경세포의 기본기능을 저해해 지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불산은 독극물, 노출됐을때 병원으로 이송해야
불산을 다량 흡입했거나, 먹었거나, 혹은 잘못 만져 큰 화상을 입은 사람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중환자실에 입원시켜야 한다. 독극물 처치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액체 및 가스를 제조 판매하는 ‘미국 에어 프로덕트’사는 불산에 노출된 경우 따라야 하는 매뉴얼을 지정해 배포하고 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불산가스에 노출된 중환자는 인공호흡 등을 시도하지 말고 마스크로 100% 산소를 공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위세척과 혈액투석을 실시해야 한다.
이규홍 센터장은 “일단 사람 몸에 들어오면 잘 배출되기 어려운 물질인 것은 틀림없는 만큼 사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작업자들은 반드시 합성수지(보통 폴리에틸렌 계열)로 만든 방어복을 입고 고농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