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사회가 마주한 저출산 위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남녀차별이 존재하는 직장문화, 육아휴직을 쓰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와 직장 환경,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된 노동시장,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같은 불안정한 고용 증가, 치솟는 물가와 낮은 임금, 결혼·출산을 가로막은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돌봄 공백의 지속, 결혼 및 성평등에 대한 태도 변화, 청년층의 ‘비혼’ 문화 확산,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에 환멸을 느끼는 청년층 증가 등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의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공공 보육 시설의 부족과 출산·육아 환경 문제, 치솟는 아파트 가격과 주거 문제, 갈수록 급증하는 과중한 사교육비와 교육비 문제, 직장에서의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청년 일자리와 취업 문제로 요약된다.
유엔인구기금이 펴낸 ‘2023 세계인구보고서’에서, “한국인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출산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출산을 선택할 권리가 없어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이 갈수록 심해지는 근본 원인은 아이를 낳아 키울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근본 대책은 청년층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제대로 된 보육 환경과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안은 출산하면 경력이 단절된다는 두려움 대신 출산하면 국가의 지원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신뢰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출산에 따른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게 더 중요하다. 자녀 출산이 곧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가족 친화적 정책과 더불어 긍정적인 보육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월급을 받아 집을 살 수 없는 실정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비용에서 시작하여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크다. 맞벌이 부부는 부모에게 육아를 맡기거나 육아도우미를 쓴다.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되는 여성이 많다. 청년 일자리로 정규직은 매우 적고 비정규직 일자리가 태반이다. 청년층이 한국 사회가 살 만한 사회라고 생각하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이 너무 커서 이를 포기한다. 지금 청년층 본인이 살기도 힘겨운데, 자식에게 이 처지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획기적이고도 혁명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한국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출산 관련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저출산 대응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어떤 정책도 효과가 없고 사회 구조와 일상생활에서 인구 감소의 영향이 점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위기 극복은 지금까지의 방식처럼 돈을 살포하는 등의 땜질 방식의 정책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많은 국가가 이미 경험한 실패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저출산과 관련하여 시행된 정책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단편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과도한 경쟁에 몰린 청년층의 부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구색 맞추기 대책만 늘어놓은 것이다.
이제 과감하게 이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저출산 문제를 국가의 장래가 달린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설정할 때이다. 그리하여 사회 전반에 걸친 획기적 개혁, 곧 교육제도를 비롯해 기업문화와 가정문화에서 총체적 혁신이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저출산 위기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나아가, 삶의 질을 끌어올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법을 제정하여 엄격하고도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육과 교육, 주거와 복지, 고용과 노동, 보건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출산·보육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한국의 미래와 존망이 달린 저출산 문제는 현 정부 및 이후의 모든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국가의 최우선 과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단순한 인구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인구정책을 재검토하여 인구와 관련된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치권 전체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저출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치인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앞장서서 출산을 돕는 사회 환경을 만들고 국가의 보육 책임을 강화하도록 법안 제정과 법 제도 정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도 인구절벽 시대를 맞이하여 노동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 때문에 생겨날 피해의 당사자임을 자각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보육을 지원하는 고용·임금 체계, 직장 환경,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위기는 앞으로 생겨날 온갖 사회 문제의 시발점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정치인과 기업은 물론 대다수 국민은 이 위기를 마치 먼 나라의 일인 듯이 무감각하거나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실정이다. 어쩌면 이 위기를 감지하고 있더라도 그 근본 원인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모두가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인간에 대한 인식과 정책 전체가 혁명적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결국,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길만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저출산 위기를 해결하려면, ‘깨어 있는 시민’과 그리스도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