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 주일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는데요. 아직 어색하고 잘 적응이 안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전에는 주말에 굉장히 바빴고 할 일도 많았는데요. 지금은 토요일도 미사가 없고 주일도 미사가 한 대라 너무 여유로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일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 아니라 평일 미사를 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차차 적응이 되겠죠...^^
또 전에는 병자 성사를 가거나 봉성체를 다니면 갈 집도 많고 할 일도 여러 가지 있었기 때문에 한 집에 오래 머물러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차 한 잔 먹자고 앉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마음껏 앉아 있을 수 있고, 또 얘기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리고 호칭이 어색한데요. 처음에 신부가 될 때 어색했던 것 중의 하나가 “안녕하세요~ 김기현 요한 신부인데요.” 하고 인사하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고 입에 안 붙었습니다. 또 주변에서 “신부님~ 신부님~” 하고 불러도 딴 사람 부르는 줄 알고 가만히 있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신부가 된지 2년 정도 되어서 그런지 ‘신부’ 라는 호칭이 어색하지도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다시 어색한 호칭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주임 신부님...’ 하는 겁니다. 교구에나 다른 공적인 일로 전화할 일이 있을 때, ‘신도 본당 주임 신부입니다.’ 하고 인사하는 것이 어색하고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신도 본당 신부입니다.’ 할 때가 많은데요. ‘주임 신부’ 라는 호칭에 익숙해지는데도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 본당에 있을 때 월요일과 토요일 새벽 미사 후에는 항상 신흥동에 있는 해장국집에 갔는데요. 가다보면 어떤 교회가 하나 보입니다. 보통 그 교회 앞 삼거리에서 신호등이 걸려서 그 교회 건물을 보게 되는데요. 그 교회를 보면 형제님들이 한 마디씩 하십니다. ‘저 교회가 목사파와 장로파가 갈려서 싸우다가 망했잖아... 그래서 공사도 못하고 저대로 방치 해 두는 거 아냐...’ 그런데 지금은 다시 공사를 시작해서 마무리 지은 듯이 보입니다. 싸우던 교인들 중 한 편이 돈을 받고 다른 곳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아마 그 교회 앞을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교회의 분열된 모습을 보고, ‘예수 믿는 사람들이 뭐 저래~’ 라는 생각을 하겠죠.
우리도 그들처럼 맨 날 싸우거나 편 가르기만 한다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겠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내는 모습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치되고 하나 된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오늘 독서에서 이런 권고를 합니다.
모두 합심하여 여러분 가운데에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오히려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
【하나 됨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힘을 발휘하는지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는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물방울이 모여서 거대한 강을 이루게 되면, 그 강물이 지나간 자리에 홍수가 나기도 합니다 또 그 물방울이 댐에 모여서 수력발전을 일 으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모이면 능력이 생깁니다. 또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는 아주 보잘 것 없는 미물에 불과합니다. 손가락으로 죽일 수 있을 만큼 약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개미들 이 떼로 모이면 황소도 몇 분 안에 뼈만 앙상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게 모 임의 힘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하나 되어 함께 해야,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초대 교회 공동체가 마음을 모아 기도했을 때 어땠 습니까?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하죠. 우리도 함께 모여 한 마음으로 기도한다면, 신앙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열정이 없 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라고 성장하고 변화되어야 할 교회가 성장을 멈추고 변화되지 않는다면 뭔가 문제 가 있다는 거겠죠. 아마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그 일들을 하지 않고, 마음을 모으지 않기 때 문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님께서 주신 큰 계명을 다시 한 번 기억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는 마태오 복음 22장 37~40절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큰 계명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 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는 것이다.
말씀대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미사에 나와 하느님께 찬양과 경배를 드 리는 일이고, 또 기도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일이겠죠. 그 일은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이며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이 보기 싫어서 그 미사에는 안 나가... 그 사람이 진행하는 기도모임에는 참석하기 싫어..’ 하는 마음으로 기도와 미사 자리에 나가 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약한 거겠죠. 그보다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 음과 계명을 지키고자 하는 성실함으로 미사와 기도자리에 참여할 수 있어야 주님께 깊이 뿌 리내리는 신앙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기억해 봅시다. 마태오 복음 28장 19~20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우리가 약한 것 중의 하나가 선교인 것 같습니다. 선교에 대한 마인드도 부족하고 내가 믿고 있는 신앙을 전하는 것을 주저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교는 하기 싫다고 그만둘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죠.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사명입니다. 주 님께서는 신약에서 다섯 번이나 강조하시며 선교하고 복음을 전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 명 령을 기억하고 내가 체험한 바를 나누고 전할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신앙공동체가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아 하나 되기 위하여 미사에 참여하고 함께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실천해 봅시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청라 지구 아파트를 지나갈 때, 한 할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 “저 아파트는 입구에서부터 비밀번호를 대야 한다고 그러더라구.. 복잡해서 어떻게 사는지.. 왜 그렇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늙은 시어머니 들어오지 말라고 그렇게 만들었다고 그러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