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순례기
○○집은 돌게장, ○○집은 LA갈비…포장마차도 대표메뉴 있다
|
| 필자 양화니 핑크로더 대표와 디자이너 박정원 김예지 씨(오른쪽부터)가 부산 중구 옛 아카데미극장 앞 포장마차에서 칼칼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돌게장을 즐기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 |
- 남포동·서면 골목
- 허기를 달래주던 거리의 음식들
- 스팸볶음밥·꼬마김밥
- 간단한 식사부터
- 심야 BIFF광장 해산물 안주까지
- 퇴근길을 지킨 30년 전설이 된 꼬지도
비오는 날엔 '포차'에 가야한다.
여행에서 날씨라는 제약은 무시할 수 없다.
날씨에 따라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나 어렵게 잡은 여행 일정이 비 탓에 몽땅 취소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만 잠깐 달리 하면 비가 오는 날에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
부산 시내 곳곳에 있는 포장마차를 추천한다.
동래파전을 곁들여 금정산성 막걸리를 한 잔 기울이거나, 천막 위로 우두두 말이 달리는 듯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다.
시내 곳곳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 서민과 함께 해온 포장마차촌이 꽤 있다.
■ 식도락을 찾아서 거리로
이번 부산도심여행에서는 숱한 여행자들이 부산을 찾게 하는 재미인
'먹는 즐거움', 즉 식도락 중에서도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는
포장마차투어를 알아보자.
부산에서 대규모로 포장마차가 밀집한
중구 남포동 BIFF광장을 중심으로 돌아보았다.
답사한 날에는 비가 내렸는데, 다니기 불편한 점도 조금 있었지만
포차의 운치는 더 좋았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사람은 남포동 토박이로
현재 남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재원 씨, 영도 토박이 강혜민 씨,
대신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디자이너 박정원 씨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여행온 디자이너 김예지 씨이다.
필자가 안내를 맡았다.
■ 30년 넘은 꼬지의 전설
| |
| 국제시장 근처 포장마차로 일행이 들어서고 있다. |
광복동 색동길 근처 부산근대역사관 맞은편 트럭에는
날마다 어김없이 사람이 모여있다.
퇴근길에 간식으로 꼬지를 사가는 사람,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어묵이나 '물떡'을 먹는 여행객도 있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꼬지에 정종 잔을 기울이며 지나온 인생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가격은 1500원 선으로 대부분 싼 편이다.
돼지껍데기, 닭염통, 닭껍데기, 소라 등 간단한 메뉴는 출출할 때
그냥 먹어도 괜찮고 술에 곁들이는 안주로도 훌륭하다.
이곳 사장님은 때때로 담배 파이프를 물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운치가 있다. 꼬지를 구울 때는 라디오를 틀어 놓고 흥을 돋워가며 꼬지 굽기 삼매경에 빠진다.
이곳 사장님은 꼬지를 구워 판 지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 상인들 배고픔을 챙기는 스팸볶음밥
| |
| 위에서부터 각종 꼬지가 푸짐한 포장마차, 튀김, 스팸볶음밥. 사진 제공 핑크로더 |
광복로의 쇼핑센터로 요즘 찾는 사람이 많은 와이즈파크 옆
국민은행 골목에는 포장마차 2개가 붙어있는데, 이 집을 찾는
고객 가운데에는 늦은 시간 가게 장사를 마치고 하루를 마감하는
인근 국제시장 상인이 많다.
늦은 저녁을 간단하게 술 한잔 곁들여 해결하려고 이곳 포차로 들어선다.
여기서는 스팸볶음밥이라는 메뉴가 인기다.
맛도 훌륭하다. 고된 일을 끝낸 국제시장 상인이 퇴근길에 자주 들르는
입지의 특성 상 배고픈 이들의 허기를 달래줄 스팸볶음밥을 볶아내면서
메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리 일행이 들어서자 주인은 "술 안주로 하기 좋은 게 마침 있다. 먼바다에서 잡은 새우가 좋은 놈은로 들어왔는데 꼭 한 번 먹어보라"고
권하신다.
주인은 "오늘처럼 갑자기 비가 오면 우산을 미처 챙기지 못한 손님이 있잖아. 그럴 때는 여기 있는 우산을 꺼내서 빌려 주지"하며
포장마차의 천장에 꽂혀 있는 우산을 보여준다.
그렇게 우산을 빌려간 손님은 얼마 뒤 우산을 돌려주려고 꼭 온다고 한다. 우산을 돌려주려 온 김에 또 한 잔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겠다.
늘상 부대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정이 느껴진다.
■ 길거리 음식점의 화려한 변신
언제나 많은 사람이 붐비는 남포동 BIFF광장은 낮시간대에는 씨앗호떡이 단연 인기다.
영화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간식거리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그러다 해가 지고 저녁이 찾아오면 서구청 건너편의 옛 아카데미 극장을 중심으로 일제히 포장마차가 들어선다. 포장마차마다 일련 번호가 붙어 있는데 현재는 1번부터 80번까지 있다.
고참 포장마차 주인의 설명으로는 1~80번까지 번호가 있지만, 몇 집은 장사를 하지 않아 80개까지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 포장마차촌의 집집마다 '주특기 메뉴'가 있다는 점이다.
집집이 차림표는 비슷하지만, 몇 번 집은 돌게장이 별미고 몇 번 집은 LA갈비가 소문이 났다.
옆집은 호래기나 소라 굴 같은 해산물을 찾는 손님이 자주 간단다.
이곳 포장마차의 속살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는 포차 주인들의 입담과 인심은 여행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밤이 깊으면 가까운 자갈치에서 공수한 신선한 해산물 안주가 기를 편다.
이날 우리가 먹은 돌게장과 마요네즈게찜은 정말 맛있었다.
계절마다 유명한 안주 메뉴가 계속 바뀌어 싱싱하게 살아있는 힘이 느껴지는 게 포차였다.
다음엔 LA갈비를 먹으러 올테야!
그 옆으로는 튀김, 떡볶이, 꼬마김밥(어떤 집은 애기김밥이라고 써놓았다) 등을 파는 분식 중심의
포장마차가 포진해 있어 구색이 다양하다.
빗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안주에 소주한 잔, 포차에서 나가기 싫다.
■ 포장마차의 일과는 어떻게
옛 아카데미극장 앞 포차촌은 오후 3시쯤 자갈치시장에서 안주를 구입, 3시~4시 보관소에서
포장마차 옮겨오기, 4시께 안주 재료 손질 및 가게정리, 6시께 장사 시작으로 일과가 간다.
고객으로는 선원이 많은데 이들은 보통 40~50대, 이곳은 다른 곳에서 온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20~30대 고객도 꽤 있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편하게 찾는 집도 있다고.
이곳 포차촌의 상인번영회는 25년 넘게 함께하면서 서로 돕고, 지킬 것은 지키는
규약을 만들어 의좋게 장사한단다.
청년사회적기업 핑크로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