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
주님 부활 대축일처럼 성대한 미사에서는 향을 사용하곤 합니다. 향은 연기를 내면서 타는 일종의 방향성(芳香性) 송진으로서 여러 식물의 수지(樹脂)로 만든 가루나 알갱이입니다. 향을 태워 연기를 피워올리는 분향(焚香)은 전례의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행렬이나 대축일 미사에서 축제의 분위기를 북돋습니다. 향은 라틴어로 [인첸숨](incensum)이라고 하는데, ‘태우다’라는 의미의 [인첸데레](incendere)에서 유래한 단어로 본래 ‘태워지는 것’을 뜻합니다.
분향은 고대 근동의 오랜 관습이었는데, 실상 초기 이스라엘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아마도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후, 이미 그곳에서 통용되던 전통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시편에는 “저의 기도 당신 면전의 분향으로 여기시고, 저의 손 들어 올리니 저녁 제물로 여겨 주소서.”(141,2)라는 기도가 나옵니다. 여기서 보듯, 언제부턴가 이스라엘에서도 분향이 널리 퍼졌고, 자신들의 기도가 연기처럼 하느님께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약성경에도 분향과 그에 비유한 표현들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마태 2,11; 루카 1,9-11; 2코린 2,14-16; 에페 5,2). 특히, 요한묵시록의 구절은 분향의 장면을 눈 앞에 그리듯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다른 천사 하나가 금 향로를 들고 나와 제단 앞에 서자, 많은 향이 그에게 주어졌습니다.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함께 어좌 앞 금 제단에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천사의 손에서 향 연기가 성도들의 기도와 함께 하느님 앞으로 올라갔습니다”(8,3-4). 그리스도교에서는 분향을 기도의 상징이자,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신을 태워 봉헌하는 사랑의 상징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향을 피워올리는 일이 그리스도교 전례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로마 제국의 그리스도교 박해가 끝나고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이후였습니다. 먼저 장례 예식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4세기 말에는 동방 교회에 전해져 주일 미사 전례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에테리아 여행기」 24,10). 미사 중 분향을 하는 건 ① 입당 후, ② 복음 읽기 전, ③ 제대 위 예물 준비 후, ④ 성체와 성혈을 들어 올릴 때입니다. 또한 제의실에서 행렬을 지어 제대를 향해 나아갈 때와 미사 후 퇴장을 할 때, 향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제대와 십자가와 부활초에 분향하는 건 그 성물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제대 위 예물에 분향하는 건 봉헌된 제물이 연기처럼 하느님께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신자들에게도 분향하는데, 이는 신자들이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들임을 드러냅니다. 또한 장례 예식에서는 고인의 시신에도 분향하는데, 그가 성령의 궁전으로 봉헌되었음에 대한 공경의 표지입니다(1코린 6,19).
공경과 전구의 상징인 향 연기는 전례에 참여한 모든 신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줍니다. 또한 신자들의 기도를 더욱 높이 고양하는 표지가 됩니다. 장엄한 전례의 풍요로움을 통해 우리를 초대하시는 주님을 찬양하며 매 미사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도록 합시다.
[2024년 4월 14일(나해) 부활 제3주일 의정부주보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