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시구간은 차들이 참 많습니다.
이 구간을 지나 톨게이트를 벗어나기까지는 답답한 흐름이 이어집니다.
대부분 꾹 참고 가는데 그렇지 않은 네가지들이 꼭 있습니다.
어제 양재IC를 지나 판교 톨게이트 방향으로 가는데 카니발 1대가 버스 전용차선을 달립니다.
물론 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 불법입니다.
어제는 평일이라 막힌다 한들 시속 80km 이상은 낼 수 있는데도 그러더라구요.
근데 간댕이가 아직 덜 부었는지 쭉 달리지 않고 들락달락합니다.
판교IC를 지날 때쯤 제 뒷쪽 버스 전용차선으로 카니발 한 대가 접근합니다.
아까 그 카니발인 것 같은데 어느 차선으로 들어갔다가 오도가도 못하게 생겼던 모양입니다.
잠시 후, 제 앞을 지나쳐간 이 차가 급하게 2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합니다.
고속도로 순찰차가 오더니 이 차를 낙아채서 갓길로 끌고 나갔습니다.
쌤통입니다.
우리 모두 블랙박스 한두 대씩은 달고 다닙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들을 보고 차 안에서 이눔저눔 해 봤자 자기 성질만 더러워지죠.
이럴땐 블랙박스에 찍힌 걸 신고만 하면 끝입니다.
국민 모두가 이런 게 습관이 되면 과속이나 신호 위반 단속 카메라가 아니라 자기 주변 차들이 무서워서 교통질서를 잘 지킬 텐데 말이죠.
심하다 싶은 건 그냥 넘어가지 말자구요.
비가 그쳐 가네요.
주말 나들이 안전하게 잘 다녀오세요. ~^.^~
♥베푸는 마음♥
3년 전, 겨울이 채 가기 전인 3월초였습니다.
한적한 국도를 달리는데 고장난 승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도로변에 서 있더군요.
자동차 정비사인 저는 얼른 차를 세우고 가 보았습니다.
차 안에는 환갑이 넘어 보이는 노 부부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계셨습니다.
타이어가 터졌는데 연로하신 힘으로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어르신, 제가 마침 자동차 정비일을 하거든요.
염려 놓으시고 기다리세요.
제가 타이어를 바꿔 드리겠습니다."
안절부절 못하시던 할아버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마워 하셨습니다.
트렁크를 열어 보니 짐이 한가득이더군요.
할아버지는 "내, 저 할망구 성화에 못 이겨 지금 여행 중이라네. 으이구, 저 할망구 아니었으면 이렇게 낯선 곳에서 험한 꼴도 안 당했을 텐데, 나 원!" 하고 투덜거리며 짐을 내리셨습니다.
그 말투가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스페어 타이어마저도 너무 오래 되어 공기가 빠져 있더군요.
다행히 제 차에 같은 종류의 스페어 타이어가 있어 새 것으로 갈아 드렸습니다.
3월 햇살이 따뜻하긴 했지만 시속 80km를 웃도는 차량들이 쌩쌩 지나면서 일으키는 바람이 제법 쌀쌀해 두 분은 잔뜩 움츠리고 계셨습니다.
"어르신, 차 안에 들어가 계세요. 금방 끝납니다."
"아니야, 자네가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데 들어가 있으면 도리가 아니지."
이윽고 작업을 마치자 할머니께서 부르셨습니다.
"총각, 이리 와 봐."
할머니는 목에 두르고 계시던 목도리로 내 손을 감싸 주셨습니다.
"춥지? 손이라도 녹이고 가요."
따스한 할머니의 손길은 머릿속이 아득할 정도로 포근하고 정겨웠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제가 일하는 정비소로 갔습니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타이어 네 개 모두 교체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일부러 그러시는 듯해 만류했지만 이미 생각을 정하신 듯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일 저렴한 타이어를 권했지만 한사코 제일 좋은 타이어를 고집하시더군요.
두 분을 배웅한 뒤에도 할머니의 목도리와 따스한 손길이 가슴속에 남았습니다.
내가 가진 무언가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따뜻하고 기쁜 일인 줄 몰랐습니다.
-고마워 좋은생각/월간 좋은생각/정소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