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正見] (204) 뜻대로 되지 않는 삶
바다를 볼 것인가, 파도를 볼 것인가
뜻대로 되지 않는 삶도 결국 내 생각과 분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셔터스톡
누구나 나이들며 깨닫는 건 삶이 내 뜻과는 상관 없이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젊어서 한때는 세상을 다 가질 것처럼 큰소릴 쳤던 사람들도 결국 나이가 들면 삶이란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간다는 진실에 눈뜨게 됩니다.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데는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그 힘듦에 불평하고 좌절하는 길이고, 둘째는 절대자(신)에게 의지하여 위로받으며 평화와 안식을 얻는 길이며, 셋째는 고통을 통하여 더욱 단련되고 지혜로워지면서 나날이 성장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첫째 유형이 가장 많고 둘째 유형은 그 다음이며, 고통을 통하여 나날이 더 강해지고 지혜로워지는 셋째 유형은 극히 적습니다. 왜냐면 우리는 자기 생각·감정에 의지하여 만사를 판단분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과 감정은 꼭 자기그릇만큼만 활동하기에 그 수준을 넘어서는 뛰어난 더 크고 깊은 생각은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서도 아이처럼 본질적으론 똑같이 뭐가 뜻대로 안된다고 징징거리며 불평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장난감 갖고 우나 돈과 상처 갖고 우나 본질은 꼭 같습니다.
이런 삶에 본질에 눈뜨면 현명하게 살아가는 최선의 길을 찾게 됩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할 것은 삶이 바다라면 우리의 생각, 감정, 감각(오온)은 수시로 생멸하는 (의식의) 파도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눈앞에 수없이 생멸하는 파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 본질적인 거대한 바다전체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조용히 파도의 본질을 통찰·정견하는 것입니다. 내 모든 희로애락과 탐진치의 분별활동을 깊이 보면 그 본질은 바다의 물에 해당하는 순수한 의식이자 생명임을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본래의 태고적 생명의식을 갖고 지금 이 시공간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생명이 뭐길래 이렇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이 경이로움과 신비함을 외면한 채 우린 그동안 무엇을 따르고 있던 걸까요?
우리는 자기 생각, 감정, 감각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만 달려왔지 단 한 번도 자기란 존재의 본질인 이 생명의식을 깊이 통찰정견하지 않았으며, 역경과 상처가 다가올 때 그것과 대립하고 싸우기 바빴지 그 역경과 상처의 본질조차도 나의 내면을 보다 더 성장·성숙시키기 위한 섭리임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제 똑 같은 실수를 자꾸 반복하는 삶은 졸업할 때가 되었습니다. 정견해보면 결국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란 것도 다 내 생각 분별이었습니다. 내가 너는 이래야하고 그 일은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뜻을 가졌던 것뿐입니다.
우리가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통하여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삶에는 본래 아무런 뜻도 없는데 내가 의미를 찾고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고 마치 장난감 갖고 노는 애처럼 징징댔다는 겁니다. 이제 생명 충만한 삶에 문득 깨어나 보니 모든 게 다 오온의 유희라는 지혜의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즉 파도를 통해 바다를 보는 심안을 뜨는 것이며 이게 거듭나는 것입니다. 삶 자체가 바로 영혼의 학교이며 우리와 분리할 수 없는 하나님(부처)의 역사하심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이 삶속에서 우리도 항상 깨어서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