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날짜가 2월 중순을 넘어가면 냉이를 캐러 나가고 싶어진다.
따스한 볕을 받아먹으려고 냉이가 땅속에서 길고 가는 뿌리를 꼼지락거릴 때다.
사내가 바구니 들고 들로 나간다 해도 아무도 흉보지 않는다.
냉이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어깨를 좀 으쓱거려도 좋은 것이다.
이맘때면 또 나를 설레게 하는 들나물이 있다.
벼룩나물이 그것이다. 충청도와 전라도에서는 ‘벌금자리’라고 하고, 경상도에서는 ‘나락나물’이라고 부른다.
나락나물? 나락 모양의 자잘한 잎들을 가늘고 연약한 줄기에 달고 있기 때문일까?
이놈은 습기 많은 논둑에 줄기가 마디를 이루어 길게 뻗으며 자란다.
3, 4월쯤이면 별꽃 모양의 하얀 꽃이 피는데 꽃이 피기 전에 어린순을 뜯어 먹는다.
약간 비릿하면서도 개운한 느낌이 도는 그 맛을 보려면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논둑에서 자라다 보니 지푸라기가 많이 묻어 있다.
검불 없이 다듬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벼룩나물은 초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고기로 쌈을 싸서 먹을 때 넣기도 한다.
내 입맛으로는 뜨거운 밥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싹싹 비벼 먹는 게 최고다.
오래전에 그걸 한번 해 먹였더니 봄만 되면 전화해서 언제 또 맛보냐고 칭얼대는 ‘서울촌놈들’도 있다.
봄이 온다고 말로만 봄의 향취가 이러니저러니 하고 떠들지 말자.
벼룩나물을 찾아 들로 나가보자. 가르마 같은 논길에 쪼그려 앉을 때, 그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성큼.
줄기가 보라색이라서 먹는 풀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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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