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갑고 정겹고 다정한 삼척방언
『구수하고 재미있는 삼척방언 순례』를 깊은 흥미 속에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지인으로부터 늦게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작가님의 글이 지닌 사명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잊힌 기억을 되살리며, 진실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은 그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 시대를 살아온 흔적을 누군가 기억할 수 있는 글로 남긴다는 일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이 책에는 작가님의 폭넓은 지식과 깊은 삶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서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셨지만, 오히려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역마다 글을 쓰는 분들은 많지만, 고장의 방언을 찾아 인터넷과 사전을 넘나들며 정리하고 기록하신 노력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삼척의 방언은 참으로 살갑고 정겹고 멋스러웠습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말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로웠습니다. 써마니, 예미, 진땡이, 반물대기, 달라, 소잡다, 뽈대지대록, 써겡이 쎄가리, 씨몽살이, 땡비알 등 하나하나의 말이 살아 있는 풍경처럼 다가왔습니다.
특히 144쪽의 “그깐 느믄 바다가 넓다고 한들 우리 집 삼밭만큼 크겠나.”라는 문장은,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을 생생하게 전해 주어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그 시선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산이 많은 영서 지방은 바다를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화천의 파로호를 두고 “바다가 넓은들 이 호수만큼 넓겠는가”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바다가 있는 곳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더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책 곳곳에는 어린 시절의 놀이와 음식, 전통과 풍습이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특히 61쪽에서 노점상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저의 어머니 역시 노점 장사를 하셨고,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병을 얻어 고생하시다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 시대 부모님들은 가난을 견디며 살아가느라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에 더욱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연민이 없다면 인간다움도 사라질 것입니다. 작가님의 글에는 그런 연민과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습니다. 흔히 수필을 신변잡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작가님의 글에서는 분명한 정신과 사명감이 느껴졌습니다. 오랜만에 깊이를 지닌 수필을 만나 기뻤습니다.
각 지역의 방언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는 감자를 ‘지슬’이라고 부르는데, 그 말의 울림이 오히려 더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집니다. 언어는 삶의 결이 스며 있는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통해 반세기 전, 온 나라가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을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지금은 넘치도록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만큼 잊고 사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덮으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과 같은 분이 같은 문학 공동체에 계시다는 것이 큰 자랑으로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글로 오래도록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