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서 나타난 두 사람의 실루엣이 험상하게 생겼는지 평범한지 확실하게 가늠할 수 없었지만, 두 낚시꾼이 들고 있는 나무토막은 위협적이었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도치씨는 두 낚시꾼의 나무토막을 예리하게 지켜봤다.
문득, 무자비한 나무토막 공격에 맥없이 쓰러지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등줄기에서 진땀이 솟아올랐다.
소림36계권법도, 대형잉어를 끌어내던 환희도 안개처럼 사라지고 심한 두려움이 전신을 조여들었다.
차라리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애걸할까?
강도가 애걸한다고 봐준대?
온갖 생각이 한겨울 문풍지처럼 떨었다.
‘올 칠팔월에 죽을 수가 있으니 매사에 신중하여야 고비를 넘길 수 있다. 그러나 호재와 악재는 항상 붙어 있으니 좌절은 금지로다. 악재를 넘기면 구시월에 귀인을 만나 크게 웃을 운세다.’
정초에 2000원 주고 봤던 길거리 토정비결이 문득 떠올랐다. 되짚어 보니 죽을 운세는 아닌 것 같아 혼자 중얼거렸다.
‘토정비결이 딱 들어맞았구나! 토정비결처럼 지금, 좋은 일 나쁜 일이 겹쳐있으니까 인생은 동전 같은 거네? 그래 동전을 뒤집듯 지금의 이 위기를 뒤집어보자.’
도치씨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른 침을 또 꿀꺽 삼켰다.
그 사이 두 낚시꾼은 빠른 걸음으로 20여보 앞까지 다가왔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 있었다. 걸음걸이도 예사롭지 않았다. 살인의 추억에서 본 송강호의 걸음걸이와 비슷했다.
발아래 잡초 덤불에 누워 있던 대형잉어가 꿈틀했다.
강인한 생명감이 느껴졌다.
‘그렇지! 이 놈도 살려고 바동대는데 존엄한 인간인 내가 비굴하게 겁먹으면 쓰겄냐? 오냐 내 저놈들과 붙어 이기면 너를 살려주마!’
위기에 직면한 도치씨는 비로소 대형잉어의 입장을 이해했다. 재수 없어 자신에게 포획되었지만 얼마나 두려울까?
도치씨는 대형잉어를 살려주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 번 대형잉어가 뒤척였다. 꼭 도치씨의 자비에 감사한 몸짓 같았다.
앞서 걸어오던 낚시꾼이 랜턴을 정통으로 비추었다.
랜턴불빛이 서치라이트처럼 도치씨를 싸이데리킥하게 훑었다.
랜턴불빛이 도치씨 발아래의 대형잉어를 스쳤다.
초록색 잡초 덤불에서 대형잉어의 꼬리가 찬란한 황금빛으로 빤짝 반사되었다.
십 여보 앞까지 다가온 두 낚시꾼이 주춤했다.
한 번 더 랜턴을 낮게 비추던 낚시꾼이 소리쳤다.
“하이고! 형님 저게 뭐요?”
“어? 저건 순님이 아니야?”
“형님 집 누렁이요? 맞네!”
“어쩐지 예감이 저놈한테 꼴리더니, 저놈이 우리 순님이 훔쳐 갈 줄이야!”
“흠메! 저 개 도둑, 죽일 놈이네!
“야! 이개도둑놈아!”
두 낚시꾼이 갑자기 나무토막을 휘두르며 바람처럼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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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망칠려던 도치 생각을 하다보니
비겁한 생각이 들어서 망서리는 도치 어찌할것인가?
험 상궂은 두사내 에게 봉변을
당할입장 잉어를 살려 줄가 망서리는마음 과연 어찌될가?
도치는 낚시하러 갔다가 몽둥이 맞어 죽겟슴니다.
잘보았슴니다 감사합니다.
낚시 소설 잘보았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