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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전녀신경(佛說轉女身經)
송(宋) 계빈(罽賓) 담마밀다(曇摩蜜多) 한역
권영대 번역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무리 천 사람과 함께 계셨다. 보살 천 명은 모두가 여러 사람에게 알려진 이들이었다. 다른 불국토에서 참석한 이도 있었으며, 여러 천ㆍ용ㆍ야차ㆍ아수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들도 백천 권속들과 함께 참석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셨는데, 처음 말씀도 좋으셨고 중간 말씀도 좋으셨으며 나중 말씀 또한 좋으셨다. 법의 뜻은 교묘하여 깨끗한 행의 모양을 구족하게 나타내어 설하셨다.
그때 회중에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은 수달다(須達多)였다. 그의 아내 정일(淨日)은 여자아이를 밴 채로 대중 속에 앉아 있었다. 뱃속의 여자아이는 비록 태중에 있었지만 모든 근이 두루 갖추어졌고 때 묻거나 더럽혀지지 않았으며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설법을 듣고 부처님께 묻고자 하고 있었다.
이때 존자 아니로두(阿泥盧豆:阿那律)는 이미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밝고 깨끗한 천안(天眼)을 얻어서 보통 사람의 눈이 아니었는데, 정일의 몸속에 있는 여자아이를 보니, 모든 근이 갖추어졌고 때 묻거나 더럽혀지지 않았으며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법을 들으며 묻고자 하고 있었다.
그때 존자 아니로두는 이러한 일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정일이 수태하고 있는 여자는 모든 근이 구족하였고 때나 더러움이 섞이지 않았으며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의 법을 들으며 부처님께 묻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니로두에게 말씀하셨다.
“그 여자가 태속에 있는 것을 나는 벌써 분명히 보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만일 어떤 중생이 나의 참되고 요긴한 말을 믿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긴긴 밤을 크나큰 괴로움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큰 광명을 놓으셔서 삼천대천세계를 환히 비추시되 두루 낱낱이 비추셨으며, 다시 신통력으로써 대중들로 하여금 그 여자가 태속에서 모든 근이 구족하고 때 묻거나 더럽혀지지 않았으며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설법을 들으며 부처님께 여쭈려고 하는 것을 모두 보게 하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일체 중생들이 즐겨 듣는 음성을 내셨는데, 그 음성은 맑고 깨끗하여 이른바 알기 쉬운 소리, 곧고 바른 소리, 맑고 깨끗한 소리, 귀에 알맞아 잘못됨이 없는 소리, 몸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소리, 모든 번잡과 어지러움을 떠나 깨끗하기가 달과 같은 소리, 아름다움과 묘함이 서로 이어져 끊어지지 않는 소리, 거칠거나 삿되지 않은 소리,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제거하는 소리, 사람으로 하여금 기쁘고 즐겁게 하는 소리, 범음(梵音)보다 나은 소리, 천둥 같은 소리, 하늘 음악 같은 소리, 마치 사자후로 법을 연설하는 것과 같은 소리, 백천만억 아승기 나유타 겁 동안 선근을 쌓아 모은 과보의 소리였다. 이와 같은 화창하고 맑은 음성으로 여자아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엇을 위하여 와서 듣고 묻고자 하느냐?”
부처님의 위신력 때문에 여자는 태속에 있으면서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은 아견(我見)에 탐착하여 허망한 분별이 뒤바뀜[顚倒]을 쫓아 나며, 중생이란 없는 것인데 중생이란 상(相)을 일으키며, 나[我]란 없는 것인데 내가 있다고 여기며, 명(命)도 없고 사람[人]도 없으며 오래 산다는 것도 없는 것인데, 명이 있다, 사람이 있다, 오래 삶이 있다고 여깁니다. 이와 같은 중생들을 위하여 묻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중생은 아견(我見)에 탐착하여 1승(乘)의 도리를 분명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1승의 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무명(無明)과 유(有)와 애(愛)에 덮이고 얽매여서 밝은 해탈의 법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밝은 해탈의 법을 분명히 알게 하기 위하여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눈 어둠[盲冥]에 가려져 공(空)ㆍ무상(無相)ㆍ무작(無作) 3해탈문(解脫門)을 닦아 증득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네 가지 뒤바뀜에 떨어져서 항상함이란 없는데 항상하다고 여기며, 괴로움을 즐거움이라 여기며, 나라는 것이 없는데 내가 있다고 하며 깨끗하지 못한 것을 깨끗하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4제법(諦法)은 설명해 주기 위함이니 이른바 고(苦)와 고집(苦集)과 고멸(苦滅)과 고멸도(苦滅道)입니다.
또한 중생은 다섯 가지 번뇌[五蓋]에 뒤덮여서 5근(根)을 닦지 못합니다. 그들로 하여금 5근의 법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여섯 감관[六入]을 탐내고 의지하여서 6통(通)을 증득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6통의 법을 해설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7식(識)에 머무르기를 즐기며 7보리분(菩提分)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7각법(覺法)을 해설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중생은 8사도(邪道)를 행하여 8성도분(聖道分)을 분명히 알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성도분을 해설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마음속에 아홉 가지 번뇌[九惱]를 품고 있어서 능히 차례로 닦는 아홉 가지 선정[九次第定]에 들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모든 선정의 해탈삼마제(解脫三摩提)를 해설하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10악업(惡業)에 머물러서 10선업도(善業道)를 부지런히 닦지 못합니다. 그들로 하여금 10선도(善道)를 풍족히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은 사취(邪聚)나 부정취(不定聚)에 떨어져서 무루법(無漏法)에 맞는 근기가 되지 못합니다. 그들로 하여금 정취법(正聚法)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善根)을 성취시켜 스스로 조복하게 하며 그들의 원에 따라 설법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인연 때문에 부처님께 법을 들었으며 또한 묻고자 하였습니다.”
그때 일체의 회중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감탄하면서 말하되, “여래의 법은 희유하구나. 보살이 비록 태중(胎中)에 있지만 중생을 크게 이익되게 하여 법의 말[法言]을 폐하지 않으니,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이 직접 보고 듣는다면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그때 여자 아이는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마치 후변신보살(後邊身菩薩)과도 같이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홀연히 태어났다. 이 여자는 복혜(福慧)의 인연 때문에 그의 어머니로 하여금 모든 걱정과 아픔이 없게 하여 편안하기가 보통 때와 같았다.
그녀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땅은 크게 진동하였고 온갖 하늘 꽃이 뿌렸으며 온갖 악기는 치지 않았는데 저절로 울렸다. 육지에는 꽃이 피어 크기가 수레바퀴와 같았는데 갖가지로 장엄하고 빛깔과 향기가 좋아서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으며, 백천의 잎사귀가 있었는데 황금 줄기와 은 잎사귀와 마노(馬瑙) 뿌리털을 하였다. 붉은 진주 대(臺) 위에 여자가 올라서니 몸뚱이는 마치 두세 살짜리 아이 같았고, 얼굴 모습은 단정하여 매우 사랑스럽고 공경할 만하였으니 모두가 전세의 착한 과보를 따라 생긴 것이었다.
그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하늘 옷과 영락(瓔珞)을 가지고 그곳에 나아가 그녀에게 말하였다.
“착한 여자여, 이 옷과 영락을 입고 벌거숭이로 서 있지 말라.”
여자는 석제환인에게 대답하였다.
“보살이란 옷과 영락으로써 스스로 장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언제나 보리심(菩提心)으로써 옷과 영락을 삼아서 스스로 장엄하니, 이것이 곧 일체 세간이나 하늘ㆍ사람의 장엄보다 나은 것입니다.
다음 교시가(憍尸迦)여, 보살은 열 가지 옷과 영락이 있어서 스스로 장엄하니, 열 가지란 이른바 보리심을 잃지 않는 것이고, 깊은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며, 언제나 큰 사랑[大慈]으로써 일체 중생을 위하여 구호하는 것이고, 큰 자비로 근본을 삼아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하는 것이며,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버려두지 않으며 그 중생의 원을 이루게 하는 것이고, 언제나 부끄럽게 여길 줄 알아 신업(身業)ㆍ구업(口業)ㆍ의업(意業)을 장엄하는 것이며, 온갖 것을 보시하고도 갚기를 구하지 않는 것이고, 모든 계율을 지니고 두타행(頭陀行)의 공덕을 쌓으며 끝내 어기거나 범하지 않는 것이며, 인욕(忍辱)의 힘에 머물면서 참기 어려움을 능히 참는 것이고, 바른 방편으로써 훌륭한 선근(善根)을 능히 구하며 마음은 비록 선(禪)ㆍ무량(無量) 등의 모든 삼매에 있더라도 끝내 때 아닌 해탈[非時能脫]을 증득하기를 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시가(憍尸迦)여, 이것이 보살의 열 가지 옷과 영락의 장엄이라는 것이니, 언제나 늘 멀리 떠나지 마시오. 교시가여, 보살이 상호(相好)로써 몸을 장엄하는 것이 모든 영락보다 나으니 이 상호는 복덕과 지혜[福慧]로부터 나왔습니다. 어떤 복덕과 지혜인가 하면, 이른바 여러 가지 보시이니, 아끼고 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버려 남에게 줌이며, 중생에게 성내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음이며, 언제나 선행을 찾아서 보시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만족하게 함이며, 일체 중생을 모두 복밭[福田]으로 보는 것입니다.
교시가여, 이것을 보살의 제일의 의복ㆍ영락의 장엄이라 합니다. 보살이 성문승(聲聞乘)이나 벽지불(辟支佛)을 증득하고자 하는 것은 장엄이 아닙니다. 만약 아끼는 마음이나 계를 파하는 마음이나 성내는 마음이나 게으른 마음이나 어지러운 마음[亂想心]이나 나쁜 지혜[惡慧]나 여러 가지 번뇌가 뒤섞인 옹졸한 마음에 머물러서 ‘나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다’고 하여 놀라고 두려워하며 뉘우쳐 한탄한다면 이것은 보살의 장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살장엄법(菩薩莊嚴法)과는 멀리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때 회중의 보살장엄법의 설법을 들은 1만 2천의 모든 하늘과 사람은 먼저 선근을 심었던 까닭에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석제환인의 옷과 영락을 받을 만하다.”
여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받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뜻이 같다면 옷과 영락의 장엄도 같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석제환인은 작은 지혜를 원하여 구하며 즐기는 바가 낮아서 생사를 싫어하고 근심하며 언제나 두려움을 지니고 속히 열반에 들고자 하며, 언제나 다른 데[他邊]서 법을 듣고 받으며 가지고 있는 지혜의 밝음이 오직 몸만 비추고 남을 비추지 못하며, 마치 풀단을 잡고 강을 건너려는 것과 같아서 남을 위하여 깨끗한 복밭을 만들지 못하고 모든 부처님들의 청정한 지혜 눈을 영원히 떠나 중생들의 근기를 능히 밝혀 주지 못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견고한 갑옷을 입고 원하여 대승을 구하며 일체를 크게 이익되게 하고자 큰 법의 배[法船]을 모아서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네주면 자연의 지혜를 구하여 법륜을 굴리는 것은 다른 사람이 찾고 구하는 데 있지 않고 여래의 지혜로써 스스로 장엄하여 일체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의 맑고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도록 함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저 나라로부터 이 세간에 온 것은 여래이신 석가모니를 뵙고 예배하고 공양드리며 설법을 듣고자 함이었습니다. 저 불세존께서는 자연히 저에게 옷과 영락을 주셔서 입도록 할 것입니다.”
그때 회중의 모든 하늘이나 사람 등은 모두 생각하기를, ‘이 여자가 온 세계의 이름은 무엇이며, 여기서 먼가, 가까운가? 어느 쪽에 있는가? 그 나라의 여래의 이름이 무엇이고, 지금 현재를 위하여 설법하여 가르치시는가, 가르치시지 않는가?’라고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모인 무리들이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동남쪽으로 이 세계에서 36나유타(那由他) 불토(佛土)를 지나가면 세계가 있으니 이름은 정주(淨住)이고, 부처님의 이름은 무구칭왕(無垢稱王)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등정각(等正覺)이시며, 지금 설법을 하신다.
사리불이여, 이 여자가 정주 세계에서 죽고 이 세간에 와서 난 것은 중생을 성취시키려는 까닭이며, 또한 나에게 예배하고 공양하여 설법의 가르침을 듣고자 함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저 무구칭왕여래께서는 불쌍한 마음을 내셔서 곧 신통력으로써 모든 보살이 입는 의복과 영락의 장엄을 보내셨다. 옷은 그녀의 앞에 와서 공중에 매달렸으며, 또한 소리 내어 말하기를 “착한 여자여, 정주세계의 무구칭왕여래께서 이 옷과 영락을 너에게 주셨으니, 너는 그것을 입고 이 세간의 모든 보살들과 같게 하여라. 그 의복과 영락의 장엄을 입는 이는 모두 5신통을 얻어 갖출 것이니 너 또한 그러하리라”라고 하였다.
그때 그 여자는 공중에서 옷과 영락을 취하여 입었다. 잠시 후에 옷과 영락에서는 묘한 광명이 나왔으며, 부처님의 광명을 제외한 나머지 범천왕이나 제석천왕이나 해와 달의 광명들은 모두 나타나지 못하였다. 여자는 곧 5신통을 갖추고 연화대를 내려와서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며 발을 들여 놓으니 대지는 곧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부처님 앞에 이르러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대고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일곱 번 돈 뒤에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마하살을 위하여 보리를 증장시키는 법을 거두어들여 설명하시고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위없는 도[無上道]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시며, 모든 마군의 행[魔行]에서 초월하여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해주십시오.”
세존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만약 보살이 네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능히 보리(菩提)를 거두어들여 또한 그것을 증장시키니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깨끗한 마음이고, 둘째는 깊은 마음이며, 셋째는 방편이고, 넷째는 보리를 버리지 않는 마음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언제나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려고 함이고, 둘째는 언제나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불쌍히 여김이며, 셋째는 마땅히 큰 자비로써 중생을 건져 해탈시킴이고, 넷째는 굳세게 정진하여 일체의 불법을 두루 갖춤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모든 법을 분별하여 신심을 많이 냄이고, 둘째는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멀리 떠남이며, 셋째는 수승한 법을 즐겨 관하여 일체의 불법을 갖추어 채우고자 함이고, 넷째는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하여 반드시 그 과를 이룸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교만을 떠남이고, 둘째는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마음을 떠남이며, 셋째는 웃어른을 공경함이고, 넷째는 쉽고 옳게 가르치고 타이름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찾아 와서 구하는 이에게 성내거나 원망하지 않음이고, 둘째는 일체의 물건을 주고 갚기를 구하지 않음이며, 셋째는 보시한 뒤에 후회하지 않음이고, 넷째는 가진 선근을 모두 보리에 회향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계를 깨지 않음이고, 둘째는 계(戒)를 상하지 않음이며, 셋째는 계를 뒤섞지 않음이고, 넷째는 계를 흐리게 하지 않음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성품을 온화하게 하여 능히 참음이고, 둘째는 남의 뜻을 잘 보호함이며, 셋째는 스스로 제 몸을 보호하고 끝내 남을 범하지 않음이고, 넷째는 보리에 회향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굳건히 정진함이고, 둘째는 밝고 맑게 정진함이며, 셋째는 겁내고 약하지 않게 정진함이고, 넷째는 보리에 회향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몸이 튼튼하여 잘 감당함이고, 둘째는 마음이 튼튼하여 잘 감당함이며, 셋째는 여러 가지 선정을 잘 닦고 지제(支堤)를 잘 모으는 것이고, 넷째는 언제나 보리심을 잊어버리지 않음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보시고, 둘째는 부드러운 말[愛語]이며, 셋째는 이익되게 함이고, 넷째는 동사(同事)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인자스런 마음[慈心]이 일체처(一切處)에 두루함이고, 둘째는 크게 자비로워 싫어하거나 게으르지 않음이며, 셋째는 기쁜 마음으로 법을 깊이 사랑하고 공경함이고, 넷째는 마음이 평온하여 미움이나 사랑을 떠남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법을 듣고 싫증을 내지 않음이고, 둘째는 바로 관(觀)하고 깊게 생각함이며, 셋째는 법을 따라 행함이고, 넷째는 보리에 회향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모든 행은 무상하다고 아는 것이고, 둘째는 반드시 5음은 곧 괴로움이라고 아는 것이며, 셋째는 반드시 모든 법은 곧 나[我]가 없다고 아는 것이고, 넷째는 반드시 열반이 곧 적멸법(寂滅法)임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이익을 얻고도 기뻐하지 않음이고, 둘째는 이익을 잃어도 근심하지 않음이며, 셋째는 아무리 명예로워도 마음이 항상 평등함이고, 넷째는 비록 나쁜 이름을 듣더라도 속으로 번뇌하지 않음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남이 헐뜯어도 성내지 않음이고, 둘째는 칭찬하여도 기뻐하지 않음이며, 셋째는 괴로움을 당하여도 능히 참음이고, 넷째는 즐기기는 하나 넘치지는 않으며, 남을 가벼이 여기지 않음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인(因)을 관함이고, 둘째는 과(果)를 앎이며, 셋째는 두 가지 치우친 견해[二邊見]를 떠남이며, 넷째는 연기법(緣起法)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안으로 내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둘째는 밖으로 중생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셋째는 안이나 밖으로 수명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넷째는 끝내 맑고 깨끗하여 사람[人]이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공을 행하되 두려워하지 않음[行空不畏]이고, 둘째는 무상(無相)을 관하되 빠지지 않음[不沒]이며, 셋째는 분별하지 않되 원할 것이 없음이고, 넷째는 모든 법이 조작이 없다는 것을 즐거이 관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괴로움[苦]을 증득하지 않는 지혜이고, 둘째는 쌓임[集]을 증득하지 않는 지혜이며, 셋째는 없어짐[滅]을 증득하지 않는 지혜이고, 넷째는 도제(道諦)를 증득하지 않는 지혜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보리를 깊이 관함이고, 둘째는 바른 법[正法]을 비방하지 않음이며, 셋째는 몸이 아승기겁에 있더라도 끝내 물러나지 않음이고, 넷째는 법에 대해서 다투거나 송사하지 않음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탐욕이 일어나지 못하게 함이고, 둘째는 탐욕에 반연하지 않음이며, 셋째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음이고, 넷째는 다른 번뇌도 이와 같이 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 법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중생에 대해서 마음을 항상 평등하게 가짐이고, 둘째는 중생은 모두 복밭이라고 평등하게 관함이며, 셋째는 부처나 중생이 모두가 평등하다고 관함이고, 넷째는 법과 중생도 또한 평등하다고 관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내 몸을 드러내지 않음[不顯己身]이고, 둘째는 남을 낮추지 않음[不下他人]이며, 셋째는 배우지 못한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음[不經未學]이고, 넷째는 나에게 배운 이를 스승처럼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이익되지 않는 말을 멀리 떠남이고, 둘째는 항상 한가롭고 고요함을 구함이며, 셋째는 고요한 곳[阿蘭若處]에 즐겨 살되 싫어하거나 만족함이 없는 것이고, 넷째는 부지런히 아란야(阿蘭若)의 모든 공덕을 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만족할 줄 아는 것이며, 셋째는 깨끗한 물건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이고, 넷째는 두타(頭陀)를 즐겨 행하여 좋은 옷과 음식을 탐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나를 아는 것이고, 둘째는 남을 아는 것이며, 셋째는 때를 아는 것이고, 넷째는 옳음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법을 즐김이고, 둘째는 의(義)를 즐김이며, 셋째는 진리를 즐김[樂諦]이고, 넷째는 중생 성취시키기를 좋아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안으로 맑혀 능히 나의 마음을 보호함이고, 둘째는 밖으로 맑혀 중생을 보호함이며, 셋째는 법을 맑혀 선을 행함이고, 넷째는 지혜를 맑혀 교만을 떠남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나를 떠남이고, 둘째는 내 것[我所]을 떠남이며, 셋째는 모든 소견을 버림이고, 넷째는 애욕과 성냄을 끊음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또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좋은 방편으로 지혜를 거두어들임이고, 둘째는 지혜로 좋은 방편을 거두어들임이며, 셋째는 큰 자비로 일체의 보시를 거두어들임이고, 넷째는 정진하여 일체의 도품(道品)의 법을 거두어들임이다.
착한 여자여, 보살이 이러한 네 가지 법을 이루면 능히 보리를 거두어들이며 또한 증장시킨다.”
세존께서 이러한 네 가지 법을 설명하셔서 능히 보리를 거두어들이게 하시고 또한 그것을 증장시켰다.
이때 모인 가운데 3만 2천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내었다. 그때 존자 사리불이 여자에게 물었다.
“너의 부모는 너를 위하여 이름을 지었을 터인데, 이름이 무엇이냐?”
여자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일체 모든 법이 본래 이름이 없습니다. 비록 분별을 따라 이름을 지었더라도 이것은 진실이 아니니, 거기에는 정해진 주인이 없는 까닭입니다. 또한 존자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은 그 행하는 것에 따라서 이름이 붙습니다. 만약 깨끗한 마음을 얻었다면 깨끗한 마음이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깊은 마음에 이르렀다면 깊은 마음이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방편을 행하였다면 깨끗한 방편이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보시를 하였다면 보시를 잘하는 이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계[尸羅]를 수행하였다면 깨끗한 계(戒)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인욕에 머무른 이라면 참을성 있는 이[忍力]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부지런히 정진하였다면 정진의 갑옷을 입은 이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모든 선정에 머물렀다면 항상한 삼매(三昧)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지혜를 얻었다면 큰 지혜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에 머물렀다면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한적한 곳[阿蘭若處]에 머물렀다면 한가롭게 일 없는 이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두타(頭陀)를 버리지 않았다면 행이 청정한 공덕이라 이름할 것이며, 만약 선법(善法) 모으기를 좋아하였다면 기꺼이 법을 구하는 이라 이름할 것입니다. 줄여서 말한다면 그가 어떤 선근으로써 대승에 나아갔느냐에 따라서 이름을 얻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자는 옷과 영락을 입을 적에 큰 광명을 놓아 널리 대중들을 비추었기 때문에 이 여자를 무구광(無垢光)이라 이름하니 기억하여 지녀라.”
그때 존자 사리불은 무구광녀에게 물었다.
“너는 정주세계의 무구칭왕(無垢稱王)부처님 처소로부터 여자 몸을 받아 이 세간에 왔느냐?”
무구광녀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저 부처님세계는 여자가 없습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너는 무엇 때문에 여자의 모양을 하고 이 세간에 왔느냐?”
여자는 곧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남자의 모양이나 여자의 모양도 아니며, 또한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으로써 이 세간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존자 사리불이여, 당신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여래께서 만드신 화인(化人)이 한 불국토에서 다른 불국토에 이르기까지 남녀나 5음이나 6입이나 18계의 차별된 모양을 둡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아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변화하신 바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여자는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여래께서 변화하신 바가 차별이 없듯이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변화로 난 것과 같습니다. 만약 모든 법이 모두 한 가지 변화로 된 모양이라는 것을 안다고 하면 한 불국토에서 한 불국토에 이르기까지 차별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너는 모든 법에 차별이 없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능히 중생을 성취시키겠느냐?”
여자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만약 모든 법에서 차별을 보는 이라면 그는 중생을 성취시킬 수 없지만, 만약 모든 법에서 차별을 보지 않는 이라면 그는 곧 반드시 중생을 능히 성취시킬 수 있습니다.”
사리불은 물었다.
“너는 지금 몇 군데의 중생을 이미 성취시켰느냐?”
여자는 대답하였다.
“마치 존자 사리불께서 끊은 번뇌와 같습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내가 끊은 번뇌는 자성이 있는 데가 없다.”
여자는 말하였다.
“중생의 자성 또한 있는 데가 없습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자성이 없는 중생을 어디에서 성취하느냐?”
여자는 말하였다.
“번뇌는 자성이 없는데 어디에서 끊습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분별이 없는 까닭에 이것을 일러서 끊는다고 한다.”
여자는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께서 말씀한 바와 같이 만약 ‘저(彼)’와 ‘나’를 분별하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중생을 성취한다고 이름합니다.”
사리불은 다시 여자에게 물었다.
“무엇을 일러서 중생을 성취시킨다고 하느냐?”
여자는 대답하였다.
“모든 존재[諸有]에 대하여 애욕[染愛]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일러서 중생을 성취시킨다고 합니다.”
사리불은 그녀에게 또 물었다.
“너는 3승(乘) 가운데서 어떤 승으로써 중생을 성취시키느냐?”
여자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비유하면 공중에서 단비를 고루 내려서 좋은 씨앗이나 보통 씨앗이나 나쁜 씨앗을 싹트게 하며 약초나 수목을 다 자라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비가 과연 분별상(分別相)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그 빗물이 비록 생장하게 하고 싹트게 하였지만 분별은 없다.”
“그러합니다.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이나 보살의 설하신 법은 분별이 없으며, 모든 중생이 3승도(乘道)에 있어서 선근이 익는 자에 수순하여서 조복하십니다.”
사리불은 다시 여자에게 물었다.
“무엇을 조복(調伏)이라 하며 그 뜻이 무엇이냐?”
이때 여자는 대답하였다.
“능히 사도(邪道)를 관하되 곧 이 정도(正道)라고 함이니, 이것을 조복이라고 이름합니다. 왜냐하면 범부(凡夫)는 전도(顚倒)되어 바로 관하지 못하는 까닭에 조복하지 못합니다. 만약 사도(邪道)를 평등한 모양으로 관하면 모든 사도를 따르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서 필경 조복(畢竟調伏)이라 합니다.
또한 사리불이여, 조복이란 나[我]에 대하여 나를 없앰을 또한 조복이라 이릅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소견이 없는 이는 모든 번뇌를 사랑하지도 않고 일으키지도 않으니 이것을 일러서 해탈(解脫)이라고 합니다.”
여자는 사리불에게 물었다.
“존자는 해탈을 얻었습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나는 해탈을 얻었다.”
여자는 말하였다.
“누가 당신을 묶었기에 해탈을 얻었다고 말합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묶은 이가 없지만 해탈을 얻었다. 그것은 그 본성(本性)이 곧 해탈상(解脫相)인 까닭에 나는 해탈을 얻었다고 말하였다.”
여자는 말하였다.
“만약 그 본성의 묶는 것도 없고 푸는 것도 없는 것이 곧 해탈상이라면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나는 해탈을 얻었다’고 말하였습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일체 모든 법은 다 해탈상이다. 그러므로 ‘나는 해탈을 얻었다’고 말하였다.”
여자는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께서는 말씀한 바와 같습니다. 만약 모든 법이 다 해탈상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것은 곧 구경해탈(究竟解脫)이라고 이름합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번뇌[漏盡]가 다한 아라한들이 말한 것과 네가 지금 말한 것이 같아서 다름이 없다.”
여자는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여, 지금 나도 번뇌가 다한 아라한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말하느냐?”
여자는 말하였다.
“나 또한 일체의 번뇌를 멀리 여의었으며 연각이나 성문이 가진 도품(道品)을 모두 알지만 원하여 즐기지 않으며, 오직 부처님의 지견(智見)을 원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온갖 번뇌가 다한 아라한’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자못 인연이 있어서 모든 보살이 아라한이 되는 것이다.”
여자는 대답하였다.
“있습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어떤 인연이 있어서인가?”
여자는 말하였다.
“만약 어떤 중생이 먼저 선근을 심어서 마땅히 성문의 몸으로 제도 받아야 된다면 그는 곧 성문의 몸을 나투어 말하되 ‘나는 아라한이다. 중생을 위하여 아라한의 법을 증득하여 설하노라’라고 하니 이것을 일러서 보살이 아라한이 된다고 합니다.”
이 법을 설할 때에 2백 비구는 유루법[漏法]을 받지 않았으며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
이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여자의 변재(辯才)는 부처님의 위신력입니까, 스스로의 힘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부처님의 위신력이며, 또한 그 여자 스스로의 변재의 힘이다.”
그때 무구광녀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의 모든 비구ㆍ비구니와 우바새ㆍ우바이들이 즐겨 듣기를 원합니다. 어떤 선행을 닦아야만 여자 몸을 여의고 속히 남자를 이루어 능히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겠습니까? 세존께서 곧 해설해주시기를 원합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부대중에게 이익을 성취시키고자 무구광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여인이 한 법을 성취하면 여인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한 법인가? 이른바 깊은 마음으로 보리를 구하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만약 어떤 여인이 보리심을 내었다면 이는 곧 크게 착한 이의 마음이요 대장부의 마음이며, 큰 선인(仙人)의 마음이요 저열하지 않은 이[下人]의 마음이며, 영원히 2승(乘)의 좁고 못남을 여읜 마음이며 외도의 이론(異論)을 능히 무너뜨린 마음이며, 3세(世) 중에서 가장 수승한 마음이요, 능히 번뇌를 없애고는 제거하고 맺힌 습기[習]에 섞이지 않은 맑고 깨끗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여인이 보리심을 낸다면 다시는 여인의 모든 맺어 묶은 마음[結縛心]에 섞이지 않으며, 섞이지 않기 때문에 영원히 여자 몸을 떠나고 남자 몸을 얻어 이룰 것이니, 가진 선근으로 또한 위없는 보리에 회향한다. 이것을 하나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두 법을 성취하면 능히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둘인가? 이른바 오만한 마음을 제거함이며, 속임을 떠나 환술의 미혹을 짓지 않음이니, 가진 선근으로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어 위없는 보리에 회향하기를 원한다. 이것을 둘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세 법(法)을 성취하면 능히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셋인가? 첫째는 몸의 업[身業]이 맑고 깨끗하여 몸의 세 가지 계를 지니는 것이며, 둘째는 입의 업[口業]이 맑고 깨끗하여 네 가지 입의 허물을 여의는 것이며, 셋째는 뜻의 업[身業]이 맑고 깨끗하여 성냄과 삿된 소견과 어리석음을 떠남이니, 이 10선(善)이 낳은 선근으로써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어 보리에 회향하기를 원한다. 이것을 셋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네 법을 성취하면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넷인가? 첫째는 성내어 해치지[恚害] 않음이고, 둘째는 성내어 원망하지[瞋恨] 않음이며, 셋째는 번뇌에 따르지 않음이고, 넷째는 인욕하는 힘에 머무름이다. 이것을 넷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다섯 법을 성취하면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좋은 법을 즐겨 구함이고, 둘째는 정법(正法)을 존중함이며, 셋째는 정법을 쓰되 스스로 즐거워함이고, 넷째는 설법하는 이를 스승처럼 공경함이며, 다섯째는 설한 대로 수행함이다. 이러한 선근으로써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어 보리에 회향하기를 원함이니, 이것을 다섯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여섯 법을 성취하면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여섯인가? 첫째는 오로지 늘 부처님을 생각하여 부처 몸 되기를 원함이고, 둘째는 늘 법을 생각하여 법륜을 굴리고자 함이며, 셋째는 늘 스님을 생각하여 스님들을 덮어 보호하고자 함이고, 넷째는 늘 계율을 생각하여 모든 원을 채우고자 함이며, 다섯째는 늘 보시를 생각하여 일체 모든 번뇌의 때를 버리고자 함이고, 여섯째는 늘 하늘을 생각하여 하늘 중의 하늘(부처님)의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채우고자 함이다. 이것을 여섯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일곱 법을 성취하면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일곱인가? 첫째는 부처님에 대하여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음이고, 둘째는 법에 대하여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음이며, 셋째는 스님에 대하여 무너지지 않은 믿음을 얻음이고, 넷째는 다른 하늘들을 섬기지 않고 오직 부처님을 받들어 공경함이며, 다섯째는 쌓고 모아 간탐하고 아끼지 않고 말한 대로 능히 실행함이고, 여섯째는 말을 하되 허물이 없이 언제나 질박하고 곧음이며, 일곱째는 위의(威儀)를 두루 갖춤이니, 이것을 일곱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여덟 법을 성취하면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여덟인가? 첫째는 자기의 아들을 치우쳐 사랑하지 않음이고, 둘째는 자기의 딸을 치우쳐 사랑하지 않음이며, 셋째는 자기의 남편을 치우쳐 사랑하지 않음이고, 넷째는 옷과 영락에 전념하지 않음이며, 다섯째는 화려한 꾸밈이나 바르는 향에 탐착하지 않음이고, 여섯째는 좋은 음식을 위하여 마치 나찰(羅刹)이 살생해서 먹듯이 인연을 짓지 않음이며, 일곱째는 보시한 물건을 아까워하지 않고 항상 그것을 추억하여 환희심을 냄이고, 여덟째는 소행이 맑고 깨끗하여 항상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품는 것이다. 이것을 여덟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아홉 법을 성취하면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아홉인가? 이른바 아홉 가지 번뇌를 쉬는 법[息九惱法]이니, 내가 사랑하는 것을 미워하되 과거에도 미워하고 현재에도 미워하고 미래에도 미워함이며, 내가 미워하는 것을 사랑하되 과거에도 사랑하고 현재에도 사랑하고 미래에도 사랑함이며, 나에 대해서 과거에도 미워하고 현재에도 미워하고 미래에도 미워함이다. 이것을 아홉이라고 한다.
또한 여인이 열 법을 성취하면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니 무엇이 열인가? 첫째는 스스로 크다고 하지 않음이고, 둘째는 교만을 버림이며, 셋째는 어른을 공경함이고, 넷째는 말한 바가 반드시 진실함이며, 다섯째는 미워하고 원망하지 않음이고, 여섯째는 거칠게 말하지 않음이며, 일곱째는 어렵게 가르치지 않음이고, 여덟째는 탐내어 아끼지 않음이며, 아홉째는 포악하지 않음이고, 열째는 희롱하여 놀리지 않음이다. 이것을 열이라고 한다.
또한 착한 여자여, 만약 어떤 여인이 여실하게 여자 몸의 허물을 관찰한다면, 싫어서 떠나려는 마음이 생겨서 속히 여자 몸을 떠나고 빨리 남자를 이룬다. 여자 몸의 허물이란 이른바 욕심ㆍ성내는 마음ㆍ어리석은 마음 및 나머지 번뇌가 남자보다 무거움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이 몸속에는 백 가지 벌레가 있어서 항상 괴로움과 걱정과 근심하는 번뇌의 인연이 된다. 그러므로 여인에게는 번뇌가 더욱 많이 있으니 마땅히 잘 생각하고 관찰하여라. 이 몸은 곧 깨끗하지 못한 그릇이니 더러움과 냄새가 가득하다. 또한 말라버린 우물이나 텅 빈 성이나 황폐한 마을과 같아서 사랑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몸에 대해서 마땅히 싫증을 내야 한다.
또한 이 몸을 보아라. 계집종과도 같이 자유롭지가 못하다. 언제나 사람들[男女]의 옷과 음식과 살림살이[家業]를 위해서 괴로워해야 하며, 똥ㆍ눈물ㆍ침 등의 깨끗하지 못한 것을 없애야 한다. 아홉 달 동안 아이를 배면 몸에 온갖 병이 생기며, 낳을 때에도 큰 고통을 받아 목숨을 보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인은 여자의 몸에 대하여 싫어해야 한다. 또한 여인은 왕궁에 태어나더라도 반드시 남에게 붙어서 몸과 목숨을 마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종이나 하인이 주인[大家]을 따르며, 제자가 스승을 모셔 섬기는 것과 같다.
또한 갖가지 칼ㆍ막대기ㆍ벽돌ㆍ돌ㆍ주먹으로 맞거나 모진 말이나 욕지거리를 들으니 이러한 괴로움을 어찌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여인은 그 몸에 대하여 싫어해야 한다.
또한 여자 몸이란 늘 묶이고 갇혀 있다가 마치 쥐가 뱀과 함께 깊은 굴속에 있어서 함부로 나올 수 없는 것과 같다.
또한 여인은 법제(法制)가 몸에 따르지 않아 항상 다른 데서 음식ㆍ의복ㆍ꽃ㆍ향이나 갖가지 영락과 몸을 장엄하는 도구나 코끼리ㆍ말ㆍ수레들을 받는다. 그러므로 여자 몸을 싫어해야 한다.
또한 여자 몸은 남에게 부림을 받아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할 것이 매우 많으니 약을 빻고 쌀을 찧으며 콩ㆍ팥ㆍ보리ㆍ밀을 볶거나 갈며 털[毳]을 뽑고 베[疊]를 짠다. 이러한 갖가지 고역(苦役)은 한량없다. 그러니 여인은 그 몸을 근심해야만 된다. 이러한 갖은 괴로움을 영원히 떠나려면 마땅히 이 법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항상 여래께서 하신 말씀은 성실하다고 생각하고 출가를 찬탄해야 능히 부처님 은혜를 갚을 수 있다. 또한 ‘원컨대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가 되어 불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아서 다시는 화만(華鬘)이나 영락(瓔珞)이나 즐겁게 노는 정원이나 의복ㆍ음식ㆍ장신구를 탐내지 않겠다’는 마음을 내어라. 또한 자신이나, 모시고 있는 권속을 보아라. 마치 만들어진 나무사람[機關木人]과 같아서 힘줄을 잡아당겨서 굽혔다 폈다 들었다 놓았다 할 뿐이다. 이 몸뚱이는 거짓된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으니 오래지 않아서 망가진다. 이 몸뚱이는 변소와 같으니 아홉 구멍에서 갖가지 더러움이 흘러나온다. 이 몸뚱이는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어서 일어나고 앉고 하는 그 기가 4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몸뚱이의 모든 쌓임은 원한 있는 집과 같다. 이 몸뚱이는 비고 거짓이니 속이 튼튼하지 못한 것이 마치 텅 빈 마을과 같다. 이 몸뚱이는 주인이 없으니 부모에게 태어나서 다시 업을 지음으로써 꾸며 간다. 이 몸뚱이는 깨끗하지 못하니 냄새와 더러움만이 치성하다. 이 몸은 똥ㆍ오줌의 그릇이니 오래지 않아서 버려도 탐낼 만한 데가 없다. 이 몸은 죽음으로 돌아가니 내쉬고 들이쉬면 기어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이 몸은 나가 없으니[無我] 마치 풀ㆍ나무ㆍ기와ㆍ돌과 같다. 이 몸은 만든 이가 없으니 인연을 따라서 나온다. 이 몸은 많은 새ㆍ이리ㆍ개ㆍ여우[野干]의 밥 무덤에 버려지기 때문이다. 이 몸은 곧 괴로움의 덩어리이니 404가지 병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 몸은 항상 바람ㆍ추위ㆍ냉(冷)ㆍ열(熱)이 등분되어 온갖 병에 의해 허물어지니 언제나 약의 힘으로 보존되기 때문이다. 이 몸은 은혜를 알지 못하니 음식으로 길러주어도 만족함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몸은 무지(無知)하니 안으로 짓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몸은 곧 뒷몸[後邊]이니 반드시 죽음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인은 마땅히 이렇게 몸을 관찰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선법(善法)을 수행하여야 한다. 선행을 닦을 때에 만일 싱싱하고 좋은 꽃이나 먹을 만한 과일을 얻거든 먼저 모든 부처님들과 보살인 위없는 복밭[福田]과 스승과 부모에게 바친 뒤에 스스로 먹고 마땅히 이러한 생각을 하여라.
‘내가 지금 새롭고 좋은 꽃과 열매를 높고 귀하며 깨끗하신 복밭에 보시하니, 더럽고 묵은 여인의 몸을 떠나고 다시 새롭고 좋은 남자의 몸을 얻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이 법을 설하실 때에 회중의 5백 비구니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컨대 선근을 가진 우리들은 여자 몸을 떠나고 속히 남자를 이루게 해주십시오.”
그때 회중의 75명의 거사 부인들은 이렇게 법을 설하심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곧 몸에 달았던 영락을 부처님 위에 뿌렸고,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뿌려진 영락은 곧 부처님 정수리 위의 허공에서 75개의 네 기둥 보배대[寶臺]로 변하였으며, 단엄하고 뛰어나며 기묘하여 매우 좋아할 만하였다. 대 가운데에는 모두 여러 가지 보배로 된 자리가 있었으며, 각각 여래께서 앉아계시되 비구승과 보살과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있음이 저절로 나타났다.
그때 모든 거사의 부인들은 이 신기한 변화를 보고 갑절이나 기뻐하며 한없이 뛰면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머리를 발에 대고 예배하며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돈 뒤에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가진 선근을 모두 모으고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서 여자 몸을 떠나고 또한 위없는 보리에 회향합니다. 세존께서 큰 자비로 널리 설하신 여인의 몸에 받는 허물은 모두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이며 실답지 않음이 없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 그와 같은 나쁜 허물들을 영원히 여의겠으며, 이제부터 앞으로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5계를 받들어 지니며 범행을 깨끗이 닦아서 이러한 선근으로 일체 중생과 함께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겠습니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여러 거사 부인들에게 말하였다.
“자매들이 이렇게 크게 사자후를 하다니 드문 일이오. 하지만 그대들의 남편이 그대들이 범행을 닦도록 허락할지 모르니 반드시 그들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오.”
여러 거사부인들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만일 우리들이 각기 남편에게 ‘우리들은 어느 곳에서 이 세상에 왔으며 세상이 끝나서는 어디에 태어나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무리 우리의 남편이라 할지라도 능히 대답하지 못할 것인데 어찌 물을 필요가 있습니까? 존자 사리불이시여, 만일 여래께 여쭙기를 ‘우리는 어느 곳에서 끝나서 이 세상에 왔으며 이 세상이 없어지면 어디에 나야 합니까?’ 한다면, 여래께서는 밝게 보시고 저희들을 위하여 모두 분별하여 설명하실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의 부모이시고, 우리들의 존경하는 이시며, 우리들의 큰 스승이시고, 우리들의 복밭이시며, 우리들의 귀의할 곳인 보물섬[寶洲]이신데, 지금 범행 닦는 것을 무엇 때문에 남편에게 묻겠습니까? 이제부터 우리들은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 다시는 여느 여자들처럼 남편에게 매이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모든 결박을 제거했다면 다시는 그 사람을 묶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몸과 마음이 곧 우리의 남편입니다. 마음으로 범행을 닦으면 또한 상쾌하지 않겠습니까. 존자 사리불이여, 만일 내 남편이 아닌데도 남편이란 생각을 한다면 나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니 스스로 마음을 지키고 깨끗이 범행을 닦아서 뉘우치고 원망함이 없겠습니다.”
이때 존자 사리불은 모든 거사 부인들에게 말하였다.
“마땅히 부지런히 방편을 닦아서 여자 몸을 떠나라. 왜냐하면 여자의 몸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사 부인들은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제부터 다시는 여인의 번뇌를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곧 이마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제 부처님 앞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만일 여자 몸을 바꾸어 남자를 이루지 못한다면 끝내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자매들아, 나는 항상 말하기를, ‘혹 여자가 남자의 용맹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이가 있느냐?’라고 하였다. 그러나 자매들아, 16법이 있으니 능히 수행한다면 원하는 것을 모두 뜻대로 얻을 것이다. 무엇이 열여섯인가. 첫 번째는 계율이 청정함이고, 두 번째는 마음이 청정함이며, 세 번째는 공청정(空淸淨)이고, 네 번째는 무원청정(無願淸淨)이며, 다섯 번째는 무상청정(無相淸淨)이고, 여섯 번째는 무작청정(無作淸淨)이며, 일곱 번째는 신업(身業)은 그림자와 같음을 아는 것이고, 여덟 번째는 구업(口業)이 메아리와 같음을 아는 것이며, 아홉 번째는 의업(意業)이 허깨비[幻]와 같음을 아는 것이고, 열 번째는 연기법(緣起法)을 아는 것이며, 열한 번째는 두 가지 치우친 소견을 여의는 것이고, 열두 번째는 인연을 잘 아는 것이며, 열세 번째는 법은 허깨비[幻]와 같다고 관함이고, 열네 번째는 법은 꿈과 같음을 아는 것이며, 열다섯 번째는 상법(相法)은 불꽃과 같은 것이고, 열여섯 번째는 깊은 마음이 적정(寂靜)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16청정법을 설하실 때에 대지는 진동하였으며, 부처님의 위신(威神)으로 75명의 거사 부인의 남편들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들의 아내들이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는 것을 보고 존자 사리불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들의 아내가 무슨 인연으로 부처님 발에 머리로 예배하였습니까?”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이들 자매들은 부처님께서 여자 몸을 떠나는 법을 해설하시는 것을 듣고 마음이 매우 즐거워 한없이 뛰며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서 몸과 목숨이 하다도록 5계를 받들어 지니고 깨끗이 범행을 닦겠다’라고 하고 지금 부처님 앞에 머리 대어 발에 예배하였다. 그리고 맹세하기를, ‘내가 만일 여기서 여자 몸을 바꾸어 남자를 이루지 못한다면 끝내 일어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여러 거사들이여, 그대들은 이 여러 자매들을 놓아서 불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게 하라.”
여러 거사들은 대답하였다.
“존자의 말씀대로 모두 출가를 허락하겠습니다. 그러나 존자 사리불이여, 저희들도 지금 불법 가운데 출가하기를 원하오니 저희들부터 먼저 제도하신 뒤에 여인들을 제도하십시오.”
그때 사리불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여러 거사들이 부처님의 정법(正法)에 출가하고자 하니 원하건대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거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법 가운데 뜻대로 출가하여라.”
이때 거사들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하건대 저희들을 출가하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여.”
그리고 모두 사문이 되어 몸에 가사가 입혀져서 위의를 갖추었다. 그때 모든 거사 부인들은 부처님의 위신으로 선근의 힘을 의지하여 바로 관하고 사유하였으며, 여자 몸을 떠나고 남자로 변하였다. 또한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곧 7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올라가서 이구동성으로 게송을 설하였다.
법이란 다 허깨비[幻] 같아서
분별을 쫓아서 생겨났을 뿐
으뜸가는 진리[第一義] 속에선
남자ㆍ여자가 있을 수 없네.
요술쟁이가 환술로써
네거리 길 복판에서
남녀의 상(像) 만들어
병사들과 어울려 싸움질하네.
다 같이 서로를 침해하지만
그 일은 진실이 아니라네.
나 이제 생사(生死)를 관하니
허깨비와 같아 다름이 없네.
흡사 사람이 꿈속에서
갖가지 일들을 만들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닌 까닭에
깨고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네.
나라는 소견 자세히 관하면
다만 5음ㆍ6입ㆍ18계라
참다운 몸 없고
다만 뒤바뀜을 따라 생긴 것이라네.
비유하면 물속의 달과 같이
보기는 해도 잡을 수 없듯이
법의 성품은 물과 달 같아서
사실은 가고 옴이 없네.
또한 뜨거운 때 불길처럼
흔들리는 모양 보고
혹 강이나 못으로 보지만
진실은 없네.
법이란 모두 불꽃같아서
그 성품은 없고
뒤바뀜을 따라 났을 뿐
끝내는 나[我]가 없네.
내가 본래 여자된 것이
뒤바뀜을 쫓아 난 것이며
이제 남자 몸 관하니
모두가 공(空)하여 없구나.
만약 능히 공한 줄 알아
분별 내지 않으면
곧 현법 가운데서
몸으로 무가애(無罣礙) 증득하리라.
이는 부처님 경계의 힘이며
전생의 복으로 생김이니
눈앞의 법 또한 닦아서
여인의 몸 떠나네.
만약 어떤 여인이
남자 몸 이루려거든
마땅히 보리심 내어라.
소원을 곧 성취하리라.
그때 여자 몸을 바꾸어서 출가했던 보살들은 공중으로부터 내려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그들의 남편이었던 여러 거사들에게 말하였다.
“선지식이여, 그대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기란 어려운 것이며, 모든 어려움이 생기지 않기란 더욱 어려운 것이며, 큰 자비심으로 중생들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기란 더구나 어려운 것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보리심을 내었다면 그것은 곧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께 공양한 것이 됩니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여자 몸을 바꾼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모두 우리들의 큰 선지식들이니 우리들을 교화하시오. 그대들은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했을 것이오. 우리들은 지금 부처님 앞에서 보리심을 내었으며 미래 세상에 부처를 이루되 모두가 세존 석가모니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처럼 되기를 원합니다.”
그때 여자 몸을 바꾼 보살들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우리들의 출가는 선래(善來) 비구가 출가하는 법대로가 아니고 또한 성문으로 출가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선남자들을 위하여 법대로 출가하게 하라.”
미륵보살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예, 세존이시여, 출가하게 하겠습니다.”
그때 무구광녀(無垢光女)는 자기 어머니 처소에 이르러 말하였다.
“아바(阿婆:淨日夫人)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십시오. 어머니가 만일 발심하신다면 저는 이미 아바의 은혜를 가진 셈이 됩니다.”
어머니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발심하였다. 왜냐하면 네가 열 달 동안 뱃속에 있을 그때부터 줄곧 간탐하는 마음이나 계를 파하는 마음이나 성냄ㆍ게으름ㆍ어지러운 생각이나 나쁜 지혜ㆍ삿된 견해나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은 마음을 내지 않았으며, 항상 뛸 듯이 기뻐하며 몸과 마음이 안락하였으며, 항상 꿈속에서 모든 여래께서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시는 것을 뵙고 나는 이때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지금 뱃속에 품은 아이는 반드시 보살이구나’ 하였다. 꿈속에서 부처님을 뵙고 마음이 즐거워서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지만 이제 네가 나에게 권하니 너의 말을 따라서 거듭 발심을 해야겠다.”
그때 무구광녀의 왼쪽 손에는 저절로 묘한 보배 일산이 나왔으며, 그것을 가지고 어머니 계신 곳에 이르러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 보배 일산을 여래께 바치시고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법보(法寶)의 일산을 만들겠다는 큰 원을 발하셔야 합니다.”
그때 정일부인(淨日夫人)은 그 보배일산을 취하여 부처님께 바치고 이러한 원을 내서 말하였다.
“이 선근으로 인하여 저로 하여금 장래에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을 위하여 법보의 일산을 만들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신통을 부리는[遊戱] 이 무구광녀는 무구칭왕(無垢稱王) 불국토로부터 여자 몸을 받아 이 세상에 왔다. 또 사리불이여, 여자는 본래 보살로서 무구광(無垢光)이라 이름하였는데,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중생들을 성취시키기 위하여 지금 여자의 몸을 받은 것이며 결코 행한 업(業)으로 인(因)해서가 아니다. 사리불이여, 너는 이들 75명의 거사 부인들이 모두 남자가 된 것을 보았느냐?”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무구광녀는 긴긴 밤에 원을 내되 ‘만일 어떤 중생이 나의 부모라면 반드시 그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사리불이여, 이 삼천대천세계의 별자리들은 그 수를 알기 쉬워도 이 무구광녀의 전세(前世)의 부모가 그녀의 권장과 인도를 받고 선법을 수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은 이들은 그 수를 알기 어렵다.”
그때 무구광녀는 앞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일체의 모든 법에는 남자도 여자도 없다고 하였는데 그 말이 만약 사실이라면 저로 하여금 남자가 되게 해주십시오.”
이 말을 할 때에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종류의 진동을 하였으며 무구광녀는 여자의 모양이 곧 없어지고 변화하여 상호(相好)가 장엄한 남자의 몸을 성취하였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무구광보살에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고서 능히 불사(佛事)를 지으며 내지 이와 같이 매우 드문 일을 할 수 있는가?”
무구광보살은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진실로 지금 말씀한 대로 모든 보살마하살이 크게 장엄을 서원하고 일체 중생을 이익하게 하고 성취시키고자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비유하면 아가루(阿伽樓)나무에 있는 꽃이나 잎은 다만 아가루향만 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보살마하살 내지 한마음 선(善)을 내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되어 언제나 불법의 공덕이란 향기를 냅니다.”
이 법을 말할 때에 회중의 1만 2천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땅은 크게 진동하였다. 허공의 모든 하늘에서 갖가지 꽃이 비처럼 내렸고, 모든 하늘들의 악기는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무구광보살이 참되고 깨끗한 법을 말한 것이다. 만약 어떤 중생으로서 이 법을 듣는 이는 깊은 마음으로 믿고 즐거워하며 큰 위엄과 세력을 얻게 되고 온갖 환난(患難)을 여의며 모든 선행을 닦을 것이다. 만약 어떤 여인이 이 경을 듣는다면 마땅히 알라. 그 몸은 맨 나중 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경은 여인의 몸에 갖가지 허물[過患]을 자세히 말했으며, 또한 여러 가지 수행으로 여자 몸을 떠나는 청정한 법을 자세히 해설하였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경을 지니고 읽고 외워서 환히 알 것이며, 남을 위하여 해설하고 널리 유포하도록 하여라. 무엇 때문인가? 아난아, 만일 어떤 여인이 갖가지 보배로 염부제(閻浮提)에 가득 채워 불세존께 보시하고 그 선근으로써 여자 몸을 떠나기를 구하고, 다시 어떤 여인은 이 경을 얻어 듣고 믿으며 이해하고 기뻐하며 그 선근으로써 여자 몸 떠나기를 구한다고 한다면 아난아, 마땅히 알라. 이 경의 이름을 듣는 이가 더 빠를 것이다.”
아난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경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아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경의 이름은 전녀인신(轉女人身)이다. 또한 무구광보살소문(無垢光菩薩所問)이라고도 이름하고, 또한 무과칭보살도교(無過稱菩薩道敎)라고도 이름한다. 마땅히 생각하여 받아 지녀라.”
부처님께서 이것을 다 설하시자 무구광보살과 다른 국토에서 온 보살들과 무구광의 부모와 장로 아난과 그때 모인 모든 하늘ㆍ건달바ㆍ아수라ㆍ인비인(人非人)들이 부처님의 설하신 것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며 받들어 예배하였다.
『불설전녀신경』 1권(ABC, K0233 v11, p.455a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