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박종환 감독이 7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
년 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이루면서 국민 스타로 등극했다. 한국은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는데,
북한이 심판 폭행으로 국제 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받으면서 우리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당시
한국은 30년간 월드컵 본선 진출조차 못 했던 세계 축구의 변방이었다. 축구협회는 박종환에게
티켓을 반납하고 출전하지 말라고 압박했지만, 그는 기회를 차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싸웠고,
결국 엄청난 일을 내고 말았다.
▶박종환의 별명은 ‘독사’였다. 혹독하고 강압적인 훈련과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 사이에 악명
이 높았다. 선수들에게 태릉선수촌 가파른 뒷산을 매일 아침 뛰게 했다. 해발 2000m 넘는 멕시코
고지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해 마스크를 쓴 채 400m 트랙을 20바퀴 이상 달리게 했다.
처음 마스크를 착용하고선 선수들이 5분을 못 버텼다고 한다.
▶멕시코에서 대표팀은 멕시코, 호주, 우루과이를 차례로 꺾었고 4강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
졌다. 기동력과 체력에 감탄한 해외 언론이 ‘붉은 악령’이란 찬사를 보냈다. 멕시코 4강 이후 한
국에 축구 열풍이 불었고, 그는 폭발적 인기를 바탕으로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다섯 번이나 역임
했다. 절대 권위를 가진 카리스마 리더십의 한 시대를 풍미한 셈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한국은 금메달 42개로 중국·일본에 이어 종합 3위,
전체 메달 수는 190개로 2위인 일본(188개)을 앞질렀다. 많은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배드민턴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21). 그녀는 인간의 한계 극복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통증을 참기 위해
테이핑을 너무 세게 한 나머지 무릎은 피가 통하지 않아 시커멓게 변했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주저앉아 냉찜질해야 했지만 그의 투지는 굽힐 줄 몰랐다.
▶안세영은 경기 종료 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무릎에서 ‘딱’소리가 나면서 무언가 어긋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경기장까지 날아와 딸을 응원하던 어머니는 “그만해. 기권해도 괜찮아”라고
울먹였지만 안 선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 시
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드디어 금메달, 29년 만에 찾아 온 값진 선물이다.
▶안세영은 이제 겨우 21살이다. 이렇게 어린 선수가 가공할 정신력과 체력으로 큰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아마도 엄청난 연습벌레에 독한 승부근성을 키워왔음이 분명했다. 한 마디로 악바리
였다. 안 선수를 보면서 나는 살아오는 동안 이처럼 치열하게 승부를 걸어 본적이 있었던가를 반성해 본다. 자랑스러운
안 선수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그녀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내년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천 선수촌에 입성하기 전에
해병대 훈련을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요즘 선수들은 체력운동을 기피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는 의견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볼 여지
는 있다고 본다. ‘독사 감독’과 ‘악바리 선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첫댓글 참말로 한국 축구계의 큰별이 하나 졌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코메디 황제 고. 이주일씨의 절친이라고 했었는데....
우리나라 국해우사당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뛴 선수들 본을 좀 받아야 되는디~~~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체육은
강건한 체력과 투지 그리고 끈기가 아니고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는 분야이지요.
우리나라 인구에 견주어 3등을 했다면 1등을 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수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뼈를 깎는 노력에 찬사를,
일찍이 돈맛을 들인 프로답지 않는 일부 프로 선수들에게 경종을.
안 세영선수가 진정한 대회 MVP 인데...대한체육회의 무성의에 그저 한숨이.
박 종환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
근무시간중인데도 숙직실에서 중계방송 듣다가 지점장님께 들켜 지레 놀랬다가 "같이 봐."하셔서 같이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라면만 먹고도 금메달 땄던 육상 선수 '임xx' 선수 생각이 나네요.
박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