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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 지연의 일기 ◑
선배와 밥을 먹으러 분식집에 왔다.
저녁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한산한 가게..
"저기에 앉자.."
"네.."
자리를 잡고 의자에 앉은후.. 메뉴판을 둘러본다.
음.. 뭐먹나..
"선배님은 뭐먹을꺼에요?"
"나? 나야 당연히 김치찌개지.. 넌?"
"음.. 아직 냉면은 안되겠죠? 갑자기 냉면이 땡기네.."
"하하.. 냉면이야 6월이나 되야 나오지.."
"그럼 저도 그냥 김치찌개 하죠뭐.."
"오케이.. 아줌마.. 여기 김치찌개 두개요.."
선배가 주문을 한다..
"아줌마.. 저희 왔습니다.."
한참 밥을 먹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목소리.
이.. 이건.. 재영 선배?
"오호.. 이게 누구야.."
.............
"............."
"야.. 지연이 같은 퀸카님께서 이런 누추한곳엔 어인일로.. 하하하.."
역시.. 그냥 지나치질 않는 재영 선배..
한바탕 소란스러워질거 같은 예감이 들고만다.
"어이 재영아.. 너 인사 안하냐?"
밥을 먹다말고 갑자기 재영선배에게 말을 거는 봉구선배..
아.. 이거 느낌 안좋아..
"아.. 형님 계셨군요.. 하하.. 잘 지내셨습니까?"
..............
"어.. 거 밥먹는데 신경쓰이니까 자리잡고 언능 앉든가 해라.."
그러더니..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봉구선배..
"하하.. 알겠습니다. 많이 드십쇼 형님.."
그러더니.. 함께온 일행들과 함께 봉구선배의 뒷쪽 자리에 앉아버린다.
다행이야.. 별 트러블 없이 넘어가서..
"선배님.. 영화나 보러갈래요?"
"영화? 재밌는거 나왔어?"
"아뇨 뭐.. 그냥.. 별로 할것두 없궁.."
"그럴까? 시내가서 쇼핑도 좀 하고?"
"당연하죠.. 홍홍.."
"오케이.. 언능 먹고 가자.."
"네.."
서둘러 밥을 먹기 시작하는 나와 봉구선배..
근데 그때 재영선배가 뜬금없이 우리 테이블쪽으로 오더니 내게 말을 건다.
"야..."
"왜요?"
"너 소개팅 한번 해라.."
............
뭐야 이선배..
나랑 봉구선배 사귀는거 모르나?
"뭔소리에요?"
"저기 내 친구놈이 너좀 소개해 달란다."
.............
아.. 진짜 살다살다 이런 희안한 인간은 첨보는거 같다.
"재영아..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가서 밥이나 먹어라.."
"형님은 좀 빠지시구요.. 어때? 쟤 진짜 괜찮은 놈이니까 한번해봐."
"싫어요.. 그리고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저랑 봉구선배 사귀는거 몰라요?"
"알어.. 알긴 아는데.. 그냥 만나만 보라고.. 뭐 별거 있냐.. 그리고 솔직히 너랑은.. 저놈이 더 잘어울릴거 같은데.."
헉.. 뭐야 이선배.. 미친거 아냐?
봉구선배 듣는데 이런말을 어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해?
슬쩍 쳐다본 봉구선배는..
..............
말없이 고개숙인채 밥만 씹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선배의 수저를 쥔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게
내 눈앞에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아.. 이런..
"재영아.."
"네 형님.."
"경고한다.. 좋은말로 할때 가라.."
"하하.. 왜이러십니까.. 전 그냥 지연이랑 잠깐 할얘기 있는거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식사나 하십쇼.."
............
재영선배 혹시..
봉구선배의 심기를 건드려.. 싸움을 걸려고 이러는건가?
도대체 왜 이러는거지?
"가라.."
선배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야.. 이지연.. 어쩔꺼야.. 생각있어?"
"이자식이 근데.."
결국 참다못한 선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영선배의 멱살을 움켜쥐고 만다.
아.. 안돼.. 흑..
"하하.. 왜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십시요.."
"꺼지라고 했지.."
"놓으라고 했습니다."
"한번만더.. 쓸데없는 소리하면.."
"하면?"
"죽..여..버린다.."
"어이쿠.. 무서워라.."
".............."
"그러지 말고.. 맞짱한번 뜹시다.."
맞짱? 싸운다고?
아.. 안돼..
"왜이래요.. 그만해요 선배님.. 재영선배님도 그만하세요.."
다급한 마음에 말려보지만..
재영선배의 멱살을 움켜쥔 선배의 팔을 풀기엔 역부족이었다.
"............"
"겁나십니까?"
"따라와.."
헉.. 선배님..
제정신 이에요?
이러다 뚜들겨 맞기라도 하면 어쩌려구요?
"오호.. 콜.. 갑시다.."
"선배님.. 저..정말 왜이래요?"
애처로운 눈빛으로 선배를 말려보려한다.
"괜찮아.. 어짜피 한번은 겪어야될 일이었어.."
"저땜에 그런거라면 괜찮아요.."
"내가 안괜찮아.."
...........
선배의 눈빛을 보니..
아무래도.. 이 싸움을 말릴 방법은 없어보였다.
어뜩해.. 흑..
"어이구.. 눈물 나네.. 거 그만 나불대고 언능 갑시다"
................
아.. 증말 이 재영선배는 대체 왜이렇게 사람 속을 긁는거야..
말없이.. 앞서 걷기만 하는 선배..
그리고 내 뒤로 재영선배와.. 그 일행이 뒤따라온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배 몰래 은혁 선배에게 문자를 보낸다.
* 선배님.. 지금 봉구선배랑 재영선배 싸울려고해요.. 본관 뒤 테니스장 쪽이니까 빨리좀 와주세요 흑 *
"저..정말 괜찮겠어요?"
"하하.. 걱정 말라니까 그러네. 저런놈 정도야 하..한방이야.. 하하"
...........
내 앞에서 만큼은 떠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으려는듯 억지 웃음을 지어주는 선배다..
바보같은 선배..
목소리가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알기는 아는거야? 흑..
"그래두.. 흑.."
"걱정말고..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 아니다. 그냥 먼산 보고 있어라.. 이런 폭력적인건 아예 안보는게 좋아.."
"............."
결국 한가득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있는 나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심호흡한번 크게하고는 뒤돌아.. 재영 선배쪽으로 가는 봉구선배였다.
선배님..
이왕 이렇게 된거 힘내세요..
부디..
이기셔야 해요..
멀찌감치 봉구선배와 재영선배가 마주본채
뭔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재영선배 특유의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갑자기 봉구선배의 주먹이 재영선배의 얼굴을 강타했다.
우당탕..
맞고 쓰러지면서 뒤에 있던 스레기통에 쳐박히는 재영선배..
그동안 쌓였던 체증이 일순간에 날아가는듯했다.
우와..
이거 정말 봉구선배가 이기는거야?
진짜?
갑자기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볼을 어루만지며 일어서는 재영선배..
다시 서로 마주보더니.. 뭔가 이야기를 한다.
좀더 가까이 가볼까?
무슨 얘기를 하는지 통 들리질 않으니.. 제법 답답해졌다.
슬쩍 한걸음 내딛는 순간..
퍽~
봉구선배가 재영선배의 주먹을 맞고 쓰러져버렸다..
아.. 안돼.. 흑..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까딱이던 봉구선배..
슬쩍 나를 쳐다본다..
뭔가.. 힘내라는 표정을 지어줘야 되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냥 멀뚱히 쳐다만 봐야했다..
다시금 재영 선배에게 주먹을 날리는 봉구선배..
하지만.. 주먹을 피한후.. 봉구선배의 얼굴에 또한번 펀치를 날려버리는 재영 선배였다.
다시 쓰러져 버리는 봉구선배..
...............
그런 봉구선배에게 발길질을 해대는 재영선배..
아..
안돼..
하지만.. 맞으면서 꾸역꾸역 다시 일어나는 봉구선배였다.
그..그만해요 봉구선배.. 흑..
"지연아.."
때마침 도착한 은혁선배와 윤아..
"아.. 선배님.. 빨리 저거좀 말려주세요.. 저러다 봉구선배 죽겠어요..흑.. "
"그..그래.. 알았어.."
그러더니 가방과 겉옷을 벗어.. 땅바닥에 내려놓는다.
"아.. 봉구오빠 어떡해.."
윤아마저도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봉구선배를 걱정해주기 시작했다.
"뭐해요 오빠.. 언능 안가고~"
싸움의 현장으로 가다가 잠시.. 멈칫한 은혁선배였다..
"선배님.. 뭐해요.. 빨리요.."
"야.. 잠깐만 좀 지켜보자.."
...............
"미쳤어요? 봉구선배 저러다 죽으면 어쩔라구요.. 빨리좀 말려요 빨리.."
"가만 있어봐.."
그러더니.. 유심히 둘의 싸움.. 아니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봉구선배를 지켜보는 은혁선배다.
아.. 이 선배 왜이래 오늘따라..
"오빠 왜그래요~ 진짜 저러다.. 아~"
"안가도 될거 같다.."
"네?"
나와 윤아가 동시에 놀란채 묻는다..
뭔소리야?
"어짜피 봉구가 이길거야.."
..........
지금.. 저렇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봉구선배가 안보이나?
"뭔소리에요? 저거 안보여요? 한대도 못때리고 맞고만 있잖아요..흑.."
"하하.. 걱정마.. 저놈 지금 일부러 맞고있는거니까.."
"네?"
또다시 놀라서 묻는다.
도대체 이 선배는 아까부터 무슨 얘길 하고 있는거야 대체..
"잘봐봐.. 재영이놈 지쳐서 이제 팔도 재대로 못휘둘러.. 어쭈 봉구 저놈 웃는거봐라..하하.. 봤냐 지연아?"
"네? 진짜요?"
때리는 재영선배만 보느라 봉구선배의 표정을 미쳐 보지 못했다.
아니 사실 봉구선배가 맞고부턴 차마 선배의 모습을 볼수 없던 나였다.
다시 싸움의 현장으로 고개를 돌리자..
재영선배가 팔을 휘두르다 균형을 잃고 쓰러져 버리고 있었다.
...............
그러자.. 그제서야 봉구선배가 땅에 손을 짚더니 천천히 일어서는 것이었다.
뭐..뭐야 이 상황은?
"싸움이란게.. 사실 체력싸움이거든. 재영이가 그걸 잘 몰랐나부다. 하하.."
"..............."
"오빠.. 그럼 이제 봉구선배가 이기는거에요?"
"그렇지뭐.. 재영이녀석 지금쯤 다리풀려서 일어나지도 못할꺼다 아마.."
"우와.. 짱이다.."
".............."
내가 보기엔 그냥 일방적으로 맞다보니 이렇게 된거 같은데?
설마 봉구선배가 그런 생각하고 싸운거라고?
에이 설마..
............
그나저나.. 다행이야..
이제.. 선배가 더이상 맞는건 아닌거잖아..흑..
감격의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질려는 찰나..
퍽~
봉구선배가.. 쓰러져 있던 재영선배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 버린다.
그리곤 재영선배를 향해 뭐라고 얘기하는게 보인다.
..........
순간..
알수없는 기분이 들기 시작해버린다.
봉구선배가..
저렇게 사람을 때리는게..
싫다..
웬지 싫다..
아무리 너무 싫고 죽도록 패주고 싶던 재영선배라도..
그걸.. 봉구선배가 때리는건 보고 싶지 않다.
봉구선배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그리곤 나에게 눈빛으로 질문을 하는듯 보인다..
이 재영이 녀석을 어떻게 해줄까.. 라는듯한 질문을 말이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준다.
그만 하라고..
더이상 폭력쓰는 모습 보고 싶지 않다고..
내 뜻을 전해주었다.
이런 내 모습을 이해할수 없다는것인지..
나를 한참 쳐다보는 봉구선배..
다시.. 고개를 흔들어준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뜻을 받아들였다는 표시를 보이는 선배..
재영선배에게 다가가.. 뭐라고 얘기를 한다.
고마워요 선배..
저를 위해 이렇게 듬직한 모습 보여줘서.. 너무 기뻐요..
사람 함부로 때리는 못난모습 보여주지 않아.. 너무 감사해요..
이제 선배와 함께라면..
그 어떤 누구도 무섭지 않을꺼 같아요..
선배님이 절 이렇게 지켜주실거란 믿음..
확실하게 느끼게 됬어요.
고마워요 정말..
◐ 봉구의 일기 ◑
지연이와 식당에 와있다.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지연이는 식탐이 보통이 아니다.
식사시간 한시간 전만 되면 배고프다고 계속 징징대기 시작하고..
밥을 먹어도 늘 남기질 않는다.
가끔은 내 밥까지 뺏어먹는 그녀였다.
..............
오늘도 어김없이 김치찌개를 시킨다.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지만..
유난히 이 분식집 김치찌개 맛이 훌륭한 탓도 있다.
다행히.. 지연이의 입맛에도 맞는것인지..
자주 같이 시켜먹곤 한다.
"갑자기 냉면이 땡기네.."
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냉면을 찾는 그녀..
.............
그냥 여기서 나가 냉면집으로 갈까하다가..
근방에 냉면집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이내 대꾸해버린다.
"하하.. 냉면이야 6월이나 되야 나오지.."
"그럼 저도 그냥 김치찌개 하죠뭐.."
"오케이.. 아줌마.. 여기 김치찌개 두개요.."
주문을 하곤.. 지연이와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너 시험 발표 난거 있어?"
"아뇨 아직.. 선배님은요?"
"어.. 난 다음주에 하나 발표났다.. 에휴.. 이제 좋은시절도 다갔네.."
"그러게요..힝.. 이번주에 빡시게 놀아요 우리.."
"그러자.. 하하.."
하지만.. 난 안다.
어짜피 지연이와 함께 공부한다면..
이제까지 경험해오던 지루하고 끔찍한 시험기간이 아닐것이라는걸..
매 순간이 행복한.. 시간들이 될거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얼마전부터..
시험기간이 빨리 다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던 나였다..
밥을 한참 먹는데..
그다지 보고싶지 않던..
재영이 녀석과 그 친구들이 들어온다.
"오호.. 이게 누구야.."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인사는 커녕.. 지연이에게 먼저 말을 거는 재영이였다.
"............."
"야.. 지연이 같은 퀸카님께서 이런 누추한곳엔 어인일로.. 하하하.."
괜히 얌전히 밥을 먹는 지연이에게 시비를 붙인다.
"어이 재영아.. 너 인사 안하냐?"
"아.. 형님 계셨군요.. 하하.. 잘 지내셨습니까?"
..............
이자식.. 역시 재수없다.
"어.. 거 밥먹는데 신경쓰이니까 자리잡고 언능 앉든가 해라.."
좀 떨리긴 하지만..
지연이가 앞에 앉아있었기에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폼을 잡아본다.
"하하.. 알겠습니다. 많이 드십쇼 형님.."
..............
오잉? 그냥 가는거야?
덤비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야.. 휴..
뒤에 앉아있는 재영이 무리의 존재도 잊은채..
다시 지연이와 즐거운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나였다.
영화를 보러가자기에..
서둘러 밥을 먹기 시작하는 나와 지연이..
"야..."
갑자기 재영이 놈이 우리 테이블 앞에 오더니 지연이를 부른다.
"왜요?"
"너 소개팅 한번 해라.."
이.. 이런 미친..
"뭔소리에요?"
"저기 내 친구놈이 너좀 소개해 달란다."
.............
이자식.. 나랑 지연이 사귀는거 뻔히 알면서 뭔짓이지?
"재영아..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가서 밥이나 먹어라.."
욱하는 마음을 겨우 참고.. 차분하게 재영이에게 이야기한다.
"형님은 좀 빠지시구요.. 어때? 쟤 진짜 괜찮은 놈이니까 한번해봐."
..............
지..지금 나 무시한거?
"싫어요.. 그리고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저랑 봉구선배 사귀는거 몰라요?"
"알어.. 알긴 아는데.. 그냥 만나만 보라고.. 뭐 별거 있냐.. 그리고 솔직히 너랑은.. 저놈이 더 잘어울릴거 같은데.."
...............
내가.. 이런 놈따위한테.. 이딴 소리나 들어야 하다니..
갑자기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들고 있던 숫가락을 그놈 얼굴에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는다.
손에 힘을 꽉 주고는.. 힘겹게.. 힘겹게.. 분노를 수그러트린다.
참아야된다..
지연이도 앞에 있는데.. 못난 모습 보일수 없다.
절대..
약한 모습 보이지 마라 김봉구..
"재영아.."
목소리를 깔고.. 재영이를 부른다.
"네 형님.."
"경고한다.. 좋은말로 할때 가라.."
뭔가 좀 있어보이게.. 최대한 태연한척.. 쎄보이는척 하는 나였다.
"하하.. 왜이러십니까.. 전 그냥 지연이랑 잠깐 할얘기 있는거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식사나 하십쇼.."
............
또 무시를 당한다..
분노가 또다시 서서히 피어오른다.
"가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또한번 묻는다..
"야.. 이지연.. 어쩔꺼야.. 생각있어?"
..............
"이자식이 근데.."
결국 참지 못한 나는..
재영이의 멱살을 움켜쥐고 말았다..
"하하.. 왜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십시요.."
"꺼지라고 했지.."
"놓으라고 했습니다."
재영이 녀석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어 버린다.
"한번만더.. 쓸데없는 소리하면.."
"하면?"
"죽..여..버린다.."
진짜..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버렸다..
날 조롱하고 비웃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녀석을..
이자리에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어이쿠.. 무서워라.."
...........
죽여버릴까?
자꾸.. 충동이 생긴다.
슬쩍 지연이를 본다..
울먹이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오고 있다.
아.. 지연아..
니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내가..
내가 어찌할수가 없잖니..
이놈.. 죽여버리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수가 없잖아..
아.. 정말.. 어쩌란거야..
"그러지 말고.. 맞짱한번 뜹시다.."
..............
지연이의 표정으로 마음이 좀 가라앉으려는 찰나..
재영이가 뜻밖의 제안을 해온다.
맞짱?
그.. 그래..
이거다..
이번 기회에 이놈을 박살내버리는거다..
오케이..
지연이 보는 앞에서..
이녀석을 묵사발 내버리는거야..
좋아..
잘됐어..
"왜이래요.. 그만해요 선배님.. 재영선배님도 그만하세요.."
..............
하지만..
이런 울먹이는 지연이의 간절한 애원에..
또한번 고민에 빠지는 나였다.
"............"
"겁나십니까?"
..............
아니다..
이놈은 이번기회에 손보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럴놈이다.
지연이에겐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곤.. 재영이의 물음에 대답해준다.
"따라와.."
"오호.. 콜.. 갑시다.."
"선배님.. 저..정말 왜이래요?"
미안해 지연아..
오늘만 봐주렴..
"괜찮아.. 어짜피 한번은 겪어야될 일이었어.."
"저땜에 그런거라면 괜찮아요.."
"내가 안괜찮아.."
니가 이렇게 재영이에게 당하고 있는데..
내가 어찌 괜찮을수가 있겠니..
"어이구.. 눈물 나네.. 거 그만 나불대고 언능 갑시다"
끝까지 빈정을 대는 재영이였다.
너..
오늘..
박살을 내버리겠어..
개자식..
떨린다..
사실.. 킥복싱을 한달정도 배웠다는 자신감 하나 믿고 이러고 있던거였다.
근데 막상 싸울만한 장소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긴장과 두려움이 마음속을 자리잡아가고 있는 나였다.
침착해라 봉구야..
지연이도 보고 있는데..
제발.. 잘하자!!
뒤로.. 말없이 지연이가 쫓아오고 있었고..
그 뒤로 재영이와 친구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저..정말 괜찮겠어요?"
테니스장에 도착하자.. 드디어 지연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어온다.
"하하.. 걱정 말라니까 그러네. 저런놈 정도야 하..한방이야.. 하하"
걱정하는 지연이를 위해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두.. 흑.."
"걱정말고.. 여기서 지켜보고 있어.. 아니다. 그냥 먼산 보고 있어라.. 이런 폭력적인건 아예 안보는게 좋아.."
"............."
입술을 꾹 깨물며.. 언제라도 울음을 터뜨릴듯한 눈빛을 짓는 지연이..
걱정마 지연아..
니가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질수가 있겠니..
널 위해서라도 목숨걸고 이길테니까..
재영이 저놈 박살내 버릴테니까..
좀만 기다려..
알았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지연이의 어깨를 툭툭 쳐준후..
멀리 재영이가 서있는 테니스 코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이제부터는 말려줄사람도 없다.
한번 맞기 시작하면 죽도록 맞는것이다.
이런 두려움이 엄습하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려오기 시작하고
머리속이 하얘져버린다.
아.. 안돼.. 정신차려 김봉구..
심호흡을 크게 하며 최대한 안정을 찾으려 노력하는 나였다..
"하하.. 이거참 형님한테 주먹날릴 생각하니 맘이 쓰리군요.."
"까불지 말고 덤벼임마.."
"먼저 치시죠.. 한대 맞아주고 시작하겠습니다."
............
이자식이 아직도 무시하네..
"후회할텐데?"
"하하.. 걱정 마시고 치십쇼.. 선후배사이에 이정도는 지켜줘야 하쟎습니까.."
"좋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온힘을 실어.. 재영이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퍽~~
우당탕~
충격이 제법 있었는지.. 뒤로 나가 떨어지는 재영이..
그나저나 내 주먹도 꽤나 아프다..
"하하.. 이거 생각보다 쎄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라더니 갑자기 주먹을 날려 내 얼굴을 가격해 버린다.
퍽~~
뭔가 번개가 지나간것 마냥.. 머리가 하얘지더니.. 뒤로 나자빠져버린다.
아.. 이놈.. 기습공격을 하다니..
방심했어..
"일어나십쇼.. 이제 시작입니다.."
몸을 일으킨다..
"그러냐? 짜식.. 그럼 나도 시작해 볼까.."
라면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습 펀치를 날린다.
휭~~
하지만 나의 주먹은 허공을 가르고.. 나의 주먹을 피한 재영이 놈이 나의 턱에 어퍼컷을 날려버렸다.
퍽~~
"윽..."
또다시 쓰러져 버린다.
그리곤 재영이 녀석의 발길질이.. 나의 복부와 옆구리.. 얼굴등을 강타하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공격에.. 좀처럼 일어날 순간을 찾지 못하였고..
결국 계속 맞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아 젠장.. 이거뭐 재미도 없고..."
한참을 때리던 재영이가..
잠시 멈추더니.. 나보고 일어나라는 손짓을 한다.
꾸역꾸역 일어나는 나..
"나도 재미없다. 너 왜이렇게 펀치가 약하냐.. 맞아도 느낌이 안나.."
슬슬 재영이의 기분을 건드려버린다.
"하하.. 씨X~ 장난해?"
그러더니 또한차례 강한 펀치를 날리는 재영이..
다시한번 맞고 쓰러져버린다.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맞아도..
느낌이 없다..
아프단 느낌이 들질 않는다..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전혀 통증같은건 생각을 못하던 나였다.
"야.. 좀 쎄게좀 쳐보라니까.."
몸을 일으키며 또한차례 재영이를 자극시켜버리는 나..
"이런 개새X가 진짜~"
퍽~~
온힘을 다해 휘두른 주먹인건지..
제법 멀리 나가떨어지는 나였다.
하지만..
역시나 아프진 않다.
그냥.. 재영이의 주먹이 나의 볼을 마사지 해주는듯한 느낌만 들뿐이었다.
뭘까 이건..
"아.. 재영아 실망이다.. 뭐냐 이거.. 하하.."
웃으며 일어서는나..
재영이의 표정은 이미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다시 발로 나의 복부를 가격해오지만...
약하다.
얼굴은 맞고 쓰러지기나 했지..
발공격은.. 나에게 그 어떤 충격도 주지 못했다.
불현듯..
킥복싱 도장에서 매일같이 해오던 정강이 단련훈련이 떠올라버린다.
............
그래..
그정도 고통은 되야지..
그런 아픔정도는 되야..
소리를 지르지..
그런 미칠듯한 통증이라도 되야..
지연이라도 떠올리는거지..
이건..
너무.. 약하잖아..
너무 형편없어서..
지연이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는거잖아..
훗..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버린다.
퍽~~
또다시 재영이의 주먹이 얼굴을 강타해오지만..
이젠 맞아도 쓰러지지 않을정도로
재영이의 파워는 소진되어 있는듯했다.
"헉..헉.."
한번 휘두르고는 숨을 헐떡이는 재영이..
역시 지쳤군..
"겨우 이정도였냐?"
"이런.. 씨X.."
휙~
재영이의 주먹이 날라온다..
하지만.. 이젠 너무 느리다.
어렵지 않게 녀석의 주먹을 피하자.. 그놈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
"헉..헉"
역시나 주먹 한번 휘두르곤 숨을 헐떡이는 재영이..
퍽~
녀석의 복부를 발로 차버렸다..
"윽~~~"
배를 움켜쥐며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일어나라.. 이제 시작이니까.."
"으... 젠장.. 씨X"
힘이 다 소진된건지.. 아니면 방금 맞은 복부에 타격이 있었던건지..
재영이는 욕만을 연거푸 내뱉을뿐.. 쉽게 일어나질 않았다.
...............
이제..
이놈을 박살내 버릴 시간이 왔다.
그동안 그렇게 지연이를 괴롭혀온..
하지만.. 겁이나서 차마 건들지 못했던..
이 개같은 재영이놈을
드디어
드디어 보내버릴 순간이 와버린것이다.
감격스러운 맘으로..
고개를 돌려 지연이를 쳐다보았다.
............
잉?
쟤들은 뭐야?
지연이 옆에.. 은혁이놈과 윤아도 서있었다.
언제왔지?
지연이가 불렀나?
그.. 그나저나..
그럼 쟤들도 이제까지 내가 맞던걸 본거란말야?
아.. 쪽팔리게 진짜..
.............
아니지..
이제부터 패주면 되는걸뭐..
그래.. 뭐 이제 시작이니까.. 하하..
지금부터.. 재대로 폼나게 뚜들겨 패줘야겠군..
지연아.. 윤아야.. 그리고 은혁아..
잘 봐라..
내가 이정도다..
재영이 놈을 흠씬 두들겨 패줄정도라고.. 하하하..
다시 지연이를 본다..
어라?
근데..
그녀가..
고개를 흔든다..
내가 이제 때려줄거라 생각해서 기뻐할거라 생각했던 지연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것이다.
..............
저건..
지금.. 나보고..
그만 하라는건가?
그만 싸우고.. 봐주라는거?
맞는거야?
.............
뭐야..
이제까지 맞고 있다가 겨우 이제서야 시작하려는건데..
그만두라고?
넌 내가 그렇게 맞았는데 화나지도 않니?
니가 그동안 그렇게 당하고 살았는데도 억울하지도 않아?
.............
하지만 그녀는 다시 고개를 흔들어 버린다.
절대..
절대로 때리지 말라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오는 그녀였다.
아.. 지연아..
넌 도대체..
"뭐합니까.. 팰려면 패십쇼.."
..............
차라리 지연이를 보지말껄..
괜히 봤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됐다.. 그만하자.."
"하하.. 장난합니까?"
쓰러져 있는 재영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그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버린다.
이게..
이게 그나마 이녀석에게 해줄 가장 치욕스런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씨X.. 장난해?"
갑자기 앉아있는채로 다시 주먹을 휘두르는 재영이..
하지만 난 쉽게 그녀석의 주먹을 내 손바닥으로 막아버렸다.
"재영아.. 맘같아서는 널 이자리에서 죽여버리고 싶은데.. 지연이가 하지 말란다.."
"뭐 씨X"
"지연이한테 고맙다고 해라.. 지연이 아니었으면.. 에휴.. 쯧쯧.."
"이런..씨X.. 개세X가.."
이젠 팔을 휘두를 힘도 없는지..
분노를 담은듯한 욕만 연거푸 뱉어내는 재영이..
"그나저나 너 뭐믿고 그렇게 이제까지 까불었냐? 저기있는 허접한 은혁이놈보다도 더 형편없네.. 쯧쯧..."
"..........."
"넌 저 은혁이놈이나 이기고 와라.. 그럼 상대해줄테니까.. 알았냐?"
재영이가 은혁이에게 신나게 얻어터졌던걸 알고 있던 나는
이런식으로 재영이에게 내 존재를 각인시켰고..
마무리로.. 그녀석의 머리를 한번더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지연이가 서있는 곳으로 의기 양양하게 걸어가기 시작했고..
등뒤로는..
재영이 녀석의 분노에찬 괴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
"선배님.."
"어.."
"안아파요?"
"어.."
"진짜?"
"그렇다니까.."
"아프면 말해요.. 호~ 불어줄테니까.."
"아퍼.."
".........."
"여기하구.. 여기.. 그리고 여기.."
"입술도? 입술은 멀쩡해보이는데?"
"아냐.. 사실 입술이 젤 아퍼.. 피만 안나는거지.."
"치..응큼해.."
"호~ 해준다며.. 언능해줘봐.."
"후~~~~~"
"장난해? 재대로 해줘.."
"호~~~"
"하지마라.."
"왜요?"
"김치냄새나.."
"이씨.."
"하하.. 농담이야.."
"됐어요.. 앞으로 뽀뽀한다구 달려들기만 해바..흥!!"
"............"
"선배님.."
"어.."
"마지막에 재영선배 안때린거 잘하셨어요.."
".............."
"전 선배님이 폭력쓰는거 보기 싫어요.."
"그..그래도.. 좀 그렇지 않냐?"
"뭐가요?"
"이번에 재대로 손봐놔야 앞으로 재영이가 너 안건들꺼 아냐.."
"괜찮아요.. 재영선배도 아마 느꼈을거에요.. 선배님이 무서운 사람이란거.."
"하긴.. 하하.. 짜식 아까 마지막에 완전 얼어서.. 나한테 한번만 막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좀 불쌍하드라.."
"치.. 선배님도 첨엔 쫄으셨으면서..홍홍.."
"누가? 내가?"
"네.. 싸움 시작하기 전에 하더 얼어서 말도 벌벌 떠셨잖아요.."
"아.. 그건 날씨가 좀 쌀쌀해서.. 뭐.. 그런거였겠지.."
"홍홍.. 핑계는.."
"진짜라니까 그러네.. 하하.. 그나저나.. 배 안고프냐?"
"고파요.."
"그래? 그럼 고기나 먹으러 갈까? 간만에 힘좀 썼더니 고기가 땡기네.."
"삼겹살 먹으러 가요 그럼.."
"오.. 삼겹살 좋지.."
"홍홍.. 가요 언능.."
"오빠.."
"취했군..."
"오빠~~"
"어.. 왜?"
"저기 저 남자가 자꾸 쳐다봐요.."
"근데?"
"가서 때려줘요.."
".............."
"빨리요.."
"농담이지?"
"이씨.. 빨랑 안가요?"
"야.. 너 취했다 그만 마셔라.."
"어쭈 계속 쳐다보네.. 야.. 뭘쳐다봐~~"
"힉~~ 야.. 너.. 아.. 죄송합니다.."
"아우.. 진짜 우리오빠가 어떤 사람인데.. 죽을라구.."
"죄..죄송합니다.. 애가 좀 취해서.. 하하.."
"이씨.. 진짜.. 까불고 있어.."
".............."
첫댓글 봉구 멋지네요 그동안 맞은게 효과가 나타났어요
ㅜㅜ 다음편없나요 이소설 앓이하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