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一家)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수십 년간 '유씨 왕국'을 지탱해온 충성파 '7인방'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세월호 선사(船社) 청해진해운의 대표이자 7인방 중의 한 명인 김한식(72) 대표에게 29일
검찰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세모 관련 회사 주식을 한 주(株)도 보유하지 않고, 공식
직함도 전혀 없던 유 전 회장이 수십 개에 이르는 세모 계열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것도 수족(手足)처럼 부리던 '7인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7인방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대한 배임 행위를 저질렀거나 유 전 회장 일가의
배임·횡령·탈세 등 혐의를 거든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주요 계열사 장악한 7인방유
씨의 7인방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든가, 주요 직책을 겸직 또는 번갈아 맡으면서 상호 출자 형태로 얽힌
세모 계열사 수십 곳을 장악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변기춘 대표)와 천해지(변기춘 대표)·청해진해운(김한식
대표)·세모(고창환 대표)·한국제약(김혜경 대표)과 건강식품 도소매 업체인 새무리(황호은 대표), 다단계 판매 회사인
다판다(송국빈 대표) 등 7개 핵심 계열사 대표를 6명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 외에 문진미디어 최대 주주이자 전 한국제약 이사
이순자씨도 있다.
이들은 주요 직책과 함께 계열사 지분도 대량 확보하고 있다. 김한식 대표는 청해진해운 지분 11.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는 유씨의 두 아들 대균(44)·혁기(42)씨에 이어 아이원아이홀딩스 3대 주주이자, 다판다의 2대 주주다.
송국빈 다판다 대표 역시 이 회사 지분 10%를 갖고 있다. 검찰은 7인방이 보유한 세모 계열사 지분 상당수는 유씨 일가가
부도난 세모를 법정관리를 통해 되찾을 때 차명(借名)으로 맡겨 놓은 지분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檢 "7인방 대부분 구원파 신도"검찰은 유씨의 핵심 7인방이 대부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인방 중 일부는 유씨가 1970년대 삼우트레이딩을 세워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
김
혜경 대표는 유씨의 비서 출신으로 일가의 재산 관리를 도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창환 대표는 세모그룹이 한강 유람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1985년부터 삼우트레이딩 후신인 삼우상사에서 일해왔다. 7인방은 유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도
외부에는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가 세월호 사고 이후 여론에 떠밀려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얼굴이
알려진 정도다.
세모가 부도를 맞은 1997년쯤 구원파에서 나왔다는 A씨는 "세모 부도 당시에도 7인방은 모두 그룹 내 고위직에 있었다"면서 "부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한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성패 달린 7인방검
찰은 김한식 대표를 비롯해 이번 주 중 7인방을 줄줄이 소환할 계획이다. 미국으로 출국한 김혜경 대표에게도 귀국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특히 유씨가 김 대표 이름을 빌려 상당한 재산을 빼돌려 놓은 '비자금 저수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7인방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유씨 일가를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25일 7인방 중 가장 먼저
검찰에 소환된 고창환 세모 대표는 "(유병언) 회장님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부인 진술로만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기춘 천해지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가 200억원을 들여 유 전 회장의 사진을 산 것은 맞지만 정상적인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계열사에 자신이 찍은 사진 400여장을 턱없이 비싼 200억원에 강매한 것이
배임에 해당된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의 성패(成敗)는 유 전 회장 일가 소환에 앞서 7인방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