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기초연금법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대다수 의원이 "여당과의 절충안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당론(黨論)을 정하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권(與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야당 내에서
"이럴 때 정부와 여당을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성(强性) 목소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법은 4월
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새정치연합 "지방선거에서 국민 심판 받아보겠다"
옛
민주당은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원(財源) 문제를 감안해 야당 지도부는 4월
임시국회에 들어와서는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10만~20만원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한 절충안에 여당과 잠정 합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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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기초연금법 제정안 관련 당론 수렴을 위한 의원총회장으로 들어서자 이에 반대하는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인사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그러나 이날 3시간여 계속된 새정치연합 의총에서 발언한 의원 25명 중 20명은 옛 민주당이 주장했던 원안(原案)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최동익 의원은 "우리가 여기서 원칙을 저버리면 국가 복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했다. 서영교
의원은 "경로당을 다녀 보니 '기초연금 왜 빨리 안 주느냐'고 항의하는 어르신이 한 분도 없더라"고 했다. 의원들은 "우리가
수세적으로 판단할 것 없이 지방선거에서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고도 했다.
양승조·장병완 의원 등이
"민생 법안 처리에 미온적 자세를 보이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이들은
소수(少數)였다. 변재일 의원은 "여당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되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안 통과는 시켜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달라진 분위기… 난감해진 지도부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기초연금법을 대하는 의원들 자세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 16일 의총에서는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해 기초연금법 절충안 처리가 바람직하다'는 분위기 속에 일부 강경파 의원의 반발로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날 의총에서는 김영환, 김동철 등 중도적 성향 의원들도 강경파와 뜻을 같이했다. 김기식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이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연금법 관련 논의도 섣부른 절충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야당 지지층에서 "여권을 압박할 때"라는 주문이 강해진 것도 의원들을 움직였다.
이날도 의총장 앞에서는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인사 10여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여당
주장대로 기초연금법을 처리하면 국민연금 가입자 모두를 침몰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4월 국회에서 민생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던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당직(黨職)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당 내부에서 민생 법안 조속 처리에 대한 절박감이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기초연금법 절충안이
두 차례나 의총에서 무산되면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당내 리더십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도부에선 이날도 "아직은 5월 2일
본회의에서 기초연금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했지만, 대다수 의원은 "그건 지도부 생각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