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14. 물날. 날씨: 흐리다 해가 나고 포근해서 낮에는 겉옷이 필요없다.
아침걷기ㅡ다 함께 모여 후쿠시마 7주기 공부, 태양 물 바람의 학교ㅡ점심ㅡ청소ㅡ낮 공부열기ㅡ맑은샘회의(낮은샘, 높은샘)ㅡ마침회ㅡ지성 생일잔치-과천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회의
[전기를 쓰지 않고 사는 날, 가마솥에 밥을 짓고 로켓화덕으로 국과 반찬을 만드는 어린이들]
다 함께 에너지 공부를 하는 날이다. 그전에도 공부했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뒤로 특별하게 탈핵을 주제로 해마다 전기를 쓰지 않고 살아보는 날을 잡아 태양, 바람, 물 모둠으로 나눠 에너지 공부를 해왔다. 지난 주 광화문 평화와 생명의 나비를 들고 광화문에 다녀온 공부가 줄곧 이어지고 있다. 오늘 점심도 전기를 쓰지 않고 모둠마다 어린이들이 가마솥에 불을 때서 밥을 짓고, 로켓화덕에 불을 때서 달걀과 호박나물볶음, 냉이된장국을 끓여 다 함께 먹는다. 뭐든지 아껴 쓰고 다시 쓰는 실천으로 삶에서 에너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8시 50분 아침 걷기로 깊은샘은 정우가 집에서 가져온 토종 씨앗 가운데 콩을 밭에 심어봤다. 학교 안에서 자라는 모종과 견주기에 좋다. 적당한 수분과 햇빛과 흙이 생명을 싹틔우는 걸 날마다 관찰하고 있다. 학교로 들어가는 길에 한울이가 종이가방을 들고 가면서 책을 가져왔다고 자랑한다.
“선생님 저 책 가져왔어요.”
“무슨 책이야?”
“탈핵 책이에요.”
“와 그래. 오늘 탈핵 공부하는 날 보기 좋은 책이겠다.” 가방을 열어보니 탈핵을 주제로 하는 그림책과 좋은 자료가 가득하다. 덕분에 다 함께 모여 공부를 할 때 한울이가 가져온 책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었다. 한주엽 선생이 탈핵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둠을 알려준 뒤 바로 모둠마다 공부를 시작한다.
태양 모둠은 가마솥에 불을 때야 해서 밖에서 가마솥을 꺼내 깨끗이 씻고 장작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이끔이를 맡은 예준이, 윤태, 서연, 영호가 높은 학년이라 쌀을 씻고 가마솥 씻는 걸 금세 채비해 곧 불을 피울 수 있다. 그런데 해가 나지 않아 돋보기로 빛을 모아 불을 피우려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장작불에 불을 붙이는데, 해가 반짝 나왔다 들어간다. 다시 영호가 돋보기를 서너 개 가져와 신문지를 놓고 아이들은 빛을 모은다. 불 때기 좋아하는 윤태는 신이 나서 동생들을 데리고 장작불을 땐다. 워낙 불을 잘 때서 장작 넣고 연소시키는 건 맡겨도 걱정없다. 연기가 나지 않게 불을 잘 땐다. 형들이 쓰는 완전연소와 불완전연소란 말이 자연스러워서 푸른샘 외계인들도 귀를 쫑긋 듣는다. 지성이, 한울이, 정우, 하윤이는 불 앞에서 형들이 불 피우는 걸 보더니 금세 부채를 들고 바람을 부친다. 병찬이와 시우는 지난 해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감흥이 덜하지만 돋보기로 빛을 모으고, 가마솥 불 때러 오가느라 바쁘다. 조금 있으니 안에서 채비를 마친 물, 불, 바람 모둠은 로켓화덕에 불을 붙이러 나오고 갑자기 불 때는 어린이들로 숲 속 작은 집 앞 마당이 시끌벅적하다. 로켓화덕 세 개에서 불을 때서 저마다 음식을 하니 불 때는 재미도 있고, 맛나게 먹을 수 있으니 다들 신이 난다.
드디어 가마솥이 눈물을 흘린다. 선생이 가마솥이 울 때까지 불을 때라고 한 말을 잊지 않고 “선생님 가마솥에서 눈물이 나와요.” 그런다.
“더 울어야 돼. 더 울게 해 봐.”
그랬더니 우리 푸른샘 외계인들 말이 걸작이다.
“선생님 가마솥을 때리면 울 걸요.”
“음... 가마솥을 때리면 뜨거워서 화상을 입으니 안 되고 장작불을 더 때면 뜨거워서 수증기가 눈물처럼 밖으로 나와서 운다고 하는 건데.”
가마솥을 앉히면 늘 완전연소와 불완전연소 이야기가 따라가고 열의 전도, 수증기, 기체, 공기의 순환, 바람 이야기가 들어가곤 한다. 태양 모둠이라 빛의 성질과 빛을 잘 쓰서 태양광과 태양열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활동이 가마솥밥이니 다른 이야기를 더 하게 된다. 태양광발전기와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는 걸 더 끌어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불 때는 동안 손도끼로 장작을 패는 걸 도와주느라 놓치고 만다. 줄곧 나눌 이야기라 걱정은 없다. 그런데 푸른샘 외계인들도 잠깐 가르쳐줬는데 장작 패는 걸 아주 잘한다. 어려서부터 안전하게 도구 쓰는 걸 가르쳐주면 손과 뇌가 훨씬 발달하는 게 맞다. 우리 서연이는 동생 정우랑 한 모둠이 되어 좋아 동생 챙기는 누나 노릇을 톡톡히 한다.
11시 5분 가마솥 밥이 다 익어서 조금 탄 냄새가 나지만 밥이 잘 됐다.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태양 모둠은 먼저 올라가서 글쓰기로 활동을 마무리 하는데 형들이 글쓰기를 마친 뒤 동생들 글까지 돌봐주니 선생은 가마솥밥을 푸고 누룽지를 긁어낼 수 있다. 누룽지를 긁어내야 숭늉을 끓일 수 있으니 몸을 부지런히 놀려야 한다. 아이들이 글을 다 쓰고 내려와 가마솥밥 맛을 보는데 제비 새끼들처럼 선생 손에서 밥을 받아먹는다. 그냥 가마솥밥도 맛있는데 스스로 장작불을 태서 지은 밥이니 더 맛있는 아이들이다. 누룽지가 잘 돼서 타지 않은 부분을 골라 모두 밥 먹을 때 나눠 줄 양을 보내고 태양 모둠은 숭늉 끓이며 먹을 누룽지를 조금 남겼다. 누룽지와 숭늉이 정말 맛있다. 물 모둠은 빗물통에 다시 색을 입히고, 바람 모둠은 바람개비를 만들어본다. 로켓화덕 세 개에서 활활 타오른 불에 맛있는 반찬이 모두 만들어졌다. 전기를 쓰지 않고 불과 물로 맛있는 점심을 지은 어린이들은 점심을 아주 잘 먹었다. 냉이 된장국이 맛있어서 더 가져다 먹고, 반찬이 깨끗하게 비워졌다. 누룽지와 숭늉까지 모두 배가 든든하다. 거창한 구호가 아닌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전기를 쓰지 않고 살아보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귀한 경험이라고 믿는다. 신나고 재미난 활동으로 탈핵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포와 불안을 주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낫다. 그런데 삶의 방식을 바꾸는 생각의 전환이 쉽지 않은 어른들에게는 핵산업과 핵발전소의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공부와 자극이 역시 필요하다. 물론 대체 에너지를 꾸준히 늘려가고 핵에서 벗어나려는 탈핵의 구체 실천 찾기는 줄곧 되어야 한다. 과천에서도 작은 태양광발전기 보급 지원 사업이 시작되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전환마을 과천를 꿈꾸는 우리들의 실천이 줄곧 되기를.
아침나절 내내 불 앞에서 살았더니 물과 불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처럼 온 몸에서 그을음 냄새가 가득난다.
종일 탈핵 노래를 중얼거리며 지난해 후쿠시마 6주기 날 쓴 글을 꺼내 읽는다.
“처음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또 무감각해지며 적응해 간다는 게 무서운 현실이다. 판도라를 본 사람들이 그것을 재난영화로만 여기고 우리 삶에 닥친 일이라는 걸 무시하는 게 큰 일이다. 지진은 예측할 수 없다. 심각한 것은 핵 밀집도가 세계 1위인 한국에서 지진 대비가 전혀 안됐다는 것이다.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지은 게 핵발전소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만들기 위해 고안한 핵원자로가 민간용 전기발전으로 둔갑해 끊임없이 핵발전소가 돌고 있다. 핵 발전은 이미 태양광보다 투자 대비 설비효용이 떨어지고 경제성도 없다. 핵발전소 원가에는 핵폐기비용이 들어있지 않고 폐기물 저장시설 비용도 안 들어가 있다. 더욱이 핵페기물 고준위방사선폐기물은 인간 과학기술로 처리할 수 없다는 거다. 세계 어떤 곳도 핵폐기물을 처리할 기술은 없다."
항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엔
새로운 항로가 필요해요
어디로 나아갈지 어떻게 나아갈지
같이 만들어 가요
돈보다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편리를 위해 너무 많은 걸 잃지는 않기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항해를 시작하자
탈핵 하자 너와 나 모두의 안전을 향해
상상 하자 너와 나 모두의 행복을 향해
노래 하자 평화를 향해서 노래 하자
랄랄라라라 탈핵! 랄랄라라라 하자!
랄랄라라라 탈핵! 랄랄라라라 하자!
우리의 목소리
우린 몰랐지~
핵발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연을 훼손시키는 핵발전
바다를 오염시키는 핵발전
핵폐기물처리 할 데 없어 그냥 쌓아만 두지
이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의 목소리가 필요해
탈핵 탈핵 타알핵 우리가 해낼 수 있어
탈핵 탈핵 타알핵 우리가 해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