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밥 진밥
김진기
밥을 먹다가 문득
내가 진밥을 닮아 간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적 어머니는 아버지의 입맛에 따라
진밥을 지었다
씹힐 때 고소하게 우러나오는 고두밥의 맛과는 달리
숟가락에 질척질철 매달리며
목구멍을 은근슬쩍 넘어가는 진빕아 나는 싫었다
숟가락으로 푹푹, 진밥에 화풀이를 해댔다
유별난 철부지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눅눅하지 못하고
곤두선 고두밥알처럼 튀어나가기 일쑤였다
거센 세월의 비바람이 나를 지나갈 때마다
내 고슬고슬한 고두밥은
꼿꼿한 관절을 풀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눅눅한 진밥으로 돌아앉았다
밥은 나를 만만히 본 것인지
언제나 생각대로 지어지지 않아
때론 진밥 선밥 죽밥 삼층밥 고두밥 생밥의
각기 다른 개성으로 태어난다
진밥은 그냥 먹지만 성미 까칠한 밥은
다시 물을 부어 강한 불로 주물러서
뼈대가 흐물흐물해지면
휘휘, 저어 먹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신앙이 깊어진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을 가르쳐 주는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울은 고린도로 보내는 첫 번째 편지, 그 열 번째 장 31-33절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유대인에게나 헬라인에게나 하나님의 교회에나 거치는 자가 되지 말고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하라” 바울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며, 마침내 “구원을 얻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십자가에 달리신 우리 주님처럼 누구에게나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 소화가 잘되는, 모든 사람에게 술술 넘어가는 그런 밥이 되라고 권면하는 것입니다. 이 바울의 권면처럼 우리의 신앙이 누구에게나 소화가 잘되는 진밥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