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7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1-51
41 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면 예루살렘으로 가곤 하였다.
42 예수님이 열두 살 되던 해에도 이 축제 관습에 따라 그리로 올라갔다.
43 그런데 축제 기간이 끝나고 돌아갈 때에 소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았다. 그의 부모는 그것도 모르고,
44 일행 가운데에 있으려니 여기며 하룻길을 갔다. 그런 다음에야 친척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찾아보았지만,
45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그를 찾아다녔다.
46 사흘 뒤에야 성전에서 그를 찾아냈는데, 그는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47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은 모두 그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하였다.
48 예수님의 부모는 그를 보고 무척 놀랐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하자,
49 그가 부모에게 말하였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50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51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어머니의 일생.
일남 사녀의 장녀로 태어나 일찍 부모님 여의고 소녀 가장으로 살다, 종갓집으로 동생들 다 데리고 시집와서 칠남매를 낳고, 동생들 시집 장가 다 보냈다.
그 당시에 어머니는 매일 새벽부터 저녁 설겆이가 끝날 때까지 정지(부엌)에서 붙어 살았다. 솔가지로 가마솥에 불을 때며 종가집 이십 여 명의 식구들 세 끼 밥을 다 챙겨 주었다. 옷차림도 늘 몸빼 바지 차림이었다. 그리고 매일 정지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면 어김없이 티브이 앞에서 꾸벅꾸벅 졸며 식구들 위해 묵주기도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주일이면 또 어김없이 고운 한복 갈아입고 성당에 가던 모습도 기억난다.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다 버리고 신부된다고 했을 때, '잘 할까' 염려하면서도 기도하며 지지해준 어머니. 칠남매도 다 출가시키고 식구들의 모든 무거운 짐들 홀로 가슴에 품고 기도하시다, 결국 심장병으로 하느님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셨다. 고맙고 장한 우리 어머니.
'예수님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였다.'
성모성심.
온갖 처절한 아픔들을 다 가슴에 품고 계시는 성모 성심.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한 황당한 수모의 아픔. 그러나 하느님의 뜻이기에 '여종에게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청하는 마리아의 순명과 믿음.
반대받는 표적이 된 아들로 인해 당신의 영혼이 칼에 찔리는 아픔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며 따르는 성모 마리아.
그 아픔의 절정, 순명과 믿음의 절정은 미켈란젤로가 피에타 Pieta를 통해 보여준다.
십자가 아래서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가볍게 꼭 안고 바라보고 계신 애처롭도록 아름답고 우주를 품듯 위대한 모습의 성모 마리아.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는 어머니의 悲哀. 그러나 이 또한 하느님의 뜻임을 알고 순종했던 성모 마리아의 믿음.
이 순명과 믿음으로 천상 모후의 관을 받으시고, 믿는 이들의 어머니 되신 마리아.
인자하시고 자애로우신 어머니.
못난 자식의 온갖 허물을 탓하지 않으시고 안아주시는 어머니.
온갖 아픔을 위로해 주시는 어머니.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처럼 곤궁에 처한 자녀들을 위해 전구해 주시는 어머니.
세계 평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전구해 주시는 어머니.
주님의 자비를 빌어 주소서!
내가 속한 '글라렛 선교 수도회' (Claretian Missionaries). 창설자 성인의 이름을 따라 흔히들 이렇게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의 아들들' (CMF Cordis Marie Filii)의 '선교수도회'다. (Missionary Congregation)
오늘은 우리 수도회 주보 대축일로 각별한 은총의 날이다. 내가 이 수도회 몸담고 선교사(Missionary)로, 수도자로 살고있는 것은 참말로 묘한 인연에 따른 하느님의 섭리요 성모 마리아의 은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