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님 감사합니다
소중한 무궁화 삽수를 분양 받아 지기님 말씀처럼
부자가 된 마음에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성스럽게 잘 삽목 하여 많이 많이 번식을 하겠습니다
구름채/올림
샤론의 장미를 아시나요
무궁화 무궁화 우리 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 나라 꽃
나는 학창시절 내내 공부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집에서, 방학은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내며 지냈다.
서울집에 오면 시골집이 그립고 답답했는데, 시골집에 가면 서울집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다.
집은 시골집이 더 작고 답답하고 불편했을망정 문열고 나서면 탁 트인 하늘과 수런거리는 나무, 새소리..
그런 것들이 내 심신을 보살펴 주는 듯 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였다.
역시나 시골집에 가서, 공부한답시고 나무그늘에 기대앉아 영어소설 책을 쑤왈라 쑤왈라 소리내어 읽고 있다가
누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다. 에헴! 하는 기척에 놀라 벌떡 일어나 보니...
동네에서 심술궂기로 소문난 영감님께서 곰방대 들고 내게 아는 체를 하셨다.
"얘, 네가 이번에 대핵교를 갔다고?"
"예..." 나 괜히 땀 삐질 삐질..(나도 알고 보면 무지 소심하고 심약한 사람이다.)
"니가 영문관가 그 미국말하는 공부를 한다고?"
"예.." 책 들고 있던 손이 슬슬 뒤로 간다..(또 무슨 생트집을 잡으려고 이러실까..나 조마조마....)
"그럼, 너, 무궁화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겠구나?"
"무,..무궁화여? (나 침 꼴깍 넘어가는 소리) 저 ..제가 아직 1학년이라 그건 아직 안배웠어여...
(내가 해놓고도 말 안되네이거..머리 긁적긁적)"
"그러냐? 그럼 장차 배우겠구나..에 니가 서양학문을 한다니 내가 생각이 나서 그냥 물어본 것이다.
기왕에 하는거 열심히 해라. 그래서 우리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겠니.
아무렴 더 배운사람이 더 보탬되는 일을 해야지..."
심술영감님은 오늘도 한건수 올렸다는 흐뭇한 표정으로 곰방대를 휘둘러가며 오솔길을 휘적휘적 올라가셨다.
나로서는 그 분을 진정으로 존경하기 시작한 순간이기도 했다.
사실 학교에 가면 모두가 대학생이요..서울에서 내가 다닌 학교는 사람들이 말하는 명문 일류대학 반열에도
오르지 못하는 학교였다. 그러니 그 많은 대학생중 나 하나가 그리 새로울게 없었지만..
내 고향 시골마을에선. 내 또래 친구들중 대학에 진학한 여자는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서울에선 그저 생각없이 학교를 다녔는데 막상 그 어른의 말씀을 듣고 보니,
대학생이라는 나의 위치가 그렇게 간단치 않은 거였다. 게다가...관심 갖고 사전한번만 뒤지면 나올..
우리나라 나라꽃 이름도 모르는 영문학도라.....으이구 챙피....
(무궁화)를 한영사전을 뒤져 찾으면 the Rose of Sharon이란 단어와 the althea라는 단어가 나온다.
Rose of Sharon...샤론의 장미...그게 왠지 친근하게 여겨져서 그 단어를 외웠다.
그리고 이따금 나도 생각이 나면..영어를 잘한다는 사람 붙잡고 괜히 물어본다.
"야, 너 무궁화가 영어로 뭔지 아니?"
대부분 꺼벙한 표정으로 모르겠다고 대꾸한다. 그러면 나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그런다.."
짜아식..영어 잘한다면서 그런것두 모르냐.."
어느해 8월, 무심코 학교로 들어서려는데 그 험한 물난리를 이겨낸 무궁화가 소담스레 피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빗방울과 아침이슬을 머금은 연보랏빛 무궁화 꽃잎엔 등껍질이 무지개색으로
반사되는 앙증맞은 풍뎅이들이 앉아 열심히 꽃술을 햝고 있었다.
흠..오늘 수업은 (무궁화)다.2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아침햇살을 받으며 Rose of Sharon!을
연거푸 따라 부르게 하고 무궁화 꽃잎은 무슨색인지, 꽃잎은 몇장인지..꽃술은 무슨 색인지, 무궁화 나뭇잎은
어떤 모양인지 직접 만져보며 관찰하게 했다.
마침 방학이라 느지막하게 출근하시던 교장 선생님께서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보내주시고,
교실로 들어간 아이들은 제각기 무궁화 그림을 그리고 Rose of Sharon 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날은 두시간 내내 우리나라 무궁화! the Rose of Sharon! 만 복창하고 관찰하고, 그리고, 쓰는 걸로 보냈다
. 아마 간섭이 심한 학교 같았으면...(영어 회화 선생이 영어는 안가르치고 애들 데리고 꽃밭에서 뭐하는거냐)
하고 한마디 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골학교 흥도초등학교에선 선생님들이 내가 수업하는 걸 지켜보시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보수가 더 적어도 좋다. 내가 꿈꾸는 살아있는 수업을 할구 있는 곳이 있어서 정말로 고마운 노릇이다.
80분 내내 한가지 단어만 가르쳤더니..평소에 말을 잘 못따라하던 친구까지 집에 갈 때 자신있게 외치고 간다.
"우리나라 나라꽃! 로우즈 업 섀런!"
"I love the Rose of Sharon!"
첫댓글 재미있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