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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없으면 첨단과학 큰 구멍 생긴다" | |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의 밝기가 다르듯이 천구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별들은 가짓수도 많지만 그 밝기도 제각각 다르다. 가장 밝은 별로 알려진 큰개자리의 '시리우스'처럼 잘 보이는 별이 있는가 하면 먼 은하계 내에는 주기적으로 깜빡거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별들이 있다. 이 별들이 바로 ‘식쌍성(Binary Star)'이며 이 별들을 연구하는 사람이 세종대 우주구조와진화연구센터의 강영운 소장(53)이다. 강 소장은 우리 나라 천문학의 명맥을 잇는 몇 안돼는 국내 천문학자중 한 사람이다. 그가 천문학자의 길을 선택한 계기는 아폴로 11호가 우주선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부터라고 한다. 그 때는 강 소장이 대학 진학문제로 고민할 시기이기도 했다. 이렇게 우연한 동기가 맞물리면서 그는 별과의 사랑을 시작했다. 그는 “고교시절에 수학문제 푸는 것을 즐겼다”면서 “그런 내가 과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인 데, 무언가 혼자 해보고 싶은 연구가 좋았다”며 자신이 천문학에 입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졸업 후, 1985년도에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계속 별을 바라보며 고독한 천문학자의 외길을 지금까지 걸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그 동안 또 앞으로도 평생을 바칠 천문학은 현재 위기상태다. 그 이유는 젊은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 천문학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기 때문이다. 강 소장은 “국내의 천문학이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해 굉장히 소외될 수 있는 상황이 바로 지금”이라면서 “정부, 학교, 학생들이 총체적으로 천문학을 외면하고 있다”며 천문학의 어려운 실정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천문학이 없다면 첨단 과학에 큰 구멍이 생기고 나아가 경제발전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 천문학이 매우 고전적인 낡은 학문이란 일반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최첨단 컴퓨터가 없으면 절대로 안돼는 천문학 연구는 오히려 첨단 컴퓨터 및 디지털 기기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서 그 존재의 가치가 크다는 주장이다. 암흑물질 밝히기 위해 센터 설립 머나 먼 우주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 시절 순수한 호기심을 갖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은 했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커서 그런 생각을 직접 밝혀보려는 사람들이다. 일반 과학자들과 달리 광대한 우주를 실험실로 사용하는 그들은 깜깜하게 보이는 우주 저편에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공통적인 관심은 우주에 깜깜한 스크린처럼 펼쳐져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는 볼 수 없는 것이 우주에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 과학자들은 우주를 깜깜하게 덮고 있는 물질을 암흑물질이라 명명하고 거기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 불렀다. 강 소장은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2000년초에 세계 천문학계에서 암흑물질을 찾아냈다”면서 지금은 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밝혔다. 암흑에너지란 우주를 밖으로 당기는 척력을 의미한다. 빅뱅의 대폭발 이후 엄청나게 팽창한 우주는 지금도 계속 커지면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 세계 과학계의 정설. 그런데 1995년도에 일대 쇼킹한 보고가 전해졌는 데, 이 팽창속도가 더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를 바깥으로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센 척력으로 당기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세계 천문학계의 화두가 되면서 우리 나라 천문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2002년도에 세종대에 우주진화연구센터가 설립되기에 이르렀다. 센터의 설립목적이 바로 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연구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연구하려면 초신성의 폭발이 필수다. 그는 “우주에는 100억개의 서로 다른 은하계가 있다”면서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서 일어난 초신성의 폭발과 먼 은하계에서 폭발한 초신성과의 거리를 재면 우주가속팽창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소장은 이 연구를 위해 마젤란 은하의 식쌍성(2개의 항성이 서로 만유인력으로 결부되어 공통중심 주위를 궤도 운동하는 별)을 통한 외부은하의 거리측정을 수행하고 있다. 식쌍성의 밝기와 주기의 상관관계를 통해 은하의 거래를 재는 일이 강 소장의 임무다. 우주구조와 진화연구센터가 탄생한 이후, 지금 까지 강 소장은 별에서 보내오는 엄청난 데이터를 위해 천문연구원과 공동으로 70대의 PC를 연결, 슈퍼컴을 만들었고 은하의 거리를 잴 수 있는 모형시스템도 개발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망원경의 확보이었다. 그가 아르헨티나에 가는 까닭은? 커다란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하는 별자리 연구가 천문학의 주된 연구인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갈릴레이 시대의 고리타분한 별자리 관측은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다. 별관측에는 천체망원경 못지 않게 첨단 컴퓨터가 이용된다. 따라서 천문학 역시 첨단과학으로 바뀌어있다. 산에 있는 천문관측소에서 보낸 자료는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에 자동적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아직도 천문학에서 망원경은 컴퓨터보다 중요한 일차적 도구임에 틀림없다. 하나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머나먼 은하계의 별에서 보내 온 희미한 별빛을 한 데 모아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시켜주는 천체망원경의 렌즈는 구경이 클수록 좋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내 천문연구소가 보유한 천체망원경의 구경은 그다지 크지 못하다. 강 소장은 “한국천문연구원에 구경이 180cm짜리, 60cm짜리 인 천체망원경이 각각 설치돼있고 76cm짜리 천체망원경을 우리 세종대가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 세종대에 있는 망원경을 소백산천문대에 갖다 놨다”고 말했다. 천문학이 발달한 외국의 천문대는 4M, 6M, 10M짜리 등의 천체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우리 나라는 외국의 강력한 천체망원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강 소장은 “지난 4년동안 우리 센터가 하와이에 있는 천체망원경을 사용하는 데, 일년에 4억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에 4,000만원이 드는 거금이다. 그러나 그 날 하루의 연구성과가 4,000만원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의 천문학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꾼에는 시도 때도 없이 흐리는 우리 나라의 날씨도 끼여있다. 그래서 강 교수는 직접 남미 아르헨티나에 있는 ‘CASLEO(아르헨티나 국립천문대)’에 학생들을 데리고 갖다 온다. 아르헨티나는 우리 나라와는 지구정반대에 있는 국가지만 연중 맑은 날씨가 300일이 넘어 천체관측에는 최적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연중행사로 한 번은 갔다 온다는 그는 “실제의 관측에는 10일 정도밖에 안 걸리지만 왔다갔다하는 데 20일이 소요된다”면서 “천문대가 있는 장소가 높은 고산지대이고 시차 적응이 안돼서 한 번 갖다오면 몇 달 동안 지쳐서 다른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외국의 천체망원경에 비해 훨씬 구경이 작은 천체망원경, 시도 때도 없이 흐린 날씨 등은 우리 나라의 천문학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더군다나 천체 관측하기에 좋은 장소도 개발에 떠밀려서 천체관측을 위해 절대로 섞여 들어서는 안될 네온사인 등의 도시 불빛이 천문대를 점점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렌즈 구경이 천문학 현실 반영 천체망원경이 천문학의 필수 도구라면 그 망원경의 렌즈구경은 그 나라의 천문학 예산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천문학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허블망원경의 가격은 우리 나라 서울시 일년 예산과 맞먹는다. 이에 대해 강 소장은 “미국과 우리 나라 천문학 수준을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천문학은 다른 과학에 비해 국제공동연구가 매우 활발한 영역으로서 미국에서 거의 교육을 받은 우리 나라 천문학자들은 미국 천문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우리 나라 천문학이 전체 과학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나라 천문학 연구자들이 ‘Astrophisical' 등의 미국 과학저널에 발표한 SCI 논문평가에서 지난해 12월17일 ’A' 점수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이러한 노력으로 과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천문학계가 과기부로부터 지난해 예산편성에서 10%를 증액 받았다”는 사실을 참고적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체 예산편성에서 천문학은 홀대받는 것이 사실이다. 강 소장은 이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는 “경제적 기여도가 큰 응용연구의 영역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과기부가 기초순수학문의 존재마저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순수기초학문이 없으면 다른 과학에서도 외국에 비해서 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천문학에서 뒤떨어진 우리 나라는 가정이나 사무실에 흔하게 걸려있는 달력을 만드는 데도 외국에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하며 시간과 방향을 알아야 하는 GPS 위성의 사용에서도 관련 기초지식 부족으로 미국이나 유럽과의 협상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작금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따른 국내 천문학계의 위기감이 더 짙게 배어있다. 정부와 대학의 외면, 졸업후 진로문제로 인한 학생의 진학기피 등으로 현재 국내 천문학계는 장기적인 위기감에 빠져있다. 순수기초학문으로서 천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최근 들어서 과기부에서 천문학의 중요성을 인식, 향후 6~8M 구경의 천체망원경을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귀뜸 했다. 하지만 총 1,000억원이나 들어가는 천체망원경이 소백산천문대에 언제 설치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행만 객원기자 |
첫댓글 아아아 ㅡㅡ 글넘 많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