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국의 현대기공

[현일]

한국의 현대기공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급속히 진행된 ‘서구화’에 따라 전통문화, 특히 기공(氣功)과 전통과학(傳統科學)은 설 자리를 잃었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이후 우리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한 자각으로 ‘우리 것’을 되찾으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우리의 전통문화(傳統文化)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 초 ‘단(丹)’이라는 소설이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통의 심신수련법이 새삼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이후 ‘단전호흡(丹田呼吸)’, ‘단학(丹學)’, ‘선도(仙道)‘, ’기공(氣功)‘의 이름을 내건 많은 단체들이 생겨났으며, 지금까지 기공은 이러한 여러 이름들과 함께 혼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법(功法; 수련법)도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도가와 불가의 공법, 중국에서 들어온 공법, 인도의 요가, 탄트라, 명상에서 변형시키거나 믹스를 한 공법, 일본 대만 등에서 들여온 공법,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창시된 공법 등 여러 공법들이 혼재해 있는 실정이다.

현재 100 개에 가까운 기공문파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상당 수가 우리의 선도를 계승한 것으로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해서 도맥이 명백히 입증된 문파는 별로 많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일부 단체에서는 민족주의를 결부한 신비주의(神秘主義)적 성향을 조장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한국사회에 등장한 대부분의 기공단체들은 1970년대 내지 1980년대 이후 새로 창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현대기공의 효시는 1970년대 초 ‘국선도(國仙道)’를 창시한 ‘청산(靑山) 고경민’ 선생이라는 데에 반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 이후 연정원(鍊精院: 권태훈), 단학선원(丹學仙院: 이승헌), 신단회(神丹會: 홍태수), 천도선법(天道仙法: 모행용, 박귀달), 기천문(氣天門: 박대양), 한울슬기회(김준원), 태백원(太白院: 김인희), 한국선도회(韓國仙道會: 김성한), 백두산족 국선도(白頭山族國仙道: 이판암), 도화제(한당), 태극기공(太極氣功: 민정암), 생활기공(生活氣功: 이동현), 양생기공(養生氣功: 양운하), 천의선도(天醫仙道; 김영생), 원극공(元極功: 김찬규 등), 금선학회(金仙學會: 최병주), 익지공(益智功: 이병규, 이재복), 오행기공(五行氣功: 양요한), 신선도(神仙道), 기공도(氣功道), 생기공(生氣功), 건강기공(健康氣功), 위천기공, 한단선원( 丹仙院), 선기공(禪氣功), 방하기공, 선도기공(仙道氣功), 천일기공(天一氣功) 등 수많은 기공단체 혹은 기공관련단체가 생겨났다. 이들 단체를 중심으로 기공인구가 급증하면서 1990년대 말에 이르러 기공은 유사 이래 중흥기를 맞는 듯 했다.

현재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으나 전국 수천 개 수련장과 문화체육센터 등에서 기공을 수련하는 인구는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책자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을 합한다면 기공인구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몇몇 체육대학과 한의과 대학, 대체의학 대학 및 대학원, 건강관련 학과 등에 기공학 강좌가 개설되어 있으며, 중고등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학생들에게 기공을 지도하고 있는 곳도 있다. 현재 기공학의 석사, 박사 과정은 원광대와 명지대 대학원에 개설되어 있다. 그리고 한때 선경그룹을 필두로 여러 기업체와 공공기관에서 직원연수의 주요 교육내용으로 기공을 채택,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에 와서는 웰빙 붐을 타고 국내에 요가 붐이 크게 불기 시작했고, 이와 관련된 인도식 명상단체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기공은 상대적으로 예전에 비해 위축된 감이 있으며, 90년대에 활동했던 수련단체들 중에는 일부 문을 닫은 곳도 생겨났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기공과 요가, 혹은 인도식 명상과 기공을 결부시켜 지도하는 단체들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아울러 수행자들 중에 수행경지와 영적 성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분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