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대는 골목길, 30대 루프탑 좋아할까?
요즘 뜨는 ‘핫플’에 대한 심리적 이유
◇요즘에는 이렇게 좁고, 커브 돌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골목길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예전에는 흔했던 골목길이 젊은층에게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공간은 단순히 내가 몸 담고 있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이 많이 향하는 곳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요즘 젊은층이 골목길로 놀러가는 이유, 10대는 좁은 코인 노래방에서 틈새 시간을 보내는 이유, 회사원들이 옥상으로 쉬러가는 이유도 각각 분명하다.
이에 대해 홍익대 건축과 유현준 교수가 tvN <어쩌다 어른>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했다.
◆요즘 핫플은 다 골목길, 왜?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장소들, 핫플레이스들에는 골목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로수길, 익선동, 삼청동, 경리단길 등은 골목길을 트렌드로 이끌면서 과거 실내 쇼핑몰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는 반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골목길과 쇼핑몰 복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답은 하늘의 유무이다. 쇼핑몰 복도도 밝지만, 형광등 불빛이고, 골목길은 자연의 빛이 있는 곳이다.
또한, 익선동만 해도 골목길을 조금만 걷다보면 갈림길 사이사이 낯선 가게들이 있고, 새로운 풍경의 연속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이유도 비슷하다. 베네치아는 단위 면적당 골목길의 갈림길이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시간을 걸어도 훨씬 다양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골목길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었다. 흔한 일상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당이 있는 주택 위주에서 아파트 위주로 주거 형태가 변화하면서 골목길 대신 주로 실내 복도, 엘리베이터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골목길에 대한 향수가 생기게 된 것이다. 걷기만 해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골목길로 향하고 있다.
◆10대는 코인 노래방과 PC방으로
◇감시사회가 답답한 10대 아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위해 PC방으로 향한다. /*출처=Shutterstock
학원과 학교를 떠도는 10대 학생들은 틈새 시간만 생기면 코인 노래방이나 PC방으로 향한다. 천원만 내면 좁지만 자신만의 혹은 또래 친구들끼리만의 공간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에 조금만 지각해도 문자가 갈 정도로 감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10대 아이들은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란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차를 마련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크게 가진다. 요즘 젊은이들은 집보다 차를 먼저 산다. 차는 비싼 집값에 비해 싸고 손 쉽게 나만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옥상으로 향하는 이유
조금 나이가 들면 높은 곳을 향해 가기 마련이다. 고층은 높아질수록 커지는 권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즘에 루프탑 카페가 유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타인으로부터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있고, 누가 오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려다 볼 수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하고, 나만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깨진 후,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는 것은 잠시나마 회장실보다도 높은 곳으로 올라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특권을 맛보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