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격언에 'Oldies But Goodies'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옛것이 좋은 법이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특정한 물체 뿐만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사람 마저도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받아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분야에 있어서 몇몇 사람들은 그들이 축적해온 노하우를 사용하며 후대에 물려주는 식으로 그 분야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왔고 그렇기에 후대의 사람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먼 미래까지 험난한 여정을 겪어온 특정 객체를 'Classic', 'Virtuoso', 혹은 '장인'으로 칭하며 존경심을 표해왔다. 팔씨름도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팔씨름을 있게 한 장인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선수생활이 타 스포츠에 비해 상당히 긴 분야인 만큼 현역으로 활동하는 살아있는 전설들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 그 중, 젊은 현역 대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엄청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감 없이 실력을 뽐내는 리차드 럽키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알 터너와 리차드 럽키스
리차드 럽키스는 1956년 생으로 10월 5일에 태어났다. 20살 때, 지역 팔씨름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시작하며 리차드는 다른 농부들을 무수히 꺾어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1978년 캔자스에서 열린 WPAA 팔씨름 챔피언십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프로의 행보를 걷기 시작하는데, 그 대회에서 리차드는 알 터너에게 밀리며 2위를 수성하였다. 당시 그의 체중은 95KG이었다. 리처드는 인터뷰에서 알 터너와의 경기를 가졌던것은 영광이라며 존경심을 표하며 수십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의 집에는 두 선수가 겨루는 사진을 표지로 한 스포츠 잡지가 있다고 한다.
1986년에, 리차드는 Over The Top 토너먼트에 참가하는데, 아쉽게도 그는 22살의 존 블젱크에게 4강전에서 패배하며 3위를 수성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그 대회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리차드는 이후 복수의 칼날을 날카롭게 벼르기 시작했고 그 결실로 1988년 슈퍼헤비급 1위의 왕좌를 탈환하는데 이르렀다. 80년대 후반, 리차드는 Over The Top 대회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기량의 상승을 보여주며 호사가들은 오직 게리 굿리지와 존 블젱크만이 그의 폭주기관차와 같은 상승곡선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두 친구들은 내가 인정하는 최고 중의 최고들이야.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존재들이기도 했고. 게리가 야생마와 같은 주체못할 힘으로 덤벼들었다면, 존은 그 누구보다 영리하게 자신이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포인트를 잡아냈지.'
1990년 유콘 잭 토너먼트에서 존 블젱크와 리차드 럽키스
당시 리차드 럽키스가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한 일화가 있다. 전성기 기준 190cm에 136kg의 스펙으로 그는 150kg짜리 웨이트 벨트를 찬 채 딥스 훈련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고 하는 일화가 그것이다. 이후, 1989년 그의 어마어마한 힘을 눈여겨보던 WCW라는 프로 레슬링 단체에서 오퍼를 받게 된다. 하지만 계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는 가족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던 사람으로서 수많은 일본 원정을 껄끄러워 했으며 얼마 안가 계약을 해지하고 꿈에 그리던 러쉬모어로 돌아간다. 하지만 1991년, 리차드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며 결국 은퇴를 선언하고, 자신이 태어난 러쉬모어의 옥수수밭에서 가업을 이어나간다.
반갑습니다. 16년만의 귀환.
존 블젱크를 위협하던 인물로서 나름의 거대한 발자취를 써내려간 전설의 빈자리는 후대의 신예들로 인해 다시금 메꿔지게 된다. 하지만 2007년 8월 캔자스에서 열린 UNAC대회에서 낮익은 얼굴이 다시 등장하게 되니, 미네소타의 자존심이자 미국의 자존심이던 리차드 럽키스가 공식적인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복귀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마스터 헤비급 디비젼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오픈 디비젼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16년의 공백이 무색하리만치 엄청난 기량을 뽐내기 시작한다. 10월에 그는 ROTN대회에서 새로운 미국의 자존심으로 떠오른 트레비스 베이전트를 꺾으며 3위를 기록하는 등 끊임없는 전진을 이어나간다.
2008년, 결국 그는 아놀드 클래식에서 팀 브레스넌과 존 블젱크를 꺾으며 우승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하고 차후 팀 브레스넌과의 경기에서 입은 이두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도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통합국가 대회를 재패하는 등, 완벽한 현역 복귀 신고식을 치룬다.
치명적인 이 남자의 화려한 복귀 신고식.
2009년 초반, 리차드는 불의의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데, 다행히 빠른 회복을 보이며 2달만에 병상에서 일어나 닉 지나를 3-0으로 꺾고 7월에 통합국가 대회의 오픈,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 헤비급 디비전까지 모두 재패하며 타이틀을 통합해버린다. 대회 이후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그는 디스크 수술을 받는데 놀랍게도 2010년에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무패의 행진을 보이며 남들보다 한발 앞선, 유전적으로 월등한 회복력을 자랑하였다.
아쉽게도 2010년의 끝자락에서 그는 데본 라렛과의 슈퍼매치를 패배로 기록하며 리차드의 연승 행진은 끝이 난다. 6-0이라는 참혹한 스코어였기에 그의 상심은 적지 않았다.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30년이 넘도록 이 팔씨름 판에서 굴러보면서 데본 라렛처럼 말도 안되는 완력을 가진 남자는 보지 못했어. 심지어 존 블젱크조차 완력에선 그에게 안될거야. 다른 친구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다구. 그저 난 내가 완전히 틀렸다는걸 입증한 데본이 경이로울 뿐이야.'
리차드 럽키스의 또다른 닉네임은 '트레비스의 천적'일 수도
2011년, 리차드는 UAL 슈퍼헤비급 결승전에서 트레비스 베이전트를 꺾으며 다시금 고공행진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현역 선수생활동안, 리차드는 3개의 월드 타이틀과 10개의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아놀드 클래식 역사상 유일한 50세 이상의 우승자라는 명예를 안기도 하였다.
리차드 럽키스는 미네소타 팔씨름계의 아버지격이다. 그는 존이 인정한 6명의 최고 슈퍼 헤비급 선수 중 한명이기도 하며, 미네소타의 위용을 만천하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존은 '여태까지 느껴본 완력 중 가장 거대했다'라고 리차드의 완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으며, 리처드의 장대한 거구는 보기만 해도 긴장이 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트로피 역시 마찬가지.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많은 팔씨름계의 스타들조차 그의 완력은 최고라고 언급할 정도로 그의 완력은 정평이 나있는데, 바로 이 힘의 근원이 어디냐는 데에 우리는 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는 농장에서 자랐다. 어마어마한 노동량이 바로 내 힘의 바탕이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겠다.' 라고 본인 스스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따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퍼스널 트레이닝에 조예가 깊은 그는 자신이 짠 체계적인 운동법 역시 한몫 하였다고 뒤이어 수긍하였다.
여름이면 완두콩과 옥수수를 재배하고 겨울에는 워딩턴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하는 등, 어찌보면 상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리차드 럽키스는 적어도 팔씨름계에선, 유구한 역사를 빛낸 거인으로서 그 세월의 흐름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다음 세대까지 노하우를 전수하는 거목으로 자리메김한 '장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제가 여태까지 쓴 글들은 모두 armwrestlersonly.blogspot.co.uk 에서 가져와 번역을 한 것입니다. 원 글쓴이분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원본 그대로 번역하였으며 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팔씨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사이트를 강력 추천드리고 싶네요.
첫댓글 아..남자네..ㅎㅎ
상남자죠...흨 ㅠㅠㅠ
너무너무 쟈미있게잘읽었습니다 정말감사합니다...
매번 응원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함께 귀농하시겠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내가 안그래도 럽키스 약물 디스하는 내용 썼다가 좀 머쓱해서 지웠어 ㅋㅋㅋㅋㅋ
아버지뻘인데 대단하시다.... 재밌게 잘 읽었어~ 원혁아! 추천!!!!
감사합니다 형님!!!제 아버지보다도 나이 많으신데 ㄷㄷ...
우와.... 번역을 손수하시고... 정말정말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아닙니다 쌘사람님처럼 멋진 모임을 손수 여시는 열정이 전 너무 존경스럽네요 감사드립니다!
너무잼있게읽었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입상 축하드립니다!!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
매번 악력훈련에 모티브를 주는 멋진 영상 더욱 감사드립니다~~!!
좋은글 재미있게잘봤습니다ㅡㅎ
원글쓴이가 너무 글을 잘썼네요 감사드립니다!
하트쪽쪽 할아버지 멋있다ㅜㅜ
56년생인데 저렇게 날아다니시다니 실제로 보기전엔 감이 안잡히네...
언젠가 한국판 인물열전도 나오면 좋겠내요ㅋ
한국판은 인터뷰에 사진촬영까지 가능하니...생각해보니 설레네요 ㅎㅎㅎㅎ
글을 보면 심한 부상을 수차례 당했음해도...회복력이 울버린급이네요ㄷㄷㄷ 데본 라렛 최강설에 힘을 실어주는 인터뷰도 있네요ㅎㅎ
약물 그 이상의 회복력을 생각하면 일반인의 상식 밖에서 존재하는 인물인것 같습니다....아무리 데니스가 일기당천의 포스를 뿜어대도 데본 역시 그 못지 않기에 둘간의 슈퍼매치는 붙어봐야 알것 같습니다 너무 기대되네요 ㅎㅎ
원혁이 글만 모이는 게시판이 잇럿음 좋겟다 ㅋㅋ 원혁이덕분에항상좋은글읽는다
항상 형님 덕분에 더 열심히 번역을 하는것 같아요 매번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형님 ㅠ
늘 즐겁고 신나는 읽을 거리를 제공해 줘서 고마워 원혁씨^^~
호직형님 늘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매번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우섭씨 반가워요!!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번 봐도 재미있네요^^ 잘 봤습니다.
두번이나 봐주시다니 원작자가 너무 글을 잘쓴것 같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과거 파워존에 작성했던 제 허접한 글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다시기억도 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헉 과거에 쓰신 글이시군요!! 허접스럽지만 어여삐 봐주시기 바랍니다 ㅠㅠ
@장원혁 아 ;; 저는 저사이트말고 이곳저곳 찾아서 종합해 작성했었는데 비슷한 내용이 많네요 ㅎㅎㅎ 매번 감사히 잘보고있습니다 !
@Armwrestling 아하 그렇군요!!유명한 팔씨름관련 사이트마다 배너를 타고 들어가면 다 이어져 있더라구요 ㅎㅎ매번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원혁님이 올려주시는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ㅎ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너무 다행이네요 ㅎㅎ 민국님의 격려에 더 나은 번역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전성기 기준 190cm에 136kg의 스펙으로 그는 150kg짜리 웨이트 벨트를 찬 채 딥스 훈련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고 하는 일화가 그것이다.
30년이 넘도록 이 팔씨름 판에서 굴러보면서 데본 라렛처럼 말도 안되는 완력을 가진 남자는 보지 못했어.
이부분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마...맛깔나게 번역하느라 온 힘을 쏟았습니다 ㅠㅠㅠ 인상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