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참으로 대단한 나라입니다. 정치 사회 철학 문화 예술적인 측면 그러니까 모든 면에서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나라라고 여겨집니다. 지금은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으뜸이고 백년전만해도 영국이 으뜸이었다면 프랑스는 중세를 거친 이후 지금까지 최상위그룹을 이탈해 본 적이 없는 매우 대단한 나라임이 분명했습니다. 정치적면에서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시작으로 백년이상 걸린 혁명으로 민주주의의 토대를 확고히 구축했습니다. 혁명 그러면 프랑스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은 바로 역사적 배경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철학적 문학적인 면에서도 대단한 인물을 배출했습니다. 실존주의 운동의 선구자로 알려진 장 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미술적인 측면에서는 설명하는 것 조차 구차합니다.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실주의 그리고 인상주의는 바로 프랑스에서 태동되었습니다. 신고전주의의 태두라는 다비드로 부터 들라크루아 그리고 쿠르베 등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실주의의 아버지들이 대부분 프랑스 출신입니다. 현대 미술을 이끈 인상주의 화가들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등도 프랑스 출신이고 그 유명한 고흐도 프랑스에서 그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현대에는 이른바 명품으로 대표되는 패션을 선도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파리는 관광객으로 넘쳐납니다.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바로 미술관입니다. 파리는 서울의 1/6정도 밖에 안되지만 130여개의 미술관이 존재합니다. 루브르 박물관,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에서 외국 관광객들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파리 개선문과 베르사이유 궁전,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도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관광명소입니다. 프랑스는 과거의 유물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나라입니다.
프랑스는 유엔 상임이사국이고 나토와 유럽연합에서도 주도권을 쥔 나라입니다. 경제력에서도 유럽에서도 독일 영국 다음이며 세계 7위국입니다. 군사력은 어떻습니까. 지금 세계 5위국입니다. 무기 수출은 세계 3위이고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 등에서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 보유국입니다. 지금뿐 아니라 과거 1800년도에는 유럽을 지배하였던 나폴레옹 보유국이 바로 프랑스입니다. 이런 모든 것을 살펴보았을 때 프랑스는 세계 최강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지 돈만 많고 주먹만 센 것이 아닌 정치 철학 문학 예술면에도 모두 최상위권에 속한 나라입니다. 그야말로 엄친아중에 엄친아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그런 프랑스가 이번에 올림픽을 열었습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이어 100년만에 또 다시 올림픽 개최입니다. 프랑스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서 도약하는 프랑스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올림픽은 참가국만 많았지 단일 종목인 월드컵에 비해 그 관심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월드컵과 비교할 때 올림픽은 텔레비젼 시청률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래도 프랑스는 뭔가 보이고 싶었습니다. 특히 미국에게 말입니다.
프랑스는 정말 미국에게 할 말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 화려했고 세계를 주름잡았고 한때 미국의 상당부분이 프랑스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미국의 루이지애나주는 프랑스의 루이 14세의 이름을 따 지어진 주입니다. 지금도 경제력과 군사력만 제외하면 미국을 능가한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프랑스입니다. 특히 프랑스는 환경문제에 민감합니다.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반면 미국은 환경문제에 굉장히 소극적입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협약을 탈퇴한 그런 인물입니다. 환경문제 정말 신경쓰지 않습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그래서 이번 파리 올림픽을 환경보호 올림픽으로 정했습니다. 뭔가 미국과 중국 등 환경문제에 등한시하는 나라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너무도 아쉽게도 말입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뤄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바로 오물로 가득찬 센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조원을 투입해 센강 수질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세상사가 일부 권력자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강압적인 행정집행이 이뤄지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요. 서울 올림픽같은 경우 말입니다. 음식점과 화장실 청결을 내건 서울 올림픽은 대단한 행정력을 동원해 지저분함을 제거했습니다. 당시에는 시민들의 불만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 이후 서울의 청결도가 대단히 높아졌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가 어떤 곳입니까. 행정 대집행이 먹힐 리가 없습니다. 오로지 파리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파리 시민들 그렇게 권력과 행정기관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왜 평소하던대로 하지 유난을 떠는가라는 반응입니다. 대통령과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만 몸이 달았지 성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유럽은 요즘 이상 기후로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폭우와 폭염이 교대로 대회진행을 괴롭힙니다. 환경을 최대 슬로건으로 내건 파리 올림픽이기에 에어컨 사용도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참가 선수들의 불만을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파리 올림픽이 난장판이다, 준비가 덜 된 대회다, 역대급 엉망진창이다,마크롱의 의지만 앞선 대회다 라는 외신들의 지적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센강의 수질문제가 결국 터지고 말았습니다. 센강에서 철인 3종 경기를 강행한 뒤 선수들이 구토를 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해 결승점을 통과한 캐나다 선수는 10여 차례 구토을 했습니다. 이 장면이 그대로 중계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전해졌습니다.
사실 센강의 수질이 경기 강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조직위 담당자들의 의견과 외신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파리 조직위는 트라이애슬론 수영종목을 센강에서 강행한 것입니다. 당초 센강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트라이애슬론에서 수영을 제외하기로 했지만 갑자기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했다면서 수영을 강행했고 결국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일부 외신에서는 날씨가 너무 험하니 러시아 공격을 미루자는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알프스를 넘어 러시아로 진격해 결국 프랑스군이 참패하는 결과를 낳은 나폴레옹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이자 파리 올림픽의 존재이유를 알릴 절호의 찬스인데 조금 수질이 적합하지 않다고 중단한다는 것은 나폴레옹의 후예인 마크롱 대통령입장에서는 용납이 안되는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센강에서는 5일 트라이애슬론 혼성경기, 8일과 9일에는 이 대회 최대의 하이라이트인 마라톤 수영경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 다시 센강에서 강행을 고집할 것인가는 대통령 마크롱과 파리 조직위원장이 결정할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그렇게 갈망했던 파리의 영광 재연은 사실상 불발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대회 개막식부터 삐걱거리던 운영이 대회 곳곳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위 산하 자원봉사자들의 성의도 더위와 고집스런 환경보호 탓에 빛을 잃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환경을 위한 선수촌 운영과 채식 위주의 식단 마련도 보여주기식 운영이라며 선수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다운 고집스러움과 과거 영광 재현 의지가 이번 대회에서는 그 영향력을 상실하고 빛을 바래고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과거의 그 화려한 명성을 되살리고 싶었던 야망과 갈망이 선을 넘은 고집과 근거가 없는 뚝심으로 붕괴되는 안타까운 모습을 전세계는 지금 파리 올림픽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