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가 상강(霜降)을 넘었으니 만추(晩秋)의 정취가 한층 깊다.
길거리 구석마다 단풍 든 낙엽이 지천으로 뒹굴고,
방조림 사이에는 구절초, 쑥부쟁이 꽃의 웃음이 헤프다.
게다가 맑은 하늘 선선한 날씨까지······
아침 산책길이 상쾌했다.
한 바퀴 돌고는 김이현 친구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탕에는 샤워하는 사람, 양치질하는 사람, 면도하는 사람 등등,
출근 준비하느라 서두르는 사람들로 복작거렸다.
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의 복장(?) 그대로
뜨끈한 탕 속에 몸을 담갔다.
어~허! 시원하다.
너무 좋았다.
문득, 맞은 편 사람의 금목걸이에 눈길이 갔다.
제법 굵은 체인으로 봐서, 족히 한 냥은 거뜬해 보였다.
말 그대로 금값이 금값인 요즘 아니든가.
저걸 현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별걸 다 궁금해하며 탕에서 나와 사우나 도크에 들어갔다.
먼저 들어 온 네다섯 명이 오뉴월 염천 더위의 개처럼
헉헉대며 팥죽 같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또 그중의 한 명이 으리으리한 팔찌를 끼고 있었다.
그 참 이상하다.
오늘은 왜 자꾸 황금이 보이지?
무슨 횡재수가 있으려나?
로또라도 사 봐?
목욕이 끝날 때까지 내가 가진 금붙이를 생각해 봤다.
암만 생각해도 금커녕, 은(銀) 쪼가리 하나 없다.
IMF 때 말컨 다 내주어버렸으니 은 쪼가린들 있을 턱이 만무다.
이후 먹고 사는데 바빠서 장만은커녕,
엄두도 못 내고 살았다.
이 나이 되도록 목걸이랍시고 목에 걸고 살아 본 건 오직,
‘대한민국 육군 5109xxxx 이xx B’이라고 압인(押印)된 군번줄뿐.
그리고 지금 현재 팔에 끼고 있는 건 옷장 번호표뿐.
생각할수록 한심하다.
*B는 응급조치시 필요한 혈액형 표시임
목욕탕에 들어가면서 받은 옷장 번호표 끗발은 ‘11’. ‘일땡’이었다.
혹시 신(神)의 계시인가 싶어, 집으로 오면서 들려 본
복권 판매업소는 13시부터 개점이란다.
2시간을 기다려야 될 판이다.
그러면 그렇지.
내 복(福)에 무슨······
다 치우고,
고마 자~앙 그대로 그냥 살란다.
이날까지 큰 병치레한 적 없으니 그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그걸로 만족해야지 다른 도리가 없다.
'지족(知足)'이다.
- 끝 -
참으로 좋은 가을날입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세요.
파이팅!!!
첫댓글 한냥이면 37.5g 밖에 안되는데 그것 갖고 목걸이는 택도없다. 아매 X2 는 넘을끼다.
썩을넘들, 누구 약발 미는 것도 아이고~~
금이라...
그래도 기다렸다가 한 장 사 보시지 않고요 ㅎ
행운도 준비한 자에게 온다고 하는데~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있던가요?
아까운 기회를 놓쳤군요.
다음에는 그런 기회가 오면 꼭 잡으세요^^
늘 건강하시길
고마 자앙 그대로 살란다~맘 잘 묵었소. 자앙 자앙그대로 변함없이.
며칠 마실(가방 따까리) 댕겨 온 사이 카페에 군불이 따끈따끈하게 데어져 있네.참 조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