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에서 초록으로, 다시 진초록 녹음으로...
자연은 녹색 하나만으로도 변화무쌍한 조화를 부린다.
계절이 깊어짐에 따라 변하는 그 미묘한 색감의 차이에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감탄사를 터뜨리기도한다.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들녘으로 나서면 논마다 새로 심은 벼 모종들이 연녹색 점묘화법을 보여 주고,
물살 좋은 냇가엔 즐비한 은사시나무가 바람에 잎을 떨며 움직이는 또 하나의 녹색 전시회를 시작한다.
물결에도 색깔이 담겨 있다.
들여다보면 맑은 투명이, 비스듬히 보면 초록색 비단 폭이다.
그 속에는 또 은빛 송사리 떼가 노닐고 그보다 더 흰 구름들도 잠겨 있다.
꽃들의 전시회는 더욱 화려하다.
송이마다 땅속 깊은 나라에서 캐내온 얘기를 동화처럼 들려준다.
떠드는 목소리와 기계 소리에만 익숙한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그러나 듣기만 하면 눈을 감아도 환히 보이는 꽃들의 고향.
녹색 체험.
그 푸름과의 만남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는 직접 느껴 봐야 안다.
유월과 함께 시작된 올 여름 주제를 ‘녹색 삶’으로 잡아 보면 어떨까.
자연은 색감의 마술사. 신록, 초록, 진초록... 색깔은 벌써 여름 속이다.
“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순간, 볕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 앉는다 ”
학창 시절 외우다시피 읽던 ‘이양하’의 신록예찬 중 일부.
읽는순간 햇볕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신록의 싱그러움에 몸을 떨던 청춘의 기억.
산과 들이 있는 전국 어디든 이 연하디 연한 푸름의 향연을 만날 수 있는 지금
우리는 신록의 한가운데를 넘어서고 있다.
첫댓글 님의 낭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가끔 초록의 물결도 눈으로 받아들여야 되는데....요즘 한창 초록 투성이인 공항신도시가 너무나도 푸르고 청초하게 느껴집니다. 입구에 들어설때 흘러 들어오는 아카시아 향과 이름모를 솜처럼 가라앉아 보이는 나무 덕에 향에 취해 보기도 합니다...님의 글은 읽을수록 마음을 가라앉히는 매력이 있습니다..잘보고 갑니다 사랑방 손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