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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당한 벌금에 평화롭게 저항한다
적법한 절차 없이 불과 87명의 주민의 결정으로 시작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지난 7년간 주민들과 마을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당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긴급히 총회를 열어 1,000여명의 유권자 중 과반이상이 참여해 94% 압도적인 의견으로 제주해군기지의 유치에 분명한 반대를 결정하였지만, 정부와 국방부는 이러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였다.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건설을 위한 타당성조차 검증하지 않은 채 강행된 해군기지 건설은 주민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은 물론 자연환경까지 송두리채 파괴하였다. 무엇보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에 이런 거대한 군사기지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국민적 합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시작하였다. 정부는 한 번도 자신들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시민을 상대로 마치 군사작전이라도 벌이듯 공사를 밀어붙였다.
2009년에는 공사를 위해 구럼비 해안 일대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었고, 2011년에는 민군복합항과 관련한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이중협약으로 드러났다. 2012년에는 민군복합항 건설을 위한 검증위원회가 파행적으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국회 여야가 합의한 70일의 검증기간 동안 해군의 불법적 공사가 강행되었다. 해군은 구럼비 해안의 발파작업 과정에서 약속된 화약의 이동경로를 고의적으로 우회하였고, 최소한의 환경오염 저감시설인 오탁방지막 미설치 등 끊임없는 불법공사를 자행하였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불법과 탈법의 연속이었다.
반면 지난 7년 동안 강정마을 주민들과 많은 시민들은 평화적으로 이에 맞섰으며, 이는 정부와 해군 그리고 삼성, 대림 등 거대자본이 자행하는 총체적인 거짓과 불법, 마을공동체와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과 파괴에 저항하고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대규모의 경찰을 동원하여 폭력적인 진압과 무차별적인 연행으로 대응하였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사법부는 국민들의 정당한 항의행동을 실정법 위반이라는 미명하에 기소된 수백여 명의 시민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거액의 벌금형을 남발하였다. 정당성을 잃은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벌금으로 위축시키려는 또 다른 국가권력의 남용이 제주 강정에서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12월까지 경찰에 의해 연행된 사람들 649명, 이중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 589명, 구속되었거나 아직도 구속 중인 사람들 38명, 부과된 벌금 총액 3억여 원이 넘는다. 이것은 해군기지의 건설과정이 얼마나 일방적이었으며,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것이다.
여전히 강정마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사법기관도 이 불법적인 공사과정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사법기관의 엄정해야할 잣대가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에게만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년간의 시간은 주민들에게 막대한 벌금과 일상의 파괴, 그리고 국가폭력의 상처만을 남겨놓았다. 또한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해 불법적 제주해군사업에 저항한 시민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벌금이 부과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스스로 벌금이 아닌 감옥을 선택하려고 한다.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평화적 행동으로 행동하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차별적인 강제 연행과 부당한 벌금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오늘의 실천에 앞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밝히려고 한다.
첫째, 적법한 과정도 없이 시작된 제주 해군기지사업은 건설과정에서 수많은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였으며, 국방부가 주장하는 민국복합항 역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주민들의 생존권과 강정마을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행동은 합당하다.
둘째, 무차별적인 연행과 고액의 벌금은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며 민주주의 역시 훼손한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범죄자로 몰아가고 또 시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정부의 정책은 시민적 가치를 훼손하며 건설적인 합의와 토론을 방해한다. 더욱이 강정마을의 벌금은 일반적으로 알려졌던 과거의 사례에 비해 몇 배나 많이 부과되었다. 같은 시기 다른 지역의 비슷한 사건에 비해서도 제주 강정마을의 사건에는 높은 벌금이 부과되었다. 우리는 이것이 벌금 폭탄을 통해 시민사회를 위축시키려는 정부의 입장으로 이해한다.
셋째,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우리의 행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우리의 평화적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투입과 국가폭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를 위협하며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공동체를 훼손하는 국책사업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행동이 제주와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 사회에 평화가 자리할 곳이 없다면, 우리의 평화로운 저항이 가야할 곳은 감옥밖에 없을 것이다.
2014년 5월 20일
강정, 부당한 벌금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임
벌금형 200만 원은 노역형으로 환산하면 40일 어치에 해당한다. 누구는 일당 5억 원짜리 노역형을 살았지만, 우리는 그에 만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일당 5만 원짜리 노역형이라도 살지 않으면 부당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중학생인 두 딸의 뒷바라지와 이제 시작한 지 1년 4개월을 조금 넘는 작은 교회의 목회 일도, 세월호 참사로 눈물을 뿌리며 들던 거리의 촛불도 잠시 접어둔 채 일상을 멈추고자 한다. 별스러운 시간이 아닌 것 같아도 나에게 있어서는 금쪽과 같은 시간들이다. 하지만 먼 훗날일지언정 공안사건으로 취급되어 온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운동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사법부의 상징인 ‘저울의 추’가 어디로 치우쳐져 있는 판결이었는지 밝혀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외친다. "구럼비와 강정마을에 대한 사랑은 무죄다!" 라고. - 임보라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제주의 환경과 마을을 망가뜨리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해군기지 건설과 공권력이 이런 공사강행을 돕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을 막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구럼비가 발파되던 첫날,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날 그 자리에서 연행되어 ‘일반교통방해’라는 죄명으로 재판을 받았고, 수백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국가는 저를 범죄자로 만들었지만, 저는 제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당한 벌금형에 복종하지 않기 위해 저는 차라리 감옥에 가겠습니다. - 여옥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재판 중 구럼비 발파 첫날 쇠사슬을 묶었던 행동으로 받은 벌금 200만 원은 3심까지 다투었지만 결국 원심 그대로 확정이 되었다. 벌금납부고지서를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반도로교통방해? 풋, 차도 안 다니는 새벽 4시 이미 경찰이 다 막아놓은 도로에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해 앉아 있었던 것이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내 정치적 자유도 제한할 만큼 중죄였던가. 삼성은 왜 어떨 땐 국민 기업이고 또 하나의 가족이면서 꼭 이럴 때만 사유재산인가. 왜, 어째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법은 대한민국 정부 ‘공무’ 자체의 성격과 위법성이나, 공권력도 아닌 삼성 에스원 직원들의 과도한 시위 저지 행위는 문제 삼지 않는가. 그러면서 폭행, 협박 혹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이 전혀 없는 일반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는 과도하게 해석되어 각종 법률을 침해한 범법자가 되어야 하는가. 왜 공명정대하다는 법은 평화애호자들의 평화시위는 심대한 혼란 혹은 막대한 손해로 명확히 판단하고 구분하면서 정부, 해군, 삼성, 대림의 ‘업무’에는 판단을 유보하는가. 방해할 업무가 없는 권력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업무방해죄'가 과연 공평하고 정의로운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가. - 최정민
화약이 마을로 운반되던 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았을 겁니다. 저는 화약고 앞에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왜 화약고 앞으로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화약고 앞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연행이 되었던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화약고 앞 도로에 세워져 있던 차 안에 있었던 제게 법원은 일반교통방해라는 죄명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몇백만 원의 벌금이 떨어졌습니다. 재판을 받으며 하지 못했던 말이 있습니다. 애초에 화약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완전히 무장한 경찰과 군대를 앞에 두고 겨우 두 손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몇 분 몇 초라도 막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날 제가 기다렸던 것이 화약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이 막아선다면 기다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리고 우리가 기다렸던 것은 정부의 성의 있는 대답이었기 때문입니다. - 박정경수
나는 생명과 평화를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생각하는 퀘이커교도로서 폭력적 시위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으며 오직 비폭력적 시위만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통산 500일간 강정마을에 머물면서 젊은 사람도 힘들다는 삼보일배를 하루 4시간씩 해왔던바 이는 서귀포경찰들과 해군은 물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일이다.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사람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다. 무조건 순종만 하라니 짐승을 모아놓고 정치를 하겠단 말인가? 부당한 벌금은 결코 낼 수 없다! 설사 돈이 남아 썩어진다 해도 낼 수 없다. 차라리 당당하게 노역을 살 것이다. 내 몸은 비록 교도소에서 노역을 할지라도 내 자유 하는 혼은 불의한 정권이, 정권과 재벌의 시녀로 전락한 사법부가 감히 가둘 수 없느니라. - 오철근
남부구치소 4160 최정민
4277 양여옥
서울구치소 602 임보라 목사님
첫댓글 좋군요...아름다운 모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