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것을 외면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시인, 수필가 : 전홍구
거리를 걷다가 한두 사람도 아니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보이는 건 낯선 언어로 뒤덮인 상표들이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젊은이들 어르신들조차 외국 로고가 박힌 신발을 신고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들고 메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들고 메고 걸친 모든 것들이 낯선 언어로 표현돼 누구 하나 국산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세상에 어르신들은 무어라 쓰인 줄 모른 분도 있을 것이다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들이 정작 우리나라 제품을 버리고 외국 상표에 열광하는 모습은 실로 기이하다 못해 비통한 광경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외국 것을 선망하고 국산을 외면하기 시작했던가 아니 과연 우리의 것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우리 손으로 만들어 세계로 수출된 국산품이 외국에서는 고급 브랜드라 칭송받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은 그것을 창피하다고 숨기려 하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순간 "국산"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한국 땅에서 태어나 한국 땅에서 자란 우리가 어째서 우리의 것을 이토록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 같은 현실을 과연 대통령은 모르고 있는가? 장관들은 못 보았단 말인가? 국회의원들은 이 현실을 알고도 모른 채 넘기 고고 있단 말인가?
그들이 국민 앞에서 애국을 외치고 경제 발전을 말하면서도 정작 국민이 자국의 제품을 외면하는 현실엔 침묵하고 국산을 살리자 외치는 이는 없고 외국 브랜드가 우리 소비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두고 보고 있단 말인가 아니면 외국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내는 세금을 나누어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이 땅의 경제를 책임진 이들이라면 국산 브랜드의 퇴색이 단지 한 산업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자부심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고 있단 말인가?
젊은 세대는 말한다. "외국 것이 더 예뻐서, 더 멋져서." 어른들은 말한다. "품질이 더 좋아서." 하지만 그것이 정말인가?
진정 우리가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가 단지 품질 때문인가?
아니면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우리 안에 새겨진 "우리 것은 뒤떨어진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인가?
물론 외국 제품이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그것은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상표의 선호도로 국산을 저버리고 외국 것을 자랑하듯 소비하는 행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나는 이 땅의 노동자들을 생각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기계를 돌리고 땀 흘리며 만든 물건들이 우리나라 안에서는 외면받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는 현실과 그들의 손끝에서 태어난 제품이 자신들의 가족, 친구, 이웃들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이 땅의 젊은이들이 외국 상표를 선호하고 자랑스럽게 여김을 방관하는 공직자나 교육자는 한국이라는 이름은 점점 퇴색시키는 범죄를 조장하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우리가 외국 상표를 자랑스럽게 걸치는 동안 우리나라의 브랜드는 점점 사라지고 우리의 기술은 외국의 손에 넘어가고 우리의 자존심은 그들과의 거래 속에서 깎여나가 결국 우리의 일자리 우리의 경제 우리의 정체성까지도 사라질 것이기에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단지 상품만이 아니라 그 상품을 사랑할 수 있는 국민의 자부심일 것이며 "국산"이라는 단어가 자랑스러운 이름이 될 때 우리의 경제와 문화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묻고 싶다.
그렇게 큰 글씨의 로고를 등에 지고 가슴에 달고 다니시면 광고료는 얼마나 받으시느냐고?
아니,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것을 얼마나 지키고 사랑하는가를?
다시금 우리의 자부심을 찾을 때가 왔다. 더 늦기 전에 더 잃어버리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우리의 물건을 우리가 사랑하고 아껴 사용해야 한다고.
당신은 우리나라의 제품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이 나라가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만약 우리가 국산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 하고?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국산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그것마저 남의 손에 내어줄 것인가?
"국산"이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되찾을 때 우리의 나라는 비로소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국산을 외면하지 말자, 이제라도 우리의 것을 입고, 신고, 메고 다니며 당당히 자랑하자. 그래야 우리가 우리의 땅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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