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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夏秋冬으로 풀이한 한자의 창제원리와 어원 : 갑골문과 금문은 순우리말로 만든 문자이다
제 2장 한자의 창제원리
Ⅲ. 한자의 음가부여 원리와 순서
1. 한자 창제의 일반원리 (대입법, 단음절법)
2. 대구법
한자의 음은 뜻(字義)과 대구관계에 있는 순우리말, 즉 음의 어원이 되는 말의 첫음절을 취하고, 자형풀이는 이 음의 어원과 동의어 관계가 되거나 음의 어원이 자형풀이와 핵심어 관계가 되도록 한자를 만드는 방법이다. 반대로 말하면 자형이 그려내는 것이 원칙적으로 뜻보다는 음의 어원인 경우이다. 음의 어원을 한자의 자형으로 그려내는 이유는 추상적인 뜻을 문자로 그려내기 어려운 경우에 그와 대구관계에 있는 음의 어원이 상대적으로 문자화하기 쉽다면 그것을 그려내서 뜻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秋(가을 추)가 쉬운 예이다. 가을은 문자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가을과 대구관계에 있는 수확하다를 "벼이삭을 추리다"라는 자형으로 나타낸 것이 秋이다. 결코 가을을 그려낸 것이 아니다.
(1) 대구법이 적용된 한자의 구조
원칙 : [ 뜻≒≒ 음의 어원 = 자형풀이 : 뜻과 음의 어원은 반드시 대구관계이고, 음의 어원과 자형풀이는 동의어 관계 또는 핵심어 관계이다. 대구법(≒≒표시) ]
예외 : [ 자형풀이 = 뜻 ≒≒ 음의 어원 : 뜻과 음의 어원은 반드시 대구관계이고, 자형풀이와 뜻이 동의어 관계이다. 동의어(=표시)]
(2) 직접 표현법과 호응어(呼應語) 표현법
대구법을 적용하여 한자를 창제할 경우에 음의 어원과 자형풀이는 동의어 관계 내지 핵심어 관계가 원칙이다. 이 때 음의 어원을 자형으로 그려내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직접 그 음의 어원을 그려내는 방법이 있고(직접 표현법), 둘째, 음의 어원이 추상적이어서 자형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경우에는 음의 어원과 호응관계에 있는 호응어를 대신 그림으로써 음의 어원으로 삼는 방법이다(호응어 표현법). 셋째, 음의 어원과 다의어 관계에 있는 뜻으로 자형을 창제하는 방법이다(다의어 표현법). 한자의 창제에는 이 세 가지 방법이 모두 사용된다.
호응어는 문장 성분간에 서로 호응관계가 성립하는 단어를 말한다. 은글(갑골문)에서 자형으로 그려낸 호응어는 "다람쥐가 뛰어논다", "돌이 날아간다" 처럼 단순히 문장 성분간의 호응관계가 아니라 ""새가 지저귄다", "안경을 쓰다", "장갑을 끼다"처럼 서술어와 사전상 의미에서 호응관계에 있어야 하고 은글의 음(字音)의 어원과 호응관계에 있어야 한다. 은글로 그려낸 호응어는 숨겨져 있는 호응어, 즉 음의 어원을 표현하는 수단에 불과할 뿐이므로 실제 나타내고자 하는 뜻은 호응어 자체가 아니라 음의 어원인 것이다. 은글이 나뭇가지나 둥지 모양(西)으로 자형을 그려내더라도 그것은 "나뭇가지를 서리다", "둥지를 서리다"에서 "서리다"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싹(春)을 그려내면 "싹을 춘다"에서 "춘다"를, 재판정(善)을 그려내면 "재판정에 선다"나 "재판정이 선다"에서 "선다"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자형 표현방법을 "호응어 표현법"이라 한다. 호응어 표현법의 핵심은 자형이 그려내는 호응어의 의미(ex. 나뭇가지, 둥지, 싹, 재판정)는 사라지고 이와 호응관계에 있는 음의 어원(서리다, 춘다, 선다)만이 자형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은글의 해석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상형문자만으로 은글을 해석하지 말고 그 자형과 호응관계에 있는 숨겨져있는 음의 어원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은나라의 국어학자들은 은글을 호응어로 표현할 경우에도 가능하면 숨겨져 있는 음의 어원이 자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문자를 만들었음이 확인된다. 가령 나뭇가지나 둥지를 그리되 이것을 서려놓은 상태로 그리거나, 싹을 그리되 위로 길게 춘 형태로 그려내거나, 재판정에 원고와 피고, 재판관을 그리되 이들어 선 모습으로 음의 어원을 그려낸 것이다.
春, 秋, 西, 善 등과 같이 호응어 표현법이 적용된 한자는 그 어원이 순우리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형은 한국인만이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말을 알지 못하는 지나의 학자들이 이 자형을 풀이하게 되면 그것은 그들만의 소설로 전락하고 만다. 그 이유는 순우리말에 있는 호응어 표현법 때문이다. 秋(가을 추)를 나타낸 은글에서 거북이, 메뚜기, 새로 표현한 자형은 각각 불에 탄 거북이뼈를 (추리다), 메뚜기를 (추리다), 새 살점을 (추리다)에서 추리다를 표현하기 위해 호응어 표현법으로 그려낸 문자이다.
이 호응어 표현법은 후술하는 다의어 표현법과 별도로 사용(ex. 秋, 春)되거나 함께 사용(ex. 西, 善)되기도 한다. 우리말의 호응관계에는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 부사어와 서술어의 호응,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호응, 조사와 서술어의 호응 등이 있으며 주로 전자 2가지의 방법이 은글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3) 다의어(多義語) 표현법
음의 어원을 직접 그려내지 않고 그 음의 어원이 가지고 있는 다의어 중에서 상대적으로 시각화하기 쉬운 뜻을 선택하여 문자로 그려내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이것을 "다의어 표현법"이라 칭하였다. 다의어 표현법의 예를 살펴보면, 西(서녘 서)는 붉은 기운이 서리다를 문자로 그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서리다의 다의어인 나뭇가지를 서리다 내지 둥지를 서리다를 그려내서 문자를 창제한 것이다(西 참조). 이 때 둥지를 서리다 내지 나뭇가지를 서리다를 그려낸 자형에는 위의 호응어 표현법이 다의어 표현법과 함께 사용되었다. 이 다의어 표현법은 대구법에서 주로 사용되며, 辱(욕될 욕)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합성문자의 경우에도 사용된다(辱 참조).
은글(갑골문)에서는 음의 어원을 그려내는 자형 창제에 동음이의어 (同音異義語)도 활용하였을까?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사례를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만일 동음이의어를 활용하였다면 붉은 기운이 서리다와 동음이의어 관계에 있는 국수나 실 따위를 서리다(둥그렇게 포개어 감다)를 활용하여 국수를 서려놓거나 실을 서려놓은 자형이 西(서녘 서)를 그려낸 은글에서 발견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음의 어원과 결부시키지 아니하고 자형풀이 자체에서는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사례가 발견된다. 族(겨레 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族의 갑골문에서는 "살"(矢)이 화살이지만 표현하고자 한 것은 "살붙이"이고 화살촉은 "이어지다"를 표현한 것이므로 동음이의어 자체 표현법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한 설명은 族 참조)
그런데 牧(칠 목)의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치다(= 세게 부딪게 하다, 옛말은 티다)와 목(=막대기)이 대구관계이므로 목을 음으로 정하고, 소나 양을 치기 위하여 손으로 들고 있는 목동이(= 제주사투리, 몽둥이)를 자형으로 나타낸 것이 은글(갑골문) 牧(칠 목)이다.
牧(칠 목) : 직접 표현법
[ 치다 ≒≒ 목(=목동이, 막대기) =牧 (자형풀이 : 손으로 목동이를 들고 소나 양을 치다) : 대구법(뜻과 음은 대구관계), 어원과 자형풀이는 핵심어 관계]
牧을 기르다는 뜻으로 쓴 경우에는 牧(기를 목)은 직접표현법이 아니라 다의어 표현법으로 만든 자형이 된다. 은나라의 학자들이 생각하는 국어사전에는 牧(칠 목)의 어원이 되는 "목"의 뜻에는 "1.막대기" 이외에도 "2.(막대기로) 기르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 복원할 수 있다. 즉, 목(=기르다)을 표현하기 위하여 다의어인 목(=막대기)를 활용하여 소나 양을 티는(=세게 부딪게 하다) 막대기 (=목)를 자형으로 그려낸 것이 된다.
牧(기를 목) : 다의어 표현법
[ 기르다 = 목(= (막대기로) 기르다) =牧 (자형풀이 : 손으로 목동이를 들고 소나 양을 치다) : 대입법(뜻과 음은 동의어 관계), 어원과 자형풀이는 어원이 같은 다의어 관계(동의어의 일종) ]
한자의 창제과정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주의 원리로 牧(칠 목/ 기를 목)을 설명하면 치다(=티다)와 치다(=기르다)는 고대에는 서로 동음이 아님에도 그 뜻이 전주되어 사용된 것으로 우겨넣는 결과가 되지만, 한자의 창제원리로 설명하게 되면 처음부터 "기르다"는 뜻을 그려내기 위하여 다의어인 목(=막대기)으로 표현한 것이 된다. 따라서 다의어의 기준은 음의 어원이지 뜻(字義)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 목의 뜻과 쓰임새 :
목(=막대기) : 牧칠 목의 어원
* 목동이 [명사] [방언] ‘몽둥이(조금 굵고 기름한 막대기)’의 방언(제주).
* 목도1 [명사] 1.두 사람 이상이 짝이 되어, 무거운 물건이나 돌덩이를 얽어맨 밧줄에 몽둥이를 꿰어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2. [같은 말] 목도채(목도를 할 때 짐을 걸어서 어깨에 메는 굵은 막대기).
* 목도하다1 [동사] 두 사람 이상이 짝이 되어, 무거운 물건이나 돌덩이를 얽어맨 밧줄에 몽둥이를 꿰어 어깨에 메고 나르다.
* 목도꾼 [명사] 무거운 물건을 목도하여 나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cf) 몽둥이 [명사] 조금 굵고 기름한 막대기. 주로 사람이나 가축을 때리는 데에 쓴다.
어원 : <몽동이<어록해(초간본)(1657)>
cf) 다의어와 동음이의어의 구분 :
* 다의어(多義語) : 다의어는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가진 단어로서 1차적 의미가 같아 사전에서 같은 항목으로 분류되는 낱말의 집단을 말한다. 예를 들어 ① 사람의 ‘다리’, ② 책상의 ‘다리’에서 볼 수 있듯이 다의어는 어원이 같고 의미적 연관성을 가지는 단어이며, 단어가 원래 뜻하던 중심적 의미와 중심적 의미에서 파생된 주변적 의미를 갖는다. 사전에 실릴 때는 한 개의 단어에 실린다. 참고로 각 낱말에 대하여 은나라의 국어학자들이 생각하는 다의어는 현재와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현대 국어사전에 수록된 다의어와 차이가 발생한다. 이 때에는 한자를 기준으로 당시에 통용되는 다의어를 복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夏를 기준으로 “하늘”의 다의어에는 “천자”라는 뜻을 복원할 수 있고, 東을 기준으로 “동”의 다의어에는 “밝음이 담겨있다”, “물건이 담겨있다”라는 뜻을 복원할 수 있다.
*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 동음어(同音語)라고도 한다. ‘동음이의어’는 낱말의 소리는 같으나 뜻이 전혀 다른 경우를 가리킨다. 즉, 글자의 음은 같지만 의미상 연관이 없어 완전히 뜻이 다른 말이다. 예를 들어 ① 눈을 감다, ② 머리를 감다, ③ 실을 감다는 단어의 소리가 우연히 같을 뿐 의미의 유사성이 없는 말이며, 사전에는 각각의 단어로 실린다.
(4) 대구법이 적용된 한자가 그려낸 것은 뜻이 아니라 "음의 어원"이다.
春夏秋冬과 東西南北은 대구법이 적용된 한자이다. 이 각각의 한자는 한국인들에게 다음을 묻고 있다.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동쪽, 서쪽, 남쪽, 북쪽을 문자로 그려낸 것이 아니다. 춘하추동과 동서남북이라는 음가에 집중하라. 이 음을 붙이게 한 어원을 문자로 그려낸 것이 바로 나다. 즉, 한자의 뜻이 아니라 음의 어원을 그려낸 것이 나라는 존재이다. 음의 어원은 한국인이 말하는 순우리말 속에 그대로 박혀 있는데 그 말을 찾아서 "나"라는 한자의 모습이 왜 이렇게 탄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그에 답하라! 내 진짜 이름을 불러주어라! 내 이름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음가"에 남겨놓았다. 이것이 지난 3,000년간 내가 온몸을 드러내서 한국인들에게 묻고 있는 물음이다."
이와 같이 대구법이 적용된 한자는 그 자형이 한자의 뜻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한자의 음의 어원을 나타낸 것이 원칙이고 한자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있을 뿐이다. 한자의 뜻이 아니라 음의 어원을 자형으로 나타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동쪽, 서쪽, 남쪽, 북쪽과 같은 뜻은 너무나 추상적이거나 다양해서 이것을 한가지 문자로 나타내려면 "그 뜻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것"(=음의 어원)을 정하여 이것을 시각화해서 문자로 나타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문자가 무엇을 상징한 것인가에 대한 단서는 "음가"에 있다. 이렇게 해서 대구법이 탄생한 것이고 수많은 한자가 대구법으로 만들어진 것임이 확인된다. 예를 들어 民(백성 민)은 추상적 개념인 백성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음의 어원인 "민"을 그려낸 것이다. 은나라의 대학자들은 이 "민"의 어원을 한국인만이 찾을 수 있도록 음가에 남겨놓았는데, 한국인은 지금까지 民이 백성을 그려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형을 풀이하니 한자의 비밀을 풀 수 없는 것이다.
(5) 民백성 민의 어원과 검증
허진웅 전 대만대 교수가 저술한 "중국문자학강의"에서는 民백성 민의 은글(갑골문) 자형 5자와 금문 자형 8자를 소개하고 있다. 은글을 보면 송곳 또는 침으로 눈동자를 찌르는 형태이고 금문은 침 또는 송곳으로 눈 또는 눈동자를 찌르는 형태이다. 이 자형에 대하여 국내학자의 일부는 바늘이나 창이 아니라 十(열·여럿 십)의 옛 자형으로 보고 통치자[王]를 주시하는[目] 다수[十]의 사람들, 즉 百姓(백성)을 의미한다고 자형에 없는 왕까지 집어넣어 힘겹게 고군분투하는 견해가 있으나 은글과 금문을 자세히 보면 눈동자를 찌르고 있고 간독문(簡牘文)에는 눈동자를 꿰뚫고 있는 자형이 있는 등 눈동자를 찌르는 모습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그에 대한 해석이 문제인 것이다.
허진웅 교수는 "民은 바늘에 찔려 눈이 멀어진 노예의 모습을 본뜨고 있다"고 풀이한다. 대부분의 국내 학자가 풀이한 것은 이러한 지나학자들의 견해를 뛰어넘지 못하고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를 인용하면 "민(民)자는 원래 포로나 노예의 반항 능력을 줄이고자 한쪽 눈을 예리한 침으로 자해한 모습으로부터 노예라는 뜻을 그렸고 이로부터 신하의 뜻이 나왔는데, 이후 백성, 민중, 대중 등의 의미로 확장되었다."라고 하거나 "전쟁 포로의 눈을 찌르는 형태의 글자는 남자 포로인 동(童)과 여자 포로인 첩(妾) 외에 민(民)자와 장(臧)자도 있습니다. 민(民)자는 남녀의 구별이 없는 전쟁포로 모두를 나타낸 것 같으며 송곳으로 찌르는 방향이 아래쪽인 점이 다릅니다. 전쟁포로를 가지고 백성의 숫자를 늘렸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라고 풀이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설명이다. 백성(民)이 눈먼 노예이고 전쟁 노예는 애꾸눈이라는 허황된 설명을 믿으라는 것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수준이 이 정도라니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이들 견해는 한자의 자형이 뜻하는 바가 한자의 뜻(字義)을 의미할 것이라는 편협된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民(백성 민)의 자형을 영원히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음의 어원을 찾으려는 노력을 처음부터 포기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 오류인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자를 창제하는 방법으로서 양대 주축을 이루는 것은 직접 대입법과 대구법인데, 이 대구법을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대구법은 뜻과 음의 어원이 대구 관계이고, 음의 어원은 자형풀이와 동의어 내지 핵심어 관계를 말한다. 은글을 보면 송곳으로 눈동자를 찌르는 것이 백성과 동의어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자형은 대구법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임을 즉시 알 수 있다. 뜻인 "백성"과 음의 어원인 "민"은 대구관계이고, 이 "민"은 자형풀이와 동의어 관계이면 해석이 완성되는 것이다. 민(民)자를 만든 은나라 학자들은 현대의 국어학자를 능가하는 대학자이므로 순우리말 속에 한자의 음의 어원이 반드시 존재하도록 문자를 창제하였다. 일단 백성과 대구관계가 될만한 "민"의 어원을 순우리말 속에서 찾아보자.
민얼굴 (꾸미지 않은 얼굴), 민모습(아무 꾸밈이 없는 모습), 민족두리 (<민속> 아무 장식이 없는 족두리), 민패 (아무 꾸밈이 없는 물건), 민옷 (꾸미거나 덧붙인 것이 없는 옷), 민낯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 민날 (밖으로 날카롭게 드러난 칼이나 창 따위의 날) 등에 쓰이는 "민"은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뜻으로서 백성과 대구관계를 이룬다. 백성은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민)의 존재인데, 이 추상적인 설명을 문자로 그려내서 동의어를 만든다면 어떻게 자형을 만들어야 할까?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꾸밈없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눈이 멀게 됨과 동시에 꾸밈없어 지는 것, 꾸민 것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는 눈이 멀게 됨게 됨과 동시에 눈에 현혹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상태가 되므로 직접표현법에 의하여 은글과 같이 눈을 멀게 하는 자형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없다는 것은 설명할 수 있지만 꾸미다는 설명이 되지 않으므로 이 방법으로 民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둘째, 순우리말 "민"은 다의어(多義語)로서 "~이 없는"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민소매(소매가 없는 윗옷), 민무늬(아무 무늬가 없음), 민등뼈(등뼈가 없음), 민꽃(꽃이 없고 홀씨로 번식하는 식물) 등이 그 쓰임새이다. 따라서 순우리말 "민"(=꾸밈없는)을 그려내기 위하여 다의어 중에서 상대적으로 문자화하기 쉬운 또 다른 뜻인 "민"(=~이 없는)으로 자형을 표현한다면 민눈, 즉 눈이 멀어서 "눈이 없는" 형태로 民(백성 민)의 자형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西서녁 서에서 붉은 기운이 서리는 쪽을 나뭇가지나 둥지를 서리는 것으로 표현한 것과 같은 이치이며, 다의어 표현법이라는 한자의 창제원리에 의하여 民(백성 민)이라는 문자를 만든 경우이다.
[ 백성 ≒≒ 민(=꾸밈없는) = 民 (자형풀이: 송곳으로 눈동자를 찔러 눈이 없는 상태, 즉 민눈으로 "없음"을 그려냄) : 대구법(뜻과 음은 대구 관계), 음의 어원은 자형풀이와 어원이 같은 다의어 관계(동의어의 일종)]
民(백성 민)은 꾸밈없는 존재, 있는 그대로의 존재, 즉 "민"이라는 것을 그려내기 위하여 민의 또 다른 뜻인 "없음"을 민눈(눈이 없는)으로 나타낸 문자이다. 民(백성 민)을 표현한 은글과 금문을 비교하면 은글은 눈동자가 튀어나오게 그렸고 눈이 아니라 눈동자를 찌르는 것으로 표현하여 민눈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 했다. 감탄이 나오는 치밀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한자의 어원을 찾는 작업은 은글 자형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에 은글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고, 금문은 눈에 상처를 내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정확성이 약간 떨어지며, 현대 자형과 유사한 소전체는 진나라 진시황 때 승상(丞相) 이사(李斯, 미상 ~ BC 208년)가 만든 자형이므로 자형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民(백성 민)의 어원을 순우리말에서 찾아내면서 덤으로 다른 한자의 어원이 발견되어 몇 가지 옮겨보았다. 悶답답할 민은 민춤하다(미련하고 덜되다), 민충이(미련퉁이), 민취(바보), 민주(바보)에서 쓰이는 민(=미련하다)이 어원이고, 勄민첩할 민 (敏(민)의 고자(古字)), 敏민첩할 민은 민며느리(장래에 며느리로 삼으려고 관례를 하기 전에 데려다 기르는 계집아이), 민값(물건을 받기 전에 먼저 주는 물건값)에서 쓰이는 민(= "빠른, 이른")이 그 어원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동(童), 첩(妾), 장(臧)에 대한 학자들의 해석은 모두 오류이므로 한자의 창제원리에 대입하여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이상에서 民(백성 민)의 창제 원리와 우리말의 비밀을 살펴보았다. 쉽게 말해서 순우리말 민낯과 민소매를 모르면 民(백성 민)의 자형과 음을 창제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지나인들은 우리말을 모르기 때문에 수 천년을 연구해도 民의 어원과 창제원리를 처음부터 밝혀낼 수 없는 것이다. 지나인들은 民(백성 민)에 대하여 한국인과 동일하게 민[mín]으로 발음하고 백성이란 뜻으로 사용한다. 公民(공민), 国泰民安(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의 생활이 평안하다)뿐만 아니라 渔民(어민), 牧民(목축민), 回民(회족인), 藏民(티벳인), 调查民情(민정을 살피다), 民族(민족), 移民(이민), 农民(농민), 人民(인민), 民主(민주)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도 民의 어원과 자형의 의미를 해석해 내지 못한다. 이것은 지나인의 언어는 고대 한국인이 창제한 한자에 지나어를 구겨넣어 사용해온 것임을 다시 한번 확증해 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지나어는 그 역사가 최대 2,500년을 넘지 못하는 신생언어이며, 고대 원시 지나어는 한자의 사용과 함께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 순우리말 "민"(多義語)의 뜻 :
* 민-5 [접사]
1.‘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 민가락지, 민돗자리, 민얼굴, 민저고리
2.‘그것이 없음’ 또는 ‘그것이 없는 것’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ex) 민꽃, 민등뼈, 민무늬, 민소매
(6) 대구법에 대한 부연 설명
대구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
상형한자의 경우에는 한자의 뜻이 정해지면 그 한자의 음은 순우리말 중에서 뜻과 대구관계에 있는 단어(단음절 단어 포함)를 추려서 그 첫음절을 취하게 되는데, 이 추려진 단어가 음의 어원이 되도록 하고, 이 음의 어원이 자형풀이와 동의어 관계에 있거나 자형풀이에서 핵심어 관계에 있도록 한자를 창제하는 것이 대구법이다. 거꾸로 말하면 春夏秋冬처럼 최종적으로 창제된 한자 자형이 한자의 뜻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직접 표현한 것이 아니라 한자의 음의 어원인 "춘다, 하늘, 추리다, 동(=끝)"을 표현하도록 한자를 만들고, 음의 어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대구관계가 성립하면 된다는 것이 대구법이다. 이 대구법은 한자의 뜻과 음의 어원이 동의어 관계가 아니라 대구관계라는 점에서 대입법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서쪽은 붉은 기운이 서리는 쪽이므로 서쪽과 서리다는 대구관계에 있는 것이다. 순우리말 서리다를 음의 어원으로 하여 그 첫음절 "서"를 한자의 음가로 정하고, 서의 어원인 "서리다"를 문자로 그려내기 위하여 서리다의 다의어인 나뭇가지나 둥지를 서리다를 다의어 표현법으로 자형을 만든 것이 西(서녘 서)이다. 이것이 대구법과 다의어 표현법에 의한 한자 창제 방법이며, 자형 자체에 호응어 표현법을 반영한 자형 표현 방법이다.
합성 상형한자(상형의 성격을 띤 합성한자)는 상형한자와 다를 바 없는데, 春(봄 춘)의 경우처럼 뜻과 음의 어원이 대구관계이고, 음의 어원이 자형풀이와 동의어 내지 핵심어 관계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봄"과 "춘다(=치밀어서 올린다)"는 대구관계이고, "춘다"와 "초목이 햇빛을 받아 싹을 치밀어서 올린다"는 핵심어 관계가 된다.
한편 순합성한자의 경우에는 합성문자가 나타낼 수 없는 추상적인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합성문자는 자형과 자형풀이가 가장 먼저 정해지기 때문에 그로부터 추상적인 뜻이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원칙적으로 음의 어원이 그 뜻을 결정하고 이 어원이 없는 경우에만 자형풀이가 보충적으로 그 뜻을 결정한다. 예컨대 賰(넉넉할 춘)은 음의 어원이 없는 경우이므로 자형풀이(=재물이 많은 것을?)가 그 뜻을 보충적으로 결정한 것에 불과하다. 㡑(머리쓰개 조)는 음의 어원이 "조바위"(추울 때에 여자가 머리에 쓰는 물건의 하나)이므로 원칙적으로 음의 어원인 조바위가 그 뜻을 결정한 것이다. 이 때 음의 어원과 합성한자의 뜻은 서로 대구관계에 있으면 대구법이 적용된 것이고, 동의어 관계에 있으면 대입법이 적용된 것이다. 자형풀이(위에 뚝 떨어지게 한 두건은?)와 결정된 뜻(머리쓰개)은 형식적 문답관계에 불과한 것인데, 자세한 사항은 합성한자의 창제원리에서 기술하도록 한다.
(7) 대구법과 창의력 개발
이상에서 한자 창제의 근간이 되는 대구법과 호응어 표현법, 다의어 표현법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 원리는 필자가 순우리말과 산스크리트어를 활용하여 春夏秋冬의 어원을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은나라의 학자들이 순우리말을 가지고 이 원리를 적용하여 갑골문을 만들어 냈듯이 순우리말을 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원리인 것이다. 이 원리를 나름대로 정리해서 갑골문에 적용해보니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느 문자학자도 알지 못하는 최초의 발견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원리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은 각자가 창의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문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가령 "벼이삭을 추리다", "끝" , "하늘" 등을 자신만의 그림문자로 나타내면 그것이 곧 가을, 겨울, 여름이 된다. 즉, 한자의 창제원리가 글자놀이나 그림글자로 접근할 수 있고, 창의력이 향상되고 한자가 쉬워진다는 얘기이다. 그럼으로써 한자는 순우리말로 만든 우리 고유문자임을 저절로 알게 되고, 은나라(상나라)의 역사는 누가 뭐라해도 당연히 우리 역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초등 사회 교과서에는 한자는 중국글자라고 서술하고 있듯이 어린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한자는 중국에서 빌어온 것이라고 교육받고 있다. 그러나 한자(갑골문)는 우리말을 쓰던 사람들이 순우리말을 어원으로 하여 만들어낸 문자이다. 이 책을 쓴 목적은 한자의 창제원리인 대구법과 호응어 표현법, 다의어 표현법, 우리말의 비밀(단음절의 비밀) 등을 널리 알려서 우리 기성세대가 어린이들에게 더이상 왜곡된 교육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하였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cheva/221091016783 작성자 유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