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독일의 한 교수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뢴트겐(1845∼1923)은 자신의 실험실에서 음극관(크룩스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직 현상하지 않은 인화지를 검은 종이로 싸서 음극관 옆에 놓아두었다가 나중에 보니 인화지가 감광이 되어 못쓰게 되어 있었다.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뢴트겐이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옆 테이블 위에 있던 백금시안화바륨을 바른 종이가 형광을 발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렇게 해서 발견된 방사선은 미지의 방사선이란 의미에서 'X선'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듬해인 1896년, 헨리 베끄렐(1852∼1908)은 우라늄 염류를 가지고 X선의 정체를 규명하려고 하다가, 외부의 빛을 쪼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우라늄 염류가 방사선을 자연적으로 방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외부의 입력이 없는데도, 그리고 겉보기로는 전혀 변화가 없는 우라늄 화합물이 끊임없이 방사선을 내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방사능(radioactivity)의 발견이 뜻하는 바는 자못 의미심장한 것이다. 어떤 물질로부터 방사선이 방출된다는 것은 원자의 일부 성분이 분리되어 나온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원자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끄렐의 방사능 현상 발견으로 19세기 서구 화학계를 지배하던 원자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사실 원자가 붕괴될 조짐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되고 있었다. 페러데이는 전기화학 반응에서 각 원자가 일정량의 전하(電荷)를 갖고 결합된다는 것을 증명하였으며, 아레니우스도 전해질 용액에서 원자들이 일정량의 전하를 갖고 전기적으로 하전(荷電)되어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런 실험결과는 전하들이 중성 원자 안에 함유되어 있다가, 한 중성 원자에서 다른 중성 원자로 전달된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당시의 화학지식으로는 무리가 있는 추측이긴 했지만, 그런 추측은 원자가 쪼개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멘델레프(1834∼1907)가 체계를 잡은 원소주기율표도 이런 의혹에 무게를 더하였다. 원자들이 주기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은 원자의 화학 및 물리 성질들이 어떤 유형을 따르고 있으며, 따라서 원자가 하부구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했던 것이다. 결국, 1897년에 톰슨(1856∼1940)이 전자를 발견함으로써 원자는 전자라는 내부 성분을 갖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퀴리 부인(1867∼1934)이 예전보다 강력한 방사능을 지닌 두 개의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것은 1898년이었다. 피치블렌드라는 우라늄 원광 속에서 찾아낸 그 새로운 원소들에는 퀴리 부인의 조국인 폴란드를 기념한 '폴로늄'과 라틴어로 광선을 의미하는 '라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라듐은 우라늄의 백만 배나 되는 방사선을 방사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무도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하지 않아도 라듐이 방대한 양의 빛과 열, 방사선을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라듐은 세 종류의 방사선을 내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것들은 각각 알파선과 베타선, 감마선이라고 이름 붙여졌으며, 그 중 감마선은 X선이나 가시광선처럼 전자기파인 빛의 한 종류임이 드러났다. 반면에 알파선과 베타선은 전하를 띤 알갱이와 같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나중에야 알파선은 헬륨의 핵, 베타선은 전자임이 밝혀졌다). 라듐은 그 과정이 느리기는 하지만, 이 세 종류의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하여 마지막에는 납과 헬륨이라는 전혀 다른 원소로 변해버리고 있었다! 1903년에는 어니스트 러더퍼드(1871∼1937)가 프레드릭 소디(1877∼1956)와 함께 질소원자에 알파선을 충돌시킴으로써 질소를 산소와 수소로 분해시켰다. 이것은 근대과학사상 처음으로 원소 그 자체를 인공적으로 변환시킨 사례로서, 마치 연금술의 원소변환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비록 납과 수은을 금으로 바꾸려는 중세 연금술사들의 꿈이 그대로 실현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2백년간 과학이 애써 이룩해놓은 원소불변의 위대한 사상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허무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윽고 새 시대의 연금술사(?)들은 자연에서 발견하지 못한 원소들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1930년대에 이르기까지 멘델레프와 모즐리가 예언한 원소 중에서 4개의 원소는 끝내 발견되지 않고 있었는데, 1937년 세그레와 빼리예가 그 중 한 원소를 몰리브덴 원자핵을 중수소 원자핵으로 사격하여 만들어냈다. 이 원소는 인공적인 원소라는 뜻으로 '테크네튬'이라고 명명되었다. 1939년에 발견된 두 번째 원소는 악티늄이 붕괴될 때 알파입자와 함께 생성되는 '프란슘'이었다. 이 원소의 반감기(원소의 총량이 절반으로 붕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는 겨우 몇십 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1940년에는 비스무트를 알파입자로 사격하여 '아스타틴'이 얻어졌다. 넵투늄(원자번호 93)이나 플루토늄(원자번호 94), 그리고 그보다 무거운 원소들(우라늄보다 원자량이 큰 이들 원소를 초우라늄 원소라고 한다)도 입자가속기라는 물리학자들의 실험장치 속에서 비로소 그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이어지면서, 원소는 변하지 않으며, 더 이상 잘게 쪼개어질 수 없다던 돌턴의 원자론에 큰 결함이 생기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