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주름잡는 스파이집단이 있습니다. 특히 미소 냉전시대에는 미국의 CIA와 소련의 KGB는 명성 내지는 악명을 떨쳤습니다. 전세계에 두 첩보기관 요원들이 깔려서 지구촌 곳곳의 정보를 채취해 갔습니다. 그렇게 확보한 정보는 자국의 외교와 안보에 아주 중요한 결정 요소로 사용됐습니다. 냉전시대는 끝났지만 아직도 두 정보기관의 요원들은 전세계를 무대로 첩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첩보영화로 잘 알려진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같은 스파이들 수십만명이 전세계를 무대로 암약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미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첩보에 강한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중동국가들입니다. 워낙 수시로 전쟁을 하다보니 첩보기관의 암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지금 중동은 첩보기관 스파이들이 총출동해 엄청나게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그 중동의 대표적인 첩보기관이 바로 이스라엘의 모사드입니다.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는 나라의 존립을 결정지을 아주 중대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주변 적국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주된 역할입니다. 아마도 모사드 요원들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이란 등지에 잠입해 그속에서 목숨을 건 첩보활동을 벌이고 있을 것입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어로 기관 또는 국, 청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사드의 정식명칭은 정보특수작전국입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정부의 적대 세력을 감시하고 파괴하며 암살 등 필요한 공작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의 CIA와 러시아의 KGB도 이스라엘의 모사드를 경계하고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모사드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죠.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뚫리면 이스라엘의 존립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사활을 건 첩보활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런 모사드도 지난해 10월 엄청난 실수를 범했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동향을 놓친 것입니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하마스로 부터 엄청난 기습공격을 당했습니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희생당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아이언 돔이 뚫린 것입니다.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이 2007년부터 6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2013년 개발이 끝난 이스라엘 대공미사일 체계입니다. 적이 공격하는 미사일같은 무기를 아이언 돔을 통해 발사된 미사일로 공중에서 분쇄시키는 방어시스템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아이언돔을 믿고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해온 것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모사드의 첩보력이 한몫을 했습니다. 적의 동태를 파악해 공격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더욱 강력한 방어체계를 가동시키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아이언돔은 제 역할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습니다. 반대로 팔레스타인 하마스 입장에서는 그 막강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농락한 것입니다.
그때 이스라엘과 미국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공격을 당한 것도 당한 것이지만 모사드와 CIA가 허무하게 정보를 놓쳤다는 데 있습니다. 아마도 모사드와 CIA 관계자들의 엄중한 문책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 모사드와 CIA는 칼을 갈았을 것입니다. 그 분함을 되갑아주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벼르고 벼르다 이번에 팔레스타인 하마드 리더를 암살한 것입니다. 이란의 새 대통령 취임식에 귀빈으로 초대된 하마스의 리더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것은 모사드 입장에서는 보복이며 하마스 입장에서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안심하고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던 이란에서 당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데미지를 입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란의 입장에서는 중동의 맹주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최악의 보안적 실패라는 참패를 당한 것으로 받아드려지고 있습니다.
서방의 언론들은 하마스의 하니예가 그가 머물던 귀빈용 숙소에 밀반입된 폭발물로 암살당했다고 보도했고 일부 언론들은 이미 하니예의 동향을 파악하고 미리 설치해둔 폭발물을 원격으로 폭파시켰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하니예가 이란을 공식방문한다는 사실과 숙소와 동호수까지 파악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와는 별도로 외부폭격이 아닌 이란 내부에서의 공작에 의한 것이라는 정보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란의 첩보기관의 요원들이 모사드와 CIA와 결탁해서 하마스의 하니예를 제거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현 이란 정보기관의 핵심세력에서 벗어난 첩보원들이 모사드 요원등과 비밀리에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는 주장입니다. 이래 저래 이란은 대단한 곤욕과 혼란속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당혹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번 하마스의 리더인 하니예의 피살사건은 중동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조직은 당연히 결사항전에 나섰고 레바논 헤즈볼라조직도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중동의 맹주라는 자리를 위협받을 정도로 체면이 구긴 이란은 어떻게 보복을 해서 이란의 명예를 되찾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고 보복을 하고 보복을 당하는 중동지역의 그 살벌한 현실의 배경에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첩보기관의 요원들이 존재합니다. 그 첩보원들의 사활을 건 대결은 슬프게도 적국뿐 아니라 자국의 안위에도 결국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자신이 사용한 총과 폭탄이 부메랑이 되어 자국의 심장부나 자국의 리더에게 향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애써 모른 체하면서 지금도 중동 첩보원들의 사활을 건 첩보전이 살벌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