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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罪)'와 '종말' 그리고 '심판'. 구원파를 주도했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은 책에서 나타나는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본지가 입수한 '영혼의 환희
〈사진〉'
라는 책은, 유씨가 1981년 7월 '영혼을 묶는 사슬'이라는 이름으로 펴낸 신앙 서적이었다. 유씨는 오대양 사건에서 상습 사기
혐의로 1991년부터 1995년까지 4년간 복역하면서 옥중(獄中)에서 이 책 내용을 상당 부분 수정해, 1996년 이름을 바꿔
다시 출간했다. 두 권으로 전체 600여쪽 분량이다.
검찰은 이 책을 그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사고방식과 성격 등에 대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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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닉호 사건유씨는 특히 2권(卷) 6장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아니하리라'에서 '타이태닉호 사건'을 자신의 시각으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유
씨는 우선 "영국의 거대한 기선이 14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대서양을 건너가다가 갑자기 빙산에 부딪혔다.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하는데 근처에 아무리 구조 신호를 보내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면서 "배 안의 통신 장비는 안전한데 육지 쪽에서 고장이 났는지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배 안 사람들이 회의를 했고, 그 결과 의협심 많은 유럽 신사들은 서로
아귀다툼을 하다가 죽을 수는 없다고 하여 여성들과 아이들 700명을 구명보트에 태워 내보내고 남자들은 조용히 찬송을 부르며
침몰하는 배와 함께 물속에 가라앉았다"고 했다. 유씨는 "이리하여 배 안에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모두 죽었다. 이것이
유명한 타이태닉호의 침몰 사건"이라면서 "훗날 식견(識見) 있는 사람들은 이것이 인류 파멸의 그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류가 만들어놓은 장비, 신무기들을 믿다가 마지막 날엔 인간을 구출하기는커녕 그것으로 인해
자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적었다.
유씨는 이렇듯 타이태닉호 사건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듯이 기술했지만 자신이 실질적
선주(船主)인 세월호가 침몰할 때 선장과 선원들이 보인 비겁한 행태가 타이태닉호 선장·선원이 보인 영웅적인 태도와 대조를 이루며
비판받게 될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종말'에 대해서 적어 놓은 부분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유씨는
"천지(天地)에 갑자기 변동이 있을 것이고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면서 "변화되는 날 다 놓아두고 몸만 빠져나가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속옷도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썼다. '죄'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날 때부터 죄인이기 때문에 죽을 때도
죄인으로 죽게 된다"면서 "죄를 용서받기 위해 죽을 때까지 하나님께 빈다 해도 그 죄는 다 용서받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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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작은 일에도 불만, 심하게 앓기도"유씨는 '지은이 소개'에서 1941년 교토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부모와 함께 귀국했다고 했다.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1961년 대구 성광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했다.
어
린 시절에 대해선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다"면서 "어릴 때 주위의 작은 일들로 인한 불만에서부터 커가면서는 세계적
차원의 불만도 생겼다. 이 세상에 태어난 자체에 대한 불만도 생겼다"고 했다. 어릴 때 심하게 앓은 적이 있으며 '살 가망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썼다. 유씨는 책 중간중간에 대통령과 인연을 은근슬쩍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가슴에 번쩍거리는
훈장을 달고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살아오는 동안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이 주는 상이나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여러 번
받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