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강한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옛날 ‘전설의 고향’에 많이 나오는 ‘원한’과 자기 목숨을 대신하기도 하는 부모의 사랑, 물론 연인의 사랑도 그만할 수 있습니다. 원한과 비슷한 ‘복수심’도 있습니다. 그 속에는 분노가 가세하겠지요. 그리고 정치인들의 권력욕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산을 탕진하며 선거전에 뛰어듭니다. 사랑과는 조금 다르지만 시기질투심도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감정에는 분노와 성충동이 가장 강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경 속의 인물을 예로 든다면 이스라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은 시기질투 때문에 괴로움을 당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윗은 순간적인 성충동으로 일생일대의 오명을 남겼습니다.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 자신의 길을 제대로 만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자기 하나 주체하지 못하면서 사람들을 지도하거나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요. 그렇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말씀합니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잠언 16 : 32) 그렇게 어렵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다스릴 수 있다면 보통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도 그 감정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실패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은 바로 그 권력을 이용하여 더욱 자기 감정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부부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좀 소홀함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이야 흔히 맞벌이부부들이 있지만 예전에는 주로 남자가 바깥일을 하고 여쟈는 집안일을 맡아 했습니다. 남편 홀로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으니 더욱 부담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 열심히 일하고, 그 일하는 것이 곧 가족을 위한 것이며 일이 가정사보다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자연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소홀하다 여길 수 있습니다. 물론 맞벌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심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만나는 시간이 더 짧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서로에 대한 부재의식을 더 가질 수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성진’은 첼리스트이자 약혼녀 '수연'과 동거 중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노트북에 영상편지를 남겨두고 사라집니다. 유괴납치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간다는 말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상상이 안 되지만 아무튼 마음이 상합니다. 허해집니다. 더욱 그리워집니다. 살을 대며 지내다가 갑자기 떠났다? 말이 안 되지만 현실입니다. 무슨 불만이 있었나? 매가 뭐 부족한 것이 있었나? 별별 생각이 다 들 것입니다. 해답이 없습니다. 마침 오케스트라에는 대체 인력이 보강됩니다. 단장의 추천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실력도 괜찮다고 판단됩니다.
시간이 흐르며 가까워지는 계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함께 술자리를 합니다. 그게 좀 지나쳐 성진의 집으로 이어집니다. 성인 두 남녀가 남자의 집에서 취하도록 술잔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마주한 얼굴이 가까워집니다. 그 다음 일은 불보듯 뻔합니다. 그렇게 뜨거운 밤을 지냅니다. 어쩌면 참았던 성진의 본능이 폭포수처럼 쏟아진 셈입니다. 한번 저지른 일인데 한번으로 끝나겠습니까? ‘미주’와의 관계가 좋기는 하지만 성진의 마음이 편할 리는 없습니다. 도대체 왜, 어디로? 하는 생각은 떠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미주의 핸드폰을 살짝 열어봅니다. 그리고 미주와 수연이 얼굴을 부비는 모습이 첫 화면으로 등장합니다. 이게 무슨 일? 속을 보니 두 사람이 보통의 관계가 아닙니다.
분명 미주와 무슨 사건이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추궁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화장실 수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명 잠갔음에도 물이 흐릅니다. 켰음에도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화장실 밖 물 공급처에서 조종하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그리고 미주를 닦달합니다. 화장실 뒤에 밀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그냥 놔두라고 애원합니다. 안 되지요. 그건 살인이지, 죽으라고 방치하는 것이니까요. 결국 밀실을 찾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기진하여 쓰러져있는 수연을 안고 나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미주가 대신합니다. 수연이는 밀실에서 성진과 미주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모두 보았습니다. 더구나 밀실에 갇힌 것은 미주의 계획이었습니다.
드물게 양성애자가 있습니다. 동성과 이성을 똑같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모두에게서 성적인 만족을 취합니다. 이 두 여자가 그런 경우로 짐작됩니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구사일생 살아나왔다면 복수해야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수연은 미주 때문에 죽을 뻔하였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바꾸기는 했지만 자신이 있을 때보다 편안하게 꾸며줍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정말 원수도 사랑하는 숭고한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그 다음을 보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두 여인이 애정행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쎄, 성에 대한 본능이 역시 그렇게 강한 것인가요? 영화 ‘히든 페이스’(HIDDEN FACE)를 보았습니다. 공감하기 조금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