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해 수심 2000m에 살아… 우리나라에서는 '메로'로 유명해요
이빨고기
▲ /위키피디아
극지연구소와 국립수산과학원 공동연구팀이 남극이빨고기의 염색체를 모두 해독하는 데 성공했대요. 이 물고기가 추운 남극해 깊은 바다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신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가 생긴 거예요.
'이빨고기'<사진>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명칭인 '메로'로 더 잘 알려져 있어요. 메로는 스페인어로 대구를 뜻하는 '메를루사(merluza)'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죠. 그런데 처음 이빨고기를 잡은 어부들이 입이 대구처럼 큰 모습을 보고 대구의 한 종류로 여겨 이렇게 불렀던 거죠. 이빨고기라는 정식 명칭은 이 물고기의 영어 이름(toothfish)에서 유래했답니다. 이름에 걸맞게 이빨이 굉장히 많아요. 남극이빨고기와 파타고니아이빨고기 두 종류가 있는데, 특히 파타고니아이빨고기는 앞니 일부가 유독 튀어나와있어 입을 벌리면 무시무시한 인상이죠.
이빨고기들이 살고 있는 남극해는 겨울철에는 바닷물이 얼어붙고, 여름철에도 빙산이나 얼음이 떠다니는 아주 추운 바다랍니다. 이빨고기는 최대 수심 2000m의 깊은 바다에서 살아요. 어떻게 이렇게 추운 바다에서 살 수 있을까요? 우리 과학자들이 이빨고기의 염색체를 해독해보니 낮은 수온에서도 몸의 지방이 굳는 것을 막고 세포가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적 특성이 발견됐다고 해요.
이빨고기의 몸길이는 최대 2.3m까지 자라고, 몸무게가 100㎏까지 나가기도 해요. 길게는 50살까지도 살 수 있대요. 깊은 바다에서 부화한 새끼는 생후 6~7년 시기에는 수심 300m 정도의 얕은 지역으로 올라와 생활하다가 다시 심해로 내려가 생활한대요. 새우나 오징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반면 향유고래와 범고래·코끼리물범 등 포식자들에게는 중요한 먹잇감이 되어주고 있어 남극 바다 생태계를 든든하게 떠받쳐주는 중요한 구성원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먼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어떻게 우리나라에서도 즐겨 먹게 됐을까요? 이빨고기는 원래 우리 원양어선들이 남극해에서 잡아 내장 등을 제거하고 영하 40~60도에서 꽁꽁 얼린 다음 미국이나 일본으로 수출해왔어요. 그런데 수출하기 어려운 일부 부위가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고요.
비록 우리 바다에서는 잡히지 않는 물고기지만, 우리 수산업에서는 아주 중요한 자원이랍니다. 지난 2019~20년 전 세계 남극이빨고기 어획량의 27%를 우리 원양어선들이 잡았대요. 그래서 우리나라가 이빨고기의 생태 연구와 어족 자원 보호, 어장 개척을 위한 국제 협력에 앞장서고 있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