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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석동호회 단톡방에서]
[채동석회장님제공]
🎊언제 해도
늦은 것은 후회다
세월만 흘러가는 줄 알았지만 구름도 흘러가고
강물도 흘러가고 바람도 흘러갑니다.
흐르고 흐르니 흐르지 않는게 없습니다.
생각도 흘러가고, 마음도 흘러가고, 시간도 흘러 갑니다.
기분 좋은 하루도, 나쁜 하루도 흘러가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
만약, 흐르지 않고 멈춰만 있다면 물처럼 우리네 삶도 썩고 부패되고 말터인데 흘러가니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
아픈 일도,
힘든 일도,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흘러가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건 아쉽지만,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 어차피 지난 것은 잊혀지고 지워지고 멀어져 갑니다.
그걸, 인생이라 하고 세월이라 하고, 또 會者定離(회자정리) 라고 했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 즉, 덧없음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어찌하겠습니까 ? 해질녘 강(江)가에 서서 노을이 너무 고와 그것이 낙조인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속상하지 않습니까? 이제 조금은 인생이 뭔지 알만하니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 사랑합시다
더욱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더 많이 사랑 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우리는 보고 싶어도 못 보지 않겠습니까? 번번이 경험하고 몸소 겪으면서 말입니다. 모두가 후회한답니다.
왜 더 사랑하지 못했냐고요?
왜 더 관심갖지 못했냐고요 ?
왜 더 베풀고
더 나누지 못했냐고요 ?
아무리 제 아무리 일찍 해도 후회는 늦습니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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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개판🔹️
(개같이 벌어 개를 위해 다 쓴다)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애견용품 박람회가 열렸다, “개같이 벌어 개한테 쓴다.” 입구에 이렇게 쓰인 슬로건도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최근 뉴스에 애견용품 박람회. 축구장보다 훨씬 큰 전시장에 (인산견해)', 견체공학적 가슴줄, 50만원짜리 개소파,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팔려, 저출생 시대, 개같이 벌어봐야 줄 사람도 없다는 말이 우스개 아니더라!, 우습게만 여겼는데 곱씹을수록 그럴듯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돈 버는 일은 점점 더 힘들고 개 키우는 사람은 줄곧 늘어나고 있다. 혼인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으니 개 먹이고 치장하는 게 낙이다. 설령 개같이 벌더라도 그 돈을 개한테 쏟아부을 생각이 없지만 어쨌든 그 플래카드 밑을 지나 내돈내산, 아니 ‘개벌개쓴’의 세계로 입장했다. 말 그대로 인산견해 사람 반 개 반
이었다. 축구장 한 개 반 크기인 3400여 평 전시장에 개 용품 판매점들이 가득 들어찼고 개를 끌거나 안거나 이른바 개모차(?)에 태운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통로를 따라 움직이려면 퇴근 시간 지하철역 플랫폼에서처럼 어깨가 부딪혔다. 개모차(?)가 없는 지인의 개가 사람들 발에 밟힐까봐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들 남의 개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개보험 판매점을 필두로 개옷과 개밥, 개목줄, 개모차(?), 개집, 개장난감, 개샴푸, 배변패드와 개똥봉투까지 개와 관련된 상품들이 무궁무진했다. 한의대에서 녹용과 침향으로 만들었다는 개보약도 있었고 애견신문사도 부스 한 곳을 차지했다. 개 화장실도 따로 마련돼 있었는데 사람 화장실은 전시장 밖에 있었다. 작은 토끼 만 한 개부터 망아지만 한 개까지, 돌아다니는 개들도 다종 다양했다. 개들은 다른 개들의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고 모두들 신이 나서 꼬리를 치켜들고 달달 흔들었다.
개 견(犬) 자에 괜히 점이 찍힌 게 아니다. 특히 작은 개들은 다들 메이크업이라도 받고 온 것 같았다. 머리통을 공 모양으로 깎은 놈, 리본을 묶거나 염색을 한 놈, 긴 털을 스트레이트펌이라도 한 듯 곱게 늘어뜨린 놈들이 즐비했다. 개버리를 어디서 얼마에 샀네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힐끗 보니 개가 버버리 무늬 옷을 입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지인의 개는 낼모레 입대하는 놈처럼 털을 바짝 깎고(개털 깎는 비용은 짧을수록 싸다) 헐벗은 몸에 덜렁 가슴줄만 찬 기초생활 수급견이었다.
사실 이날 지인은 개의 낡은 가슴줄을 바꿔줄 생각이었다. ‘하니스(harness)’라고 부르는 가슴줄은 목 대신 개 몸통에 둘러 개줄을 묶을 수 있는 장비다. 눈에 확 띄는 가슴줄이 있어 가격표를 보니 10만원이 넘었다. 이탈리아산으로 아주 가볍고 ‘견체공학적’ 디자인됐다고 했다. 몇 군데 돌아다니다 결국 튼튼하고 채우기 쉬운 국산 가슴줄을 장만했다. 그 역시 5만원에 육박했다. 사실 5만원짜리 가슴줄은 비싼 축에 끼지도 못한다.
‘개모차(?)계의 에르메스’라는 일제 개모차(?)는 20% 할인을 받아도 100만원이 넘었고 개가구 전문점에서는 50만원쯤 하는 개소파를 팔고 있었다고 한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인 한국에서 개 키우는 인구는 크게 늘고 있다는 통계. 작년 농림축산 식품부가 조사해 보니 애완 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인구의 28.2%로 2010년 17.4% 대비 62%증가 했으며, 애완동물의 75.6%가 개라고.
작년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3년 전만 해도 개모차 33%, 유모차 67%였는데 작년엔 57% 대 43%로 역전됐다.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애완동물이 느는 건 외국도 마찬가지다. 작년 합계 출생률이 1.0으로 내려간 중국은 2018년 이미 애완동물 수가 2억 마리를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는 애완동물 수가 15세 이하 아이들 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애견용품 박람회에 온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여자가 많았다. 여자끼리 또는 여자 혼자가 절반 넘는 것 같았고 부부 또는 커플로 보이는 이들이 그다음으로 많았다. 남자 혼자 온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지난달 영국 BBC는 한국 여성들을 심층 취재해 ‘아이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경력 단절, 독박 육아, 높은 노동 강도, 비싼 집값과 사교육비 등이 이유로 꼽혔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지 설파한다. 그것을 포기하는 세태를 못마땅해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외로움이 좋아서 혼자 살고 아이가 싫어 낳지 않는 게 아니다. 죽어라 일해도 삶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으니 자신이 없고 두려운 것이다.
개같이 벌어봐야 쓸 대상도, 물려줄 사람도 없다. 개같이 벌어 개를 위해서 다 쓴다는 말이 우스개만은 아니라는 소리다.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한것 갖다. 개사랑 하는 만큼 부모님을 사랑할까? 개 만큼 남편을 사랑할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말 하면 싫어 할사람도, 많이있겠지만 어린 아이가 없는 세상, 어린 아이를 더 많이 낳아, 사람을 개 보다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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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 초막(草幕)의 꿈
-엄상익/변호사
노년이 되면
서울을 벗어나 조용한 강가에
살고 싶었다.
어느 조용한 수요일 오전
양평의
물가에 있는 집들을 구경했다.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강가
여기저기에
그림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집들이
지어져 있었다.
그런 곳에서
살다가 죽어 강가 뜰에 있는 나무 밑에
묻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중
세월의 이끼가 낀 듯한 오래된 집 한 채가
비어 있었다.
나를 안내한 부동산 중개인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강가에 살던 영감님이 나이가
아흔 살이 됐어요.
돌아가실 때가 됐는지 집을 내놓고
병원으로 갔어요.
” 당연한 사실이 새롭게 들렸다.
그 집주인은
영원히 그 집에서 살 수 없었다.
아프면
그 집을 떠나야 하고 세금 때문에
그 자식이 아버지의 집에서 계속
살 수 없었다.
그 영감은
강가의 자기 집 뜰의 나무 밑에 묻힐
수가 없는 것이다.
저녁 강가의 행복이 새어 나오는
아름다운 집은
나의 낭만인 것 같았다.
강가 한적한 동네인
그 이웃의 또 다른 집을 가 보았다.
서양식
정원에 강가를 향해 넓은 통유리창을
한 집이었다.
파란 강물이 거실을 향해 흘러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육십대 말쯤의 부부가 살고 있었다.
“참 경치가 좋으네요”
내가
창 밖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부는 내 말에 침묵했다.
그들의 눈에
이미 강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좋은 경치도
며칠이 지나면 없어지게 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그림이나 골동품도
집에 가져다 놓고 일주일이 지나면
그 존재가
의식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어떻게든 집을 비싸게 팔고
거기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늙어서
쉴 곳을 찾느라고 전국을 다녀 보았다.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고향집
같은 곳을
만나고 싶었다.
제주도로 가서
그곳으로 이주한 부부를 만나 물어보았다.
“낮에는
주변 경치가 기가 막혀요.
그런데
밤이 되어 우리 부부가 어둠 속에
갇히면 둘이서 부둥켜 안고 떨어요.”
낮과 밤이
다른 것 같았다.
경기도 장흥 근처에 집을 샀다가 되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산
자락 경치가 기막힌 곳 바위 위에 지어진
집을 샀어.
일제 시대 일본인 고위관료가
살던 집이래.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어.
그런데
밤이 되니까 그게 아니야.
늑대 소리도 들리고 서울의 도망친
개들이 전부 북한산 속으로 들어와
진을 치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당장 집을 팔고 나와버렸지.”
그래도
나는 고집을 부렸다.
강가가 아니면 조용한 어촌 포구의
잔잔한 바다가 앞에 보이는 허름한 집은
어떨까도 생각했다.
남해의
바닷가 마을에 갔었다.
마음에 드는
작은 집이 있었다.
일부러
밤이 오기를 기다려 아내와 함께
어촌마을을 걸어 보았다.
방파제 위에
드문드문 외롭게 서 있는 수은등이
콘크리트 바닥 위를 무심히 비추고
우글거리는
파도가 소리치며 방파제를 두드리고
있었다.
밤의 어촌마을은
유령만 돌아다니는 폐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류시화 시인이 쓴
수필 한 편이 떠올랐다.
제주도
바닷가에 아파트를 한 채 얻었다고 했다.
그런데
평일의 밤이 되면 아파트의 불들이
거의 다
꺼져 있고 관리사무소와 시인이 사는
집만 사람이 살더라는 얘기였다.
바닷가에 나가도
사람이 없어 마치 진공 속에 혼자
앉아있는 기분이 더라고 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소설가 한수산의
수필에서 본 내용이었다.
오래 전
여주의 강가에
평생 소원이던 넓은 집필실을
마련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갑자기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 소리가
계속되면서
계속 여기저기 집이 지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4대강 개발이
박차를 가해지면서 이포보를 만드는
소란에 아침이면 들려오던 새소리도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그는
결국 집필실 문을 닫고
다시
서울의 오피스텔을 얻어 돌아왔다고
적고 있었다.
아름다운
강가의 그림 같은 오두막은
꿈에서 그쳐야 할 것 같았다.
어떤
아름다운 경관도
그 안에 들어가 사흘이면 없어진다고 했다.
폭포
아래 마을 사람들이 물소리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일본 작가
엔도 슈샤쿠는
아주 작은 골방에 들어가 글을 썼다.
엄마의 자궁을 연상하는
작은 방에서
안정감을 찾는다고 했다.
나도
나의 작은 골방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꿈은 꿈으로 끝을 내야겠다.
2) "인생 잠시 잠깐일세"
재작년 오월
친구들과의 만남이 서울대공원에서
있었다.
시골에 사는 탓에 서울대공원을
처음 갔다.
얼마나 내가 촌놈인지 서울대공원을
서울대학교 공원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던 나였다.
학교를
졸업한 지 사십년이 훌쩍 넘고
근처 구경을 끝내고
약속 식당에 갔더니 시골 촌놈 만나러
회장 친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십여 년 만에
처음 만남이지만 목소리
행동 변한 게 없는 친구다.
그래도
세상 열심히 살았던 탓에 기사 딸린
자가용도 있단다.
친구는
식사를 하는 중에 이십 여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오늘 촌놈이 왔으니 내가 밥을 산다"고
했다.
공짜는 그래서 좋다고 했던가...
평소라면 불고기 20인분을 먹었다는데
40인분.
배로 먹어 치웠으니...
이 친구는
십여년 전에 여행경비 전액을 부담하고
친구들을 부부동반으로
캐나다 여행까지 시켜주고
금강산, 캄보디아
여행 갈 때
찬조금도 듬뿍 낸 친구다.
"자네,
친구들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찬조했어..."
"돈이 별건가...
운이 좋아 돈 좀 만진것 뿐일세"
"어이 김회장!
" 어느 친구가 재산이
얼마나 되는가 묻는다.
"재산...?"
친구는 웃으면서 하는 말이
"인생 사는 거 잠시 잠깐이야.
재산은 있다가 없는 거고.
죽을 때
뭐 가지고 갈 께 있나!
인생 사는 게 잠시 잠깐인데..."
친구는
아직도 담배를 피고 있었고 술은
맥주만 마신다고 했다.
그렇게
살았던 친구였는데 며칠 전
반창회장으로 부터 문자 메세지
한 통이 왔다.
'김xx씨 별세,
발인 26일 05시.
부의금,
조화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뒷 이야기지만
젊어서 친구는 하는 사업마다 잘돼서
수도권에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몇 천억 재산가가 됐다고 한다.
"인생 산다는 거 별건가...
잠시 잠깐일세
" 친구가 하던 그 말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당신,
2년 전만해도 머리가 반백 이었는데
이제
전부 흰머리가 됐어요
." 며칠 전 아내가 하던 말이
귓속에서 뱅뱅거린다.
친구가 하던 말이 맞다.
아니 명언이다.
"인생 사는 거 별건가... 잠시 잠깐일세"
그래도
그 말을 입으로만 맞다 맞아 하면서
나는 그래도 아껴야 한다고 이 더위에
에어컨 켜는 걸 이유 붙인다.
'에어컨 켜고 살면 면역력이 떨어져
절대 안돼.
' 입으로 하는 말이지만 속 마음은
전기료가 부담스러워서...
''인생 산다는 거 별건가"
"잠시 잠깐일세"
나도
술 한잔 하면 곧잘 그 말을 하는데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친구의 삶은 역시나 대인배 삶이었고,
내 삶은 역시나
소인배 삶이라는건 부인 못할 사실일세.
내 삶이
소인배 삶인 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 소인배 그룹에서 빠져 나갈
꾀도 없으니...
- 詩庭 박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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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것이 세상을 바꾼다 ]
#1. 이사 가는 날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남편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실직을 하고 이력서를 들고 꽤 오랫동안 직장을 구하러 다녔다.
결국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낯선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아내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시작해야 되는 새로운 삶이
두렵고 외로워 울고 싶었지만
남편의 절망을 아는지라 내색할 수 없었다. 이삿짐을 정리하던 아내는
싱크대 서랍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이사 오느라 애쓰셨어요.
저는 이곳에서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특히 부엌에 있는 작은 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풍경은
늘 한 폭의 수채화같이 멋지답니다.
당장 이용해야 되는 가게 전화번호입니다. 주인 모두 친절하고 다정한 분입니다. 행복하십시오.”
글 밑에 빼곡하게
쌀집, 채소가게, 정육점, 약국, 미용실, 목욕탕 등
가게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아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춥고 앙상한 겨울산이지만 머지않아
연둣빛 새싹이 돋고
진홍빛 진달래가 수놓여진 아름다운 봄산이 되리라.
아내는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긴
편지 한 통으로
이곳에서 행복을 꿈꾸게 됐다.
#2. 딸은
친정아버지를 요양원에 두고 온 날 밤새 울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아버지가
먼저 요양원 이야기를 꺼냈고,
하루 종일 아버지만 돌볼 수 없는 딸은 만류하지 못했다.
대신 딸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1주일에 한 번은 꼭 찾아뵙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요양원 방문을 한 첫날,
뜻밖으로
아버지의 표정이 밝은 것에 놀라고 안도했다.
그 이유는
요양원에 있는 노인을 부르는 호칭에 있었다.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다른 요양원과 달리
그곳에서는
한창 일하던 때의 호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선생님, 지배인님, 원장님 등
그건 단지 호칭이 아니라
눈부신 젊은 날을 한 조각 돌려주는 일이기도 했다.
정년퇴직한 지 15년이 된 아버지는
다시 교감선생님으로 불리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딸에게 고백했다. 딸은
아버지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호칭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요양원이라면 아버지를 잘 돌봐줄 것 같은 믿음에서다.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닌
작고 사소한 일이
사람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비를 맞고 걷는 누군가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일,
길거리에 버려진 유리조각을 줍는 일,
길을 묻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일,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일,
양 손에 짐을 가득 든 뒷사람을 위해서
잠시 문을 잡고 서 있기 등
내가 하고도 곧 잊어버리고 마는
사소한 것이
누군가에게
인생은 아직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은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된다.
내 미소,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
나의 친절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 조 연 경 / 드라마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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