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선생님 그간 안녕하신지요?
어제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밤늦게까지 쉼 없이 내리더니, 비 그친 아침 출근길이 그렇게 맑아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맑은 하늘과 더욱 선명해진 연두 빛 잎들... 창을 내리니 밀려드는 바람조차 맑은 향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맑은 마음으로 스승의 날에 감사하라는 하늘의 배려같이 느껴집니다.
작년 이맘때의 출근길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늘이 아무리 맑고 바람이 아무리 맑은 향내를 풍기더라도 그것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날들이었습니다. 혹은 완력으로, 혹은 윽박질러서, 혹은 달래기도 하면서 지현이를 교문에 들여보내고 사무실로 향하던 출근길은 그야말로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 후로 수많은 우여곡절의 일들이야 선생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니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제 아내와 저는 지현이가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학교 갈 채비를 해서 문을 나서는 그 일상의 모습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말로 서로 깊은 공감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행복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일면 늘 떠오르는 고마우신 분. 바로 여ㅇㅇ 선생님이십니다. 저희 가족에게 소중한 일상의 행복을 돌려주신 분, 그 은혜와 은공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교감 선생님과 개별 과목을 맡으셨던 선생님들이 작년 한 해 지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 마음 살펴 배려해 주신 은공 또한 어찌 저희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여** 선생님 또한 작년 한 해, 참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셨습니다.
교단에 서 있음을 천직이라 여기시고,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가꾸어 가는 학교를 꿈꾸며 소신을 갖고 실천하신 일들 앞에 왜 그렇게 많은 시련들이 놓여있는지... 직위해제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으시고도 늘 그 환한 웃음 잃지 않으셨지요. 선생님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웃음. 2학기 들어서면서 선생님은 담임 직위와 맡고 계시던 여러 직위에서 해제되었지요. 맡은 수업 없이 그저 학교로만 출근하신다던 선생님, 이 기회에 그간 미루어 두었던 책들을 읽는 기쁨으로 사신다고 학교를 찾은 저에게 웃으며 말씀하셨지요.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날들은 저희 부부에게도 초조한 날들이었습니다. 같이 재판을 받으시던 동료 선생님들께서 재판의 결과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신 모습을 곁에서 뵈었던 터라, 재판 결과가 좋았으면 하는 저희 부부의 소망은 더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최종 재판이 있었던 날 저녁, 저에게 전화를 주셨지요.
“재판이 잘 됐습니다. 곧 복직될 겁니다. “
얼마나 기쁜 소식이었던지요.
타인의 기쁨이 그렇게 큰 우리들의 큰 기쁨이 된 날은 저와 제 아내의 짧지 않은 생애에 처음 있었던 일 아닌가 싶습니다. 지현이 또한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하던지... 영문 모르던 지현이 동생 석현이도 덩달아 기뻐했지요.
2학기 담임을 맡으셨던 이**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학기 중에 여운모 선생님에 이어 반 학기의 담임을 맡으셨지만, 지현이의 어려움을 깊이 공감해 주시고, 지현이가 그렇게 소망하던 친구들을 지현이 곁에 머물도록 이끌어주신 그 은공 또한 저희가 평생 잊을 수가 없지요.
돌아보면 작년 한 해 저희 가족, 아주 큰 힘겨움 속에 있었지만, 그 힘겨움 덕분에 가족들 서로가 그전보다 더 깊이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고, 우리가 힘겨울 때 가까이에 기꺼이 손 내밀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절절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 또한 가까이의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기꺼이 손 내미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도 했습니다. 그 일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 가득한 일인 줄 어려움을 겪고서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고마운 여** 선생님의 은혜, 올해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절을 드립니다.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더불어 이 땅의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여** 선생님.
부디 오래 건강하시고, 늘 푸른 선생님으로 제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길러낸 제자들의 기억 속에 귀감으로 오래 남는 그런 존귀한 스승의 자리, 오래도록 굳건히 지켜주시기를 기원합니다.
2004년 5월 13일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두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김규익 올림.
첫댓글 고마운 선생님들 ,
훌륭한 부모님 ,
잘 이겨 낸 지현이,
덕분에 우리는 지금 마음자리님의
글을 평안한 마음으로 읽습니다 .
덕분에 저 편안하게 옛이야기 합니다. ㅎ
엣부터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하면서 존경심을 표시했으나 요새는 교사라는 직업이 3D업종이라 할만만큼 기피하고 지원자가 없습니다. 집사람도 38년 교사를 했고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을 특수학교 수업을 나가 학교 속사정을 늘 듣고 있답니다.
이번 주말이면 아들의 초등학교
특수아동 교육 경력 한 달이 됩니다.
모쪼록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교육자의 자리에서
반 학생을 살피고
그와 더불어
학부형으로써의 임무를
다 같이 함에,
선생과 학생, 학부형이
삼위일체가 되었습니다.
맘자리님,
훌륭한 학부형입니다.^^
교육현장이 그런 교육 현장이 되면
더 바랄 바가 없겠습니다.
그런 연유로 초기 전교조의 그 귀한 뜻이
시대가 바뀌며 변질되는 것 같아
또한 안타까움도 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제가 엄살이 조금 심해요.
@마음자리 댓글들 볼라고 터치 하다가
손가락 실수로 제 댓글이 날아갔어요
이해 하셔요 ㅎ
이런 정성들인 감사의 편지를 받으신 선생님은 얼마나 행복한 분이실까요?
그 이상을 해드려도 부족한 마음이
들 정도로 훌륭하신 분이었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트럭이나 승용차나 운전석에 앉으면
별반 느낌의 차이가 없습니다. ㅎ
길 달리는 기분에 취해 여태 싫증 없이
피곤해 하지도 않고 잘 달리고 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그런 시련을 겪은 덕분에
나이든 딸과 아들을 데리고
저희 네식구 똘똘 뭉쳐 살고 있어요. ㅎ
지현이도 담임선생님 덕분에 온전하게
학교생활 할수 있어서 넘넘 감사하죠.
저희 지현이도 그랬어요.
엄마같은 담임선생님께서 끝까지
지켜주었어요.
얼마나 부모같은 선생님이신지 딸아이
졸업식때 탁상시계를 선물로 주었어요.
고등학교가서 늦지말고 학교다니라구요.
맘자리 님 지현이 담임선생님도 그런 것같아요.
뒤돌아보면 제가 만났던 선생님들
중에 우뚝 솟은 분이셨습니다.
가족 모두가 고마운 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