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콘트라베이스
아빠가 몇 년 전에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때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단다.
콘트라베이스.
물론 아빠도 이름을 들어봤지.
현악기 중에 가장 큰 악기.
현악기 중에 가장 낮은 음을 악기.
예전에 아빠가 재미있게 본 <노다메 콘타빌레>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어떤 작은 소녀가 자신보다 큰 악기를 등에 메고 힘겹게, 넘어질 듯
걷던 장면.
그때 등에 멘 그 악기가 바로 콘트라베이스였어.
그 정도가 아빠가 알고 있는 콘트라베이스가 전부였어.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란 책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의 비애를 이야기했어.
덩치는 커다랗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악기로 열등감마저 느낀다고...
바이올린 독주, 첼로 독주, 비올라
독주.
다른 현악기들은 독주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지만,
'콘트라베이스 독주'는
어색하다고.. 사실 아빠도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어.
하지만, 그런 열등감을 이기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의 독보적인 인물이
있다고 했어.
그이 이름은 게리 카인데, 그는 콘트라베이스 독주까지 하고 앨범도
내게 되었다고...
그런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도 짧게 소개해 주었었단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어.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책을 읽었단다.
아빠는 얼마 전에 박종호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몇 년이 휙 지나갔다니, 시간 빠름이 무섭기까지 하구나.
파트리크 쥐스킨트.
아빠가 이 사람의 책을 읽은 것은 오래전이더구나.
<좀머 씨 이야기>와 <향수>라는 책을 읽었어.
이 사람은 사람 만나기를 극도로 싫어해서 인터뷰도 안하고, 상도 거절하였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혼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낼까 생각이 들다가도
그렇게 혼자 있는 사람이라서, 이런 콘트라베이스 같은 등장인물이 한
명인 소설도 쓰나보다 했단다.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이 한 명 나오거든.
1. 모노드라마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이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단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보니, 이 소설은 그대로 모노드라마 연극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았어.
그래서 혹시나 하고 찾아봤지. 이 소설이 연극으로 상연되었나.
우리나라에서도 명계남 주연으로 몇 년 전에 했었다고 조회가 되더구나.
진작에 알았다면 한번쯤 봐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이었어.
그가 연주하는 악기는 콘트라베이스.
그가 자신이 연주는 콘트라베이스가 볼품없는 악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콘트라베이스가 다른 악기 못지 않게 중요하고 훌륭한 악기라고 이야기한단다.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달라고 했어.
그가 콘트라베이스를 흉보거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게 표현을 해서, 아빠가 옮겨 적어보았단다.
먼저 콘트라베이스를 흉보는 장면은 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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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면 저는 이 녀석을
저쪽에 있는 등받이 의자 위에 올려 놓고, 활은 그 옆에다 놓고, 저는
여기 이렇게 안락의자에 앉습니다. 그렇게 해놓은 다음 저는 이것이 아주 볼품이 없는 악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이것을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한번
자세히 봐주십시오. 꼭 살이 피둥피둥한 아줌마 같지 않습니까. 엉덩이는
축 처졌고, 허리 부분은 잘록하지도 못한 것이 위쪽으로 지나치게 길게 뽑아 올라져서 도대체가 못마땅합니다. 게다가 가늘고 축 늘어져 곱사등이 같은 어깨 부분 좀 보십시오. 정말
못 말립니다. 이렇게 외모가 엉망으로 보이게 된 원인은 콘트라베이스가 음악 역사상으로 보면 일종의 잡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랫부분은 큰 바이올린과 같고, 윗부분은
커다란 저음 4현금 겜브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콘트라베이스는
이제까지 발명된 악기 가운데 가장 못생기고, 거칠고, 우아하지
못한 악기입니다. 악기의 돌연변이지요. 종종 저는 이것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톱으로 토막을 내고 싶기도 하고,
잘게 부숴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잘게 가루를 내거나, 톱밥처럼
만들어 목재를 가스로 바꾸는 기계에 집어 넣거나….. 아무튼 결판을 내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이 악기를 사랑한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녀석은
연주하기도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 반음을 세 개만 내려고 해도 손가락을 쫙 펴야만 하거든요. 겨우 반음 세 개를 가지고 말입니다. (5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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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흉을 보다가도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가 콘트라베이스라고 이야기한단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 사는 세상도 생각해 봤어.
우리 사는 세상에 하찮은 존재는 없다고 말이야.
모든 존재가 그 존재의 이유가 있고,
그런 존재들이 모두 있어야만 진정한 세상이 된다고 말이야.
혹시 지은이도 이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아무튼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콘트라베이스가 중요한 이유를 같이 들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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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가
빠졌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자고로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을 얻으려면 – 지금, 단어의 정의에 입각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 베이스가 갖춰져 있어야만이 가능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제1바이올린이 없거나, 관악기가 없거나,
북이 없거나, 트럼펫이 없거나, 그 밖에 다른
악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오케스트라는 있습니다. 하지만 베이스가 없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결국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 악기 가운데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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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여러 음악가들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그러 음악가들 중에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을 연주한 사람은 많았지만,
콘트라베이스를 직접 연주한 음악가는 별로 없다면서
브람스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슈베르트가 직접 4중창에 참여하기도 했었어.
바그너는 파리에 집을 구하려고 했으나, 소음으로 집을 구하지 못했대.
…
그는 또한 오케스트라 단원의 일원으로써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이야기해주었어.
그러면서, 얼마 전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노래를 하게 된 소프라노 세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첫부분에는 그냥 같이 하는 사람인 것처럼 에둘러 이야기했다가
소설의 뒷부분에 가면서,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단다.
그가 세라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했어.
사실 콘트라베이스와 소프라노는 어울리지 않는 쌍이라고 했어.
왜냐하면 소프라노가 노래 부를 때 옆에서 연주해주기에는 콘트라베이스가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어떤 첼로 연주자가 소프라노와 연애를 하면서,
악기를 피아노로 바꾼 적도 있었대.
그렇게 자신이 소프라노와 어울리지 않는 악기를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런 것이 무슨 구애가 되겠니
그는 오늘 밤 공연 때 무대 위에서 세라를 사랑한다고 외치겠다고 하면서
방을 나가면서 소설을 끝이 맺었단다.
..
책을 덮고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한번 들어봤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게리 카의 연주를 유투브에서 찾아 들어봤어.
글쎄, 협주곡으로 연주된 곡을 들을 만 했는데,
독주곡은 사실 아빠의 귀로는 오래 듣지 못하겠더구나.
그렇다고 아빠가 그 악기를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야.
그 악기 또한 이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을 인정하니까 말이야.
아빠와 같은 회사원이 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처럼 말이야^^
책제목 : 콘트라베이스
지은이 : 파트리크 쥐스킨트
옮긴이 : 유혜자
펴낸곳 : 열린책들
페이지 : 112 page
펴낸날 : 2000년 2월
10일
책정가 : 10,800원
읽은날 : 2017.02.04~2016.02.05
글쓴날 : 2017.02.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