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을 모집하는 홍보전단지를 완성 후,
거창네트워크 공미진선생님께서 주신
거창읍에 있는 경로당 명단을 가지고,
거창읍으로 나갔습니다.
지찬오빠, 희주와 함께 어르신을 뵙고
어떤 말씀을 드릴 것이고,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도 서로 주고 받습니다.
어르신이 잘 이해하실 수 있게,
또한 관심이 없어하시는 어르신이나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어르신께
감사인사를 잘 드리도록 마음 먹었습니다.
박시현선생님께서
주민분들께 부탁드렸는데,
부탁을 거절하셨더라도 감사인사를 잘 드리면
다음번, 몇번이라도 또 부탁드렸을때
한번은 해 주시는 경우도 있었다는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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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죽전경로당을 찾아갔습니다.
할아버지 몇 분이 계셨고,
지금은 사람이 없으니, 한 오후 2시나 3시쯤에 오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한 둘씩 나오니
그때 나오라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날씨가 쨍쨍거리는 오전에,
우리가 일찍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했으나
오후 2시나 3시쯤에 다시 찾아뵙기로 하였습니다.
죽전경로당을 나오고 있는 도중에
할아버지께서 동장님을 가리키며
동장님이라고 동장님한테 말하라고 하십니다.
동장님께 인사드리고,
죽전경로당 윗층에 있는 동사무소 안에 들어가,
동장님께 어르신과 함께 캠페인을 하고자 한다는 말씀을 드리니,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주십니다.
어르신을 위한 캠페인을 한다면
당연히 어르신이 기획해야 하는 것,
당연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어서 오후 2시나 3시쯤에 어르신들이 많이 나오니,
그때 다시 와서 어르신과 의논 하라고 하십니다.
또한 어떤 경로당에는 젊은층의 어르신들이 많으니,
그곳에 가봐도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십니다.
송백당에는 교편을 잡았던 어르신들도 있으시니
거기에도 가보도록 제안하십니다.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시는 동장님 말씀이
참으로 긍정적인 지지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시작에 있어서 누군가의 긍정적인 말은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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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의 나온 경로당의 주소를 찾아다니면서
문이 닫힌 곳도 있었고, 주소를 잘 몰라서 여쭈어 보지만
그 지역주민분들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캠페인 기획단을 모집하기 전에는
그렇게도 많이 보였던 경로당은 보이지 않고,
경로당을 찾아 다니며
중앙동에서 원상동으로 건너갑니다.
원상동에서도 잘 보이지 않아
빨래를 털고 계시는 어르신께
제일 가까운 경로당을 여쭈어보니
저쪽으로 해서 저쪽으로 쭉 가면 있다고 합니다.
저쪽으로 해서 저쪽이라,
어르신이 가르켰던 위치에 맞추어서 가다보니
제일 먼저 보이는 '원상동 할아버지 경로당'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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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을 치고 계시는 할아버지들을 향해 인사와 소개를 드리니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다.
한 번쳐다보고 다시 고스톱을 치십니다.
다시 인사드리고, 들어가도 되는지 여쭈우니,
안 들어오고, 뭐하냐면서 빨랑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들어가서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고 난 후,
"어르신들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뵙습니다."
어르신께서 고스톱은 치시고, 무반응으로 쳐다보지를 않으십니다.
회장님이 계시는지, 누구신지 여쭈우니,
전화를 하던 어르신께서 회장님이시라고 하십니다.
인사를 드리니, 어르신께서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 하십니다.
귓속말로
"안녕하세요. 저희는 거창군노인복지센터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입니다.
어르신들께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찾아뵙습니다.
전단지좀 봐 주십시오. 저희들이 거창군노인복지센터에서 공부하는 동안에
어르신들과 함께 캠페인을 하고자 합니다.
어르신 한 두 세 분이 함께 기획단으로 참여하셔서
캠페인에 대한 주제도 정하고, 시간, 장소 등을 함께 의논하여
지역사회캠페인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기획단을 모집 중인데 어르신들께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회장님께서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 듣겠다며
날도 더운데 고생이라며
어르신들께 학생이 설명할 수 있도록 주목하라고 하십니다.
말씀을 드리니,
옆에 계신 어르신들이 우리는 나이도 많고,
잘 듣지 못해서 안된다고 하십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과 회장님께서
우리보다는 다른 경로당이 좋겠다며
좋은 일 해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아쉽지만 발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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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동할머니 경로당'이 보입니다.
원상동할머니 경로당에 들어가니,
검은 머리의 젊어보이시는 할머님들과 먼저 눈을 마주쳤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말씀을 전하려고 하는 순간에
큰방에 할머님들이 계신다며 들어가보라고 하십니다.
큰방에는 젊어보이시는 할머님들과 다르게
흰 머리가 보이시고, 조금 더 나이드신 할머님들께서
고스톱을 치시던가, 앉아계셨습니다.
고스톱을 치시는 할머님들께서 한번 쳐다보고,
고스톱에만 집중하십니다.
앉아계셨던 할머님들께 인사드리고 말씀을 전하니
귀가 잘 안 들리신다고 하셔서
다시 귓속말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할머니께서 학생들도 하는데,
할머니가 되서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기획단에 참여하겠다는 어르신을 지금에서야 만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설렜습니다.
한 번 더 여쭈우니, 하겠다고 하십니다.
어르신의 성함과 연락처를 여쭈었습니다.
또한 어르신께서 손녀딸에게 홍보지를 보여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1차 모임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니, 전화를 달라고 하십니다.
젊으신 할머니께서 그 할머니 잘 듣지도 못하고, 잘 모르는데
뭘 같이 하자고 하냐며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옆에서 고스톱 치던 어르신들도
그 할머니 안된다고 말씀하십니다.
함께 하시겠다는 어르신이 "나는 귀를 잘 듣지 못해." 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다시 귓속말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 할머니,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시면
제가 귓속말로 다른 사람 말을 전달하면 되지요."
괜찮아요.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걱정하지마세요."
할머니께서 웃으시면서 알았다고 대답하십니다.
마지막까지 어르신께 마무리 인사를 드리며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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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로는
정자에 모이셔서 고스톱을 치시는 어르신들께 인사드렸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정자 위로 올라오라고 하십니다.
어르신께 소개드리고, 기획단 모집 전단지를 보여드리니
우리 다 글을 모른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리겠다고 하니,
그러면 말해보라고 하십니다.
말씀을 드리니,
회장님께서 우리는 할 사람이 없다며
다른 경로당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참여할 수 없는 이유로
글을 읽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읽지 못하시면
말로서 대신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씀을 드리니,
그냥 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추천하고자 하는 경로당이 있으신지
여쭈우니,
우리도 못하는데 어떻게 추천하냐며
학생들이 이 더운날에 고생한다며
가라고 하십니다.
"다음에 또 지나갈때 인사드리겠습니다."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후,
날이 더우니
캠페인팀도 지침을 느낍니다.
초등학교 나무 그늘에 누워
잠깐만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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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보니, 죽전경로당에 찾아뵐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서로 웃어보며
죽전경로당을 찾아뵈니,
할머니께서 많이 나와계십니다.
할머니께 인사드리니,
반갑게 맞아주시니 분도 계시고,
누가 왔는가 쳐다보는 분도 계십니다.
젊어보이신 어르신 한분께서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며
어르신들께 집중해달라고 말씀해주십니다.
말씀을 드리니,
할머니 모두 나이가 많으시고,
날씨도 덥고,
누가 하려고 하겠냐고 말씀하십니다.
주위에 계신 어르신들도 여러가지 이유로
거절하셨지만
젊어보이신 어르신께서 자신이 회장이라며
총무가 오면 나중에 상의해서
함께 할 사람을 알아보겠다고 하십니다.
또한 캠페인 당일날 참석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있으면
그 날 하루 함께 참여할 수는 있겠다는 말씀도 덧붙여주십니다.
내일 다시 찾아뵙고서, 함께 기획할 어르신들이 계시면
말씀해주신다고 합니다.
죽전 할아버지 경로당에 가니,
회장님이 나와 계십니다.
회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말씀을 전하니
날씨가 더운데 누가 피켓을 들고 나가서 하겠냐며
노인들이 어떻게 하냐고 말씀하십니다.
"회장님, 그 날 날씨도 덥고, 어르신들이 더운 날씨에 나가서
활동을 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캠페인이 피켓들고 거리행진만 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에 캠페인 내용을 담을 수도 있고, 그 방법에 있어서 비용이 많이 들면
전단지를 만들어서 신문지와 함께 전달해도 되고, 우편함에 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말씀을 잘 듣고서
그런 방법도 있다니 긍정적이십니다.
아무튼 어르신들이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니,
상의해보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내일 찾아뵐 때 말씀해주신다고 하시니,
한번 더 부탁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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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아림할머니 경로당'에도 찾아뵙고, '송백당'에도 가보았습니다.
'아림할머니 경로당1'과 '아림할머니 경로당2'의 어르신들 모두가 거절하셨지만
기획단모집에 대해서 잘 들어주신 점에 대해서 감사함을 표현하였고,
송백당에는 어르신들이 다들 안 계셔서 만나뵙지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거절은 하셨지만
그 이유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타당한 이유들을 희석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대안들이 있기에
말씀 드리고,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시간이였습니다.
거창읍을 누비며 발바닥이 닳도록 경로당을 찾아갔습니다.
어르신께 잘 인사드리고, 여쭙고, 부탁드리고, 의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감사함도 잘 표현한 하루였습니다.
고생한다고 물 한잔 주지 못해 아쉬워했던 어르신들,
손수 물을 컵에다가 따라주신 죽전동 회장할머니,
학생들이 설명을 할 것이니
잘 들어주자며 주목을 부탁했던 어르신들,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한 표정을 대신했던 어르신들,
잘 듣고, 성의있게 대답해주신 어르신들,
함께 할만한 경로당을 추천해주신 어르신들,
오후에 오라고 당부해주신 죽전동 동장님,
다른 어르신께 상의해보겠다는 죽전동 할아버지 회장님, 할머니 회장님
선뜻 하겠다고 말씀해주신 원상동에 변○○할머니,
가까운 경로당을 잘 말씀해주신 빨래 털던 할머니,
오늘 함께 거창읍을 누빈 지찬오빠와 희주
몸이 아파서 함께 거창읍을 누비지는 못했지만 지지 문자를 해준 동훈오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햇살이 쨍쨍했지만 햇살보다
제 가슴은 더욱더 쨍쨍했었던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글 구절구절 어르신들의 인격을 극진히 대했음이 느껴진다. 그렇게 누비고 다녀 만났기에 하시겠다는 한 곳이 있었지. 정말 많이 수고했다, 꼼꼼하게 기록 잘 남겨줘서 캠페인팀과 함께 못 했는데도 그 날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남은 기간동안 반찬팀도 정말 열심히 거창읍을 누벼야겠다는 각오가 드네. 고맙다, 우정아.
"부탁을 거절하셨더라도 감사인사를 잘 드리면 다음번, 몇번이라도 또 부탁드렸을때 한번은 해 주시는 경우도 있다" 공감합니다.
부정을 희석시킬만한 긍정적인 대안! - 그렇지요~!
요즘엔 경로당 마다 화투를 치십니다. 무얼 말씀드릴 참이면 '나이 들어서, 귀가 안 들려서' 모른다, 못한다 하십니다. 어르신의 위엄, 자존심을 그립니다. / 경로당 한 켠에 붙은 노인에 관한 글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어른답게 어른 자리를 지키셔야 할 분들을 '돈이나 쥐고 나서지 말라'고 구구절절 적은 글이 민망합니다. 군사정권 시절에 누가 쓴 글이라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