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 그리고(2부)를 읽은 동기들만 연결해라 !
(꼭 2회씩 읽도록.........동기 동기들을 위해서 손가락이 떨어져 나간다)
방파제 시멘 바닥에 땅을 치면 통곡하는 여자를 자세히 보니.............
그 여자도 울다가 깜짝 놀라서 자세를 바로하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어! 너...넌.....둘은 부둥켜 안고....... 그녀는 또 운다.
여기에서 이글을 읽는 동기들에게 더이상 무엇을 숨기랴 !
모든거 속 시원하게 다 털어 놓는다.
이해하고 재밋게 읽어 주기를.... 가슴 아팠던 지난날의 추억을 다시금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그녀를 만나 이야기 거리가 되는구나..................
오늘 마침 소백산에는 짓눈개비가 을시년스럽게 내리는 것을 보니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그냥 눈녹듯이 줄줄 흘러 내릴것 같구나....
그녀를 첨 만난건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전이 되는구나........
그때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여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지금 가슴이 쿵쿵 뛴다!
소백산 암자에서 잠시 인생 공부할 때의 일이다.
며칠간 소백산에 큰눈이 내려 등산객은 물론 산사람들도 출입이 거의 없던 어느날 밤이었다.
“계세요......”
늦은밤 깊은산에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렸다.
“누구요....”
가끔 이야기에 나오는 백년묵은 여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리따운 아가씨 둘이서 털모자에 푹덮혀 눈만 빠꼼히 내어놓고 덜덜 떨고 있었다.
“길을 잃어서요.”
산사람도 눈보라치는 이런 날에는 출입을 삼가고 집구석에서 빈대떡이나 붙여 먹는데, 하물며 젊은 아가씨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으며......혹 귀신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들어 한참을 망설이다가..........암자 뒷방으로 모셔와 속사정을 들었다.
나이는22세........이름은 윤희.......집은 서울 동대문구......
또 한명은 이름만 선미.....나머진 지금 더 이상 기억이 안난다.
겨울 방학때 겨울등반을 하고 싶어 친구와 둘이서 소백산을 오게 되었다는 간이 큰 여자들!
눈이 푹싸인 밤길에 도저히 내려 가질 못한다고 설득을 하고서, 오늘밤은 여기서 지내기로 합의를 보고, 간단하게 비상 식량으로 허기진배를 채우고 둘은 아랫목에 나는 윗목에서 길고 긴 겨울밤을 심심잖게 매우 짧게 보냈다.
유난히 눈동자가 크고,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는 윤희와의 사랑은 그날 저녁부터 서서히 시작이 되고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린 매주 만났다. 처음엔 등산을 핑개로 친구와 함께 왔으나, 사랑이 불붙으니 혼자서도 서울서 내려왔다.
나는 그때 고시공부 한다는 놈이..........법전은 폼이고 붓2자루와 소설책 몇권이 전부였다.
그림을 즐겨서 가끔씩 산속에 파묻혀 자연과 함께 친구가 되기도 했으며, 새벽 안개비는 건강을 지켜주는 유일한 나의 젖줄이었다.
6개월 동안 겨울이면 계곡의 하얗게 살어름이 낀 바위밑에서도 추운줄 몰랐으며, 봄이면 따뜻한 산등성이에서 산나물이며, 냉이랑 쑥을 캐며 열열하게 사랑을 다져 나갔다.
결혼도 약속하고, 아이들도 마이 낳고...............우리 소백산에서 오두막집 짓고 살자!
군자님들아! 혹시 옛날 영화중에서 신성일이와 정윤희의 ‘가을비 우산속’이란 영화본 사람 손 들어봐라! 아마 몇몇이는 있을 끼다. 있으면 아래 댓글에 적어다고.
그 영화의 내용과 풍경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거의 맞아 떨어질 끼다.
6개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난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시절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누구나 첫사랑은 아름답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행복했던 것이지만....
쭈그러진 냄비 하나 사기그릇 두개가 전 재산이었지만, 우린 어느 돈많은 부자가 부럽지 않았고, 만날 때 마다 거의 라면이나 국수로 끼니를 때웠지만, 그 맛은 지금도 잊을수 없는 그녀의 입술만큼이나 달콤하고 짜릿한 맛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나갔다. 아무런 말도없이........
마지막 헤어지던날 난 영문도 몰랐지만, 그녀가 나에게 그림 그리는데 얼굴이 햇빛에 탄다고 만들어준 산나물(밥취)모자를 그 해가 다가도록 보고 또 보며 간직했던 기억이 난다.
그 정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주말이면 높은 바위위에 올라 그녀가 오던 길을 무작정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 짐승도 불쌍했던지........가끔식 짝잃은 놀개이(노루)가 안스러워 먼 하늘을 같이 쳐다보는 우스운 일도 더러 있었다.
검은 눈에... 털모자에 덮인 긴머리... 팽팽한 청바지에 하얀손......근 5년 가까이 그 모습이 눈앞에 지워지지 않았다. 그 후로 난 지금도 청바지를 입은 여자를 괜시리 좋아한다.
아니....그땐 청바지 입지 않은 여자와는 말도 안했다.
난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도 확실히 몰랐다. 그냥 서울 동대문구에 산다는것 밖에는.............
세월이 흘러 흘러 강산이 두 번 변하여................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했던 여자를 오늘 영덕에서 만났다.
말없이 헤어진지 20년이 훨씬 넘어서 오십이 다된 나이에 영덕 바닷가에서 만났다.
이건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소설도 이렇게까지 엮어내질 못한다.
그녀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날이후’......아무 말없이 왜 오지 않고 연락도 없었는지 그 대답이 제일 궁금했다........
멱살이라도 잡고 물어 보고 싶었다. 아니 하얀손에 세월을 한탄하며 대게 뜯듯이 물어 뜯어 주고 싶었다. 내 청춘을 보상 받고픈 생각과 기다림속에 덧없이 지나간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 아름답고 예쁜 소녀는 어디가고 사십대의 아줌마로 내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둘이서 붙들고 엉엉 우는 모습을 보던 뻑거 친구와 다른 여자는 어안이 벙벙한지....
마치 상가집에 온 문상객마냥 안스럽게 바라본다.
좀 늙어서 그렇지..얼굴은 그때 그 모습 이었고.......눈동자는 예전처럼 맑고 아름다웠다.
주름이 조금갔지만 하얀손에.........역쉬~ 오늘도 그녀는 팽팽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놓아 주고 싶지 않았다. 이 밤이 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디사는지......무얼하는지..... 결혼은 했는지........아들은 있는지.......신랑은 뭐하는지.......
그 딴것들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토록 기다렸는데......서로가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연락도 없이 안온 이유가 뭔지........그것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첫댓글 조포선사 당신의 글은 살아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생동감이 있어 맛이 정말 신선합니다. 좋은글 감사......
영주 왔을때 내가 업서서 목운동 쪼매 하고 가서 안됐다. 담에 오면 막걸리 엎어지도록 퍼보자...
자네 4부 앞에 시원 찮은거 하나 낑가 나서 미안하이.
4부는 너무 찐해서 ...쪼매 있다가 올릴란다.
리얼하구만!!! 영덕 강구 가면 첫 사랑을 만날 수 있나??? 저번에 올렸던 그 아가야는 2번째인가??? 그후 어찌되었는지 빨리 올려보아라!!
너무 보채지 마라........가진말 칠 시간좀 다고..............
조달포님 글은 현실감 살아 있고 너무 재미있게 읽었네. 소백산 어디에 있는지 만나보고 싶네. 영주에 자주 내려간다. 소백산도 가끔 가고 .
종춘아! 소백산 자주 온다니 반갑구나! 항상 신비의 명산이지....아마 등산코스로는 울나라에서 과연 최고라고 하지..언제 함 만날날이 있겠제........
우야~관록이 남치네~나도지금 강구갔다 영양에서 글올린다만 왜 내겐 그런행운이 없노?
영양 달호야! 강구에서 만났음 좋았을텐데..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