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회에서 선정하는 2024년 상반기 화제의 책이 발표되었습니다.
이규희 선생님이 써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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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안선모의 <오빠는 하우스보이>는 6.25 전쟁 이후, 우리가 미국의 통치를 받게 된 1960년대의 생활상, 사회상을 작가 개인의 가족사와 맞물려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안선모는 일제강점기, 조선 최대의 군수공장이 있던 부평 조병창 자리에 들어선 ‘애스컴’이라는 미군 보급품 기지를 무대로 이 작품을 썼다. 작가는 이미 <굿바이, 미쓰비시>를 통해 그 지역과 그 공간에 녹아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썼던 터라, 이 작품은 그 후속작품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미군기지인 애스컴 인근에 있는 줄집 마을에 사는 주인공 선기는 이웃과 가족처럼 지낸다. 그 시절 줄집을 비롯하여 새촌마을, 다다구미마을 등 가난했던 서민들이 공동 화장실, 공동 수도를 쓰고 양공주 일을 하거나 끌꿀이 죽을 끓여 팔고, 미군부대에 근무를 하고, 노름꾼이 된 가장 등 모두가 살기위해 애쓰던 사람들 이야기가 애달프게 그려져 있다.
선기네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폐결핵에 걸려 요양원에 갔다오고, 엄마도 공장에 다니고, 어린 선기는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할 만큼 먹고 살기 힘든 나날이었다. 결국 작은 오빠 웅기는 가난한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학교를 그만두고 애스컴에 있는 미군부대의 하우스보이로 취직을 한다. 그 시절, 자신의 꿈을 뒤로 한 채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언니, 오빠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지만 선기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늘 자존심을 잃지 않고 당찬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 웅기가 놀랍게도 장학금을 받아 미국으로 떠나고, 엄마는 숟가락 공장에서 천막 공장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아버지는 철물공장에 취직을 하고, 큰 오빠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등 가족들은 저마다 살아내기 위해 처절하게 애쓴다. 마침내 첫 월급을 받은 아버지가 언젠가 줄집을 떠나 새 집으로 이사 갈 생각으로 나무상자에 돈을 저금하려다가 소스라쳐 놀란다. 웅기가 그동안 모은 돈을 나무 상자에 가득 남겨두고 떠난 것이다. ‘이 돈으로 화장실 있고, 수도 있는 집으로 이사하세요!’라는 편지와 함께.
‘화장실 있고, 수도 있는 집’이라는 글귀를 보는 순간 울컥한 건 선기네 식구들만은 아닐 것이다. 줄집을 떠나게 된 선기는 그동안 자신이 쓴 이야기들로 언젠가 책을 만들어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꼬마 선기가 훗날의 안선모가 되었다는 암시일 것이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글을 쓰니까.
안선모 작가가 보여준 1960년대의 신산한 이야기들이 오늘에도 감동을 주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마 그들의 눈물과 땀, 슬픔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는 고마움 때문이리라.
첫댓글 우와 축하드립니다.
이규희 선생님께서 좋은글 써주셨네요.
고수산나 작가의 책과 함께 써주셨는데 '오빠는 하우스보이' 부분만 발췌해 왔어요.
오잉? 선생님께선 책 받으셨어요?
전 이규희선생님께서 추천 글 써주신 것도 몰랐어요
애고 애고 새싹회 홈피 들어가보니 글이 있네요. 정두리선생님께서 연락주셨는데 전 책이라고 착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네요^^;;;
일년에 한번 나오는 책 속에도 실을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