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달력 한 장 찢어 냈을 뿐인데 어제 그러니까 지난달과 달리 아침 안개가 짖게 끼었었다.
아침 안개 낀 그 날은 맑다는 징조며 날씨가 포근 하다는 의미다.
가을이 깊어 금강산에서 설악산으로 그리고 월악 지나 속리, 단풍명소 내장산에도 단풍이 절정기에 도달 했다는 소식이고 보면
아침 안개가 그리 반가운 일만도 아니다.
낮의 높은 기온으로 저녘 무렵에서 밤사이 안개가 끼었다가는 아침이 되면 그 안개는 서리로 바뀌어야 함이 가을이다.
아침 안개가 거반 겆히고 나니 울밖 남의 집 은행나무는 짖노랑이다.
그러나 몇 보 떨어져 있지 않은 울 안의 은행나무 노거수는 이제 노란 빛을 띨 뿐이다.
무슨 연유 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차 노랑게 변해 가는 모습도 보기가 좋다.
변해 간다는 것! 가을이 깊어 간다는 것! 그리고 멀리 가지 아니하여도 관상 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축복이다.
오며가며 그 변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좀 편히 앉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프라스틱 간이 의자도 여럿있고 벤치 스타일의 긴 의자도 있지만 이리저리 옮겨가며 변해가는, 깊어 가는 가을을 보고 싶어진다.
물론 지난해 여름 가지를 잘라 놓았던 은행나무와 겨울에 가지치기한 밤나무의 가지가 썩어 가는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어서
시작한 일이기도하다.
예전 아버지는 낫 한 자루면 자치기를 만들어 주셨고 팽이를 깍아 주셨으며 장도리 하나 추가하면 썰매를 만들어 주셨었다.
대충 적당히 얼렁뚱당 만드시는것 같아도 내 어린 시절엔 큰 선물이었었다.
토끼장, 닭장을 만들었고 변변한 연장 하나 없이 대부분 자급자족 수준 이었었다.
지금은 그러한 것들이 아련히 추억으로 떠오른다.
왠만한 수공구에 전동공구를 갖추었으며 그리고 잘 다듬어진 목재가 흔하디 흔한 시절이다.
왠만한 물건 하나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에는 정성이 없다. 당연히 추억이 깃들수가 없다.
해서 있는 나뭇가지를 활용하여 나무 의자 하나를 습작 하였다.
가구점에서 산 물건 보다는 조잡 하고 사용이 편리 하지는 못하지만 추억을 상기하는 불씨이다.
그러나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이유도 없고 기댄듯 앉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편하다는 생각이다.
나 같이 못생긴 위인은 번쩍이는 의자 보다는 오히려 더 적격이고 못생긴 것끼리의 유유상종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11월 3일의 은행나무 모습이다.
서리 한 번 되게 내리고 나니 호박잎도 축 처지고 은행잎 색도 확 바뀐다.
비로서 가을이다.
사람 욕심 이라는게 끝이 없다지만 코끼리 비스켓이 앞에 있으면 커피가 생각나고 님 만나면 뽕 밭에 가고 싶어 진다고
의자를 만들어 놓으니 차도 한 잔 하고 싶어진다.
책 하고 별거 한지 오래 되었지만 왠지 시집이라도 꺼내보고 싶어진다.
가을 탓이겠지만...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했던가!
탁자 하나 있으면 금상첨화요 더 바랄게 없을것 같다.
물론 그것또한 그 때 가봐야 할 일이겠지만...
글쎄! 둬 두면 언젠가는 뭐에 써도 쓰임이 있겠지 하던 송판 쪼가리 생각이 난다.
비도 맞고, 이끼도 끼고, 곰팡이도 피었다가 저 홀로 마르고 이리 체였다가 저리로 옮겨지던 판떼기다.
이왕 연장을 만지면 뭔가 반듯한 모양의 물건을 만들어야겠지만 게으른 놈 한테는 그도 큰 일이다.
탁자야 물건만 올려 놓으면 될일! 이게 핑개다.
대패질은 무슨 때가 있던 말던 스시 올려 놓고 먹을 도마도 아니다.
대충 슥슥!! 그래도 때깔 존네! 어쭈 고태미 나는데! 혼자 중얼중얼....
뭐 그렇지 아니한가! 못생긴 의자에 못생긴 사람! 탁자만 비까번쩍 해봐야 그건 문자써서 언바란스! 부조화!
가끔은 나 자신을 이렇게 위로 하며 사는 맛도 괜찮은듯 싶을 따름이다.
탁자 다리에 껍질 벗기는것도 번거롭다. 그냥 쓰지 뭐!
사용 하다 보면 제가 알아서 벗든지 벗겨 지던지 할 일이다.
지금은 시커먼 얼굴에 하얀 다리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언바란스라지만 그도 적당 해야 한다.
삼총사 유유상종! 이게 작품명이다.
11월 5일 울 밖 은행나무는 이제 잎이 작별을 고할 때가 된듯 싶을 정도로 노랗다 못해 누렇다.
울 안 은행나무는 쥔을 닮아 지금 아주 삼삼하다.
그나저나 클 났다.꼬멩이들 목공놀이 도와 준다고 했는데 은근히 걱정이된다.
너무 가볍게 생각한것 같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도 별 신통한것을 발견 할 수가 없다.
찻잔 받침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토막을 만지작 거리며 생각해 봐도 아이들에게 실제 공구는 너무 위험 하다.
그렇다고 대충 적당히 사진 찍기용은 싫고...어쨌든 요식 행위는 싫다.
향나무를 잘라 만든것도 그렇고 소나무를 잘라 태워 놓은 것도 그렇고 꼬멩이들 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느티나무를 잘라 건조만 해 놓은것은 특별하게 변형된게 없다.
크기도 제법 큰게 여럿 있고 이제는 꼬멩이가 되어 장난을 해 보면 된다.
꼬멩이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동작으로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관심 집중이 될것인가! 좋아 할 만한 소재인가!
그렇지만 지금의 꼬멩이들 수준과 나의 꼬멩이때 수준은 지구와 별나라 만큼의 차이다.
조금만 젊었어도 늦둥이를 초고속으로 하나 만들 수 있는데....
구멍 뚫어 가죽끈이나 매듭 끈 하나 동여메면 메달 목걸이도 되고 넥타이도 되고 물잔 위에 올려 놓으면 잔뚜껑, 아래에 놓으면
잔받침,이름 적으면 명찰이다.
곤충, 새, 나비, 잠자리... 동물!
포도송이, 꽃.... 식물!
그나저나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텐데...
은행나무 이파리 노랗게 물드니 좋긴 한데....
저 하나도 아니고 세 그루, 큰 밤나무 한 그루! 낙엽 쓸 생각하니 좋아 할 만한 일도 아니다.
의자에 앉아 신선 놀음 할 여유있는 팔자는 아닌듯...
고민되는 가을이다.
첫댓글 초선님, 손재주가 가히 출중하십니다. 멋진뎁쇼? 무설재 마당쇠도 만만찮은데 와우...그래도 가끔은 신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시죠?
신선은 한복 곱게 차려입고 백발에 흰수염 그리고 죽장에 삿갓써야 어울리는 모습일진데 전 한복이 없고 앞으로도 입을 생각이 없습니다. 백발에 흰수염은 나이가 좀 든 이후이고 죽장에 삿갓은 방랑시인의 특허인지라 남의 지적 소유권을 침해 하고픈 마음이 없고 그냥 제 좋아 하는 일을 유유자적 함이 신선은 아닐런지요.마당쇠나 신선이나 이름 짓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속 알멩이는 나! 변함 없는 나! 이니까요. ^^
그렇고 말구요. 뭐든 마음 먹기에 달렷다는 것 아님니까? 무설재 마당쇠가 어느 날 신선되듯이 말입니다. 그 말씀이어요....ㅎ
ㅎㅎㅎ 큰 고민거리를 만들어 드렸네요? 근데 전 기대감 때문에 그날이 기다려지니 너무 즐겁네요. ^ ^ 만드신 의자나 다탁이 참 자연스럽고 친근감이 드는 것이 아주 오래전 부터 쓰던 물건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어요. ^ ^ 시도 하시려는 나무 곤충 만들기도 무척 흥미있어 할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 할 만한 곤충들이라 염려 안 하셔도 될듯해요.
정 많이 가는 이쁜 의자보니 미소가 지어 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