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풍성하고 재미있게 다시 쓴 예수 이야기
정경, 외경, 위경, 위서, 설화 속 예수의 어린 시절
인류가 역사상 가장 많이 읽어온 책 중 하나가 《성경》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신비로운 성가정의 탄생부터 공생활, 그리고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예수 이야기’는 특정 종교와 국가의 틀을 넘어선 세계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야기이다. 긴 역사만큼이나 ‘예수’의 이야기가 다른 유명한 모든 이야기들(예를 들면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풍성하게 남아 있으리라 예상해볼 만하다. 그런데 성서 속에 공인된 예수가 아닌 다른 ‘예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많이 낯설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파편처럼 몇몇 이야기들을 접해보았을 수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신앙인이자 설화 문학 전공자이며 교사로 재직했고 현재 줄포에서 농사를 짓는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의문을 갖고 수년 간 공부하고 수집한 예수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 풍성하고 재미있게 다시 창작해 이 책을 썼다. 공인된 정경뿐만 아니라, 외경, 위경, 위서, 설화를 모아 일관된 흐름 속에서 때로는 창작하여 예수의 부모 요셉과 마리아, 수태고지, 예수의 탄생, 예수의 어린 시절, 13세에서 29세까지 이어진 수행, 공생활의 시작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보았다. 예수의 시점에서, 때로는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전지적 시점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한 다양한 배경 지식들을 정리하여 참고 자료로 수록하였다. 이 책은 역사적 진위, 종교학적 연구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독자들이 이들과의 풍요로운 접속을 통해 《성경》 너머의 수많은 이야기들로 다양하게 기록된 예수를 더 잘 알고 더욱 따뜻하고 넓은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일궈나가길 돕고자 하는 책이다. 고대 인류의 여러 종교와 문화가 서로 만나는 과정을 이해하고 편협하지 않은 생각과 마음을 갖고자 한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젊은 종교’의 경전인 《성경》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풍성함’과 ‘재미’일 것이다. 신약과 구약뿐만 아니라 그 바깥의 모든 예수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다룬 이 책은 독자에게 예수와 성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중한 ‘참고서’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 저자 소개
김송일
주을내가 흐르고, 용뿔과 용꼬리가 아브난뜰 둠벙을 감싸 탬봉을 마주하고 있는 마을, 줄포에서 나고 자랐다. 한때는 곰소만의 중심 포구였던 활기찬 동네, 파시 때면 개도 조기만 물고 다닌다는 풍어의 고장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이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해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길러내는 일이 천직이었을까, 강호항공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해바람농장에서 자급자족 작물을 기른다. 석박사 시절 연구한 설화 문학이 밑거름이 되고, 독실한 기독교 가정의 신앙적 질문과 의구심이 화두가 되어 이 책을 썼다. 이따금 날이 궂거나 밭일이 한가할 때면, 줄포의 끝자락 생태공원을 거닐며 잊힌 시간, 마을의 사라진 전설들을 탐구하고 기록한다. 향토지 《내고향 줄포》, 논문 〈도깨비담 고〉, 〈도깨비담 구조연구〉를 썼다
📜 목차
서문
1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
2부 수태고지受胎告知
3부 예수 탄생
4부 이집트로의 피난
5부 예수의 어린 시절
6부 가짜 예수들
7부 예수의 숨겨진 삶
8부 성자 예수
📖 책 속으로
이 책은 성경 밖의 예수 행적에 관한 이야기라서 현실성을 뛰어넘어 설화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설화란 ‘어느 민족이나 집단에 예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신화, 전설, 민담 등의 이야기’를 말하는데 ‘실제 있었던 일이나 만들어낸 내용을 재미있게 꾸며서 하는 말’의 뜻도 있다. 나는 예수 설화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정경에 기초하되, 공부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성전을 첨가하여 내용을 확장·각색했으며 허구적 창작도 상당 부분 곁들였다. 거기에 예수 신화가 말하고자 하는 기호가 무엇이며 구조적인 측면에서 선대의 많은 신화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간단하게나마 덧붙여 이야기로 엮어보니, 제법 재미도 있고 교훈적인 데다 오히려 신앙심도 돈독해지며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하다. _12쪽
요셉은 감동이 밀려왔다. 동굴 안에서 듣고 있던 마리아도 이 이야기와 노래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그 순간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천문 현상이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두에게 놀라움과 환희를 안겨주었다. 마치 하늘 문이 열린 듯 수백만 개의 별똥별이 하늘을 뒤덮어 바람에 흩날리는 봄날의 아몬드꽃잎처럼 사방팔방 쏟아지며 성탄을 축하하는 듯하였다. _184쪽
“하느님. 그 많던 저의 불평을 다 들으셨으면서도 벌하지 않으시고 왜 이제서야 주님의 뜻을 알게 하셨나요? 전 버림받거나 죽임을 당해도 마땅한 죄인입니다. 하느님,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예수가 다 자라 당신의 영광을 드러낼 때까지 내 힘을 다하여 보호하겠습니다. 마리아에게 상처를 입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뼈가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을 돌보며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요셉은 바닥에 엎드려 부끄러움도 모른 채 오래 오랫동안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한참의 통곡이 이어진 후 어린 예수가 흐느끼는 요셉의 등에 손을 댔다. 그러자 하느님의 기운이 요셉의 영혼을 감쌌다. _348쪽
마리아가 아이를 불쌍히 여겨 머리를 쓰다듬자 신들린 유다가 실실 웃으며 예수의 오른쪽으로 다가오더니 예수의 팔을 물어뜯으려 달려들었다. 마리아가 예수를 잡아당겨 가까스로 피하자 유다는 한 손으로 예수의 옷을 움켜쥐더니 오른쪽 옆구리를 주먹으로 쳤다. 어린 예수는 아이의 배를 밀어 넘어트리면서 울음을 터트렸고, 그 소리에 놀란 유다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러자 유다의 입에서 미친개 형상을 한 사탄이 뛰쳐나왔다. _368쪽
예수가 호수를 보고 싶다고 했다. 요셉이 데려가자 끝이 보이지 않는 광대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고 기슭 가까이에는 어부들이 배를 타고 그물을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예수는 이렇게 큰물은 처음 본다며 출렁이는 물결 속에 손과 발을 담그기도 하고 때로는 바다 끝 수평선을 주시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가까운 듯 먼 듯 오른쪽으로 건설 중인 큰 도시 티베리아스가 아스라이 보였고 작은 마을 막달라와 겐네사렛은 숲에 가려 보일락 말락 숨어 있었다. 왼쪽으로는 게르게사(거라사), 정면 끝자락엔 까마득하니 가다라가 위치하였으며, 보이지는 않지만 멀지 않은 내륙엔 베싸이다(베세다)가 있었다. _389쪽
예수 벤 판테라 전설은 사람들을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서로 자신이 예수 벤 판테라의 화신이며, 환생한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서 승천할 것이며 도탄에 빠진 나라와 민족을 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신의 이름을 구한답시고 도둑처럼 대성전에 들어가 기둥 주춧돌에 새겨져 있지도 않은 신의 이름을 찾았다는 자, 거짓 주문을 외우면서 자기가 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자, 주춧돌을 긁어 그 가루를 먹고는 신의 이름이 자신의 배 안에 새겨져 있다고 떠벌리는 자마저 있었다. _443쪽
예수는 이곳에서 채 1년도 되지 않아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보다 빨리 깨달음을 얻은 성현은 없었다. 예수는 신께서 자신에게 사명을 부여했는지 아니면 깨달음만 주었는지 아직은 직접 확인하진 않았지만, 열두 살 때 비장한 각오로 다짐했던 조국과 인류를 위한 마지막 인신공희의 산 제물이 되길 간절히 기원했다. 그러려면 할 일이 많았다. 고국에 돌아가 신과의 합일을 위한 마지막 수행을 해야 했고, 영성이 모두 막혀버린 동포를 위해 많은 가르침을 전해야 했다. 그 모든 게 완성되면 그의 말씀은 물고기자리인 이 시대를 넘어 물병자리와 염소자리 너머에까지 남아 있을 것이었다. _540쪽
예수는 최후의 참선에 들어섰다. 위로는 하늘에 있는 것과 아래로는 땅 위와 지하의 즘생들을 비롯하여 영적이고 육체적이며 살아있는 것, 무생물 할 것 없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예수가 자신을 찾아 신과 합일하여 깨닫는 순간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새벽녘 거대한 불기둥이 예수의 몸을 감싸는가 싶더니 지금까지 우주가 경험하지 못한 진동과 파장이 예수의 몸에서 치솟아 우주 끝까지 뻗쳤다. 동시에 아침 해가 떠올랐고 아름다운 음악과 향기가 세상에 가득 찼다. _557쪽
🖋 출판사 서평
당신이 몰랐던 성경 안팎 예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
예수의 이야기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약과 신약, 즉 교과서적 의미의 〈정경〉뿐만 아니라 〈외경〉 또는 〈위경〉 등으로 불리는 여러 종교 문헌과 전설, 민담, 신화의 형태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예수의 ‘역사’는 공인된 《성경》을 기준으로 이야기되지만, 교회력에 여전히 표기되는 “성경에 전혀 언급되지 않는 많은 기념일”들은 풍부하게 남아 있는 ‘예수’와 그 주변 인물들의 흔적을 증명한다. 이를 역사적 ‘진실’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여러 곤란한 논쟁이 발생하겠지만, 신과 섬기는 자 사이에 존재하는 ‘신앙’의 본질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여러 이야기들이 지닌 함축적 진실을 통해 더욱 풍요롭게 종교와 ‘예수’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마태오 복음서〉, 〈루카 복음서〉, 〈마리아 탄생 복음〉, 〈야고보 원복음서〉, 〈예수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 〈토마스 복음〉, 〈보병궁 복음서〉 등에 쓰인 예수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양한 문헌과 자료를 통해 섭렵하여 종합하고, 때로는 작가의 설화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그려낸 종합적인 ‘예수 이야기 책’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예수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성가정 탄생부터 공생활 전까지
요셉과 마리아의 만남과 예수의 탄생을 통해 꾸려진 성가정의 탄생부터 29세 예수의 공생활 시작 전까지의 이야기를 이 책은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정경〉에 의거할 경우 군데군데 통째로 비어 있는 예수의 삶을 다른 문서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복원했다. 특히 12세 이전까지의 예수 전설(5부, 예수의 어린 시절)과 13세부터 29세까지의 예수의 세계 여행과 종교 수련(7부, 예수의 숨겨진 삶)에 관한 내용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매우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고뇌하는 신앙인을 상징하는 예수의 양아버지 요셉 시점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지금의 신앙인들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다양한 고대 종교들의 만남, 당대의 역사적 사실들, 연관된 여러 종교 용어 및 상식들을 참고 자료로 배치하여 내용 이해를 도왔다.
더욱 풍요로운 교훈과 은혜를 위하여
예수의 삶을 《성경》에 더욱 의거하여 해석하거나, 당대 역사적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추거나, 도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책들을 서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와는 조금 다르게 《성경》 안팎의 내용을 모두 종합하되 무엇보다도 조금 더 풍요로운 ‘교훈’과 ‘은혜’를 지향하고 있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예수의 이야기 역시 ‘신화’와 ‘전설’의 영역에서 바라보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그 자체로 모두 긍정함으로써 더 긍지 높고 넉넉한 신앙생활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이야 말로 우리가 예수의 “거룩한 전설”과 “거대한 첫발”을 제대로 잘 이해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될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