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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혼란 상황, 11일엔 사제 5명 납치돼
아이티에서 무정부 상태가 더욱 심해지는 가운데 성직자와 수도자 납치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아이티 가톨릭교회가 15일 전국 총파업을 촉구했다.
이탈리아 해외 구호 기관인 AVSI의 피아메타 카펠리니 아이티 지부장은 14일 <CNS>와 전화 통화에서 “폭력 사태가 극에 이르렀다. 이 나라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처음이며 이 이상 더 나빠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AVSI는 인도적 사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지만 그 취지에 찬성하며 총파업을 통해 2018년 이래 계속 나빠져 온 아이티 상황에 관심과 원조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아이티에서는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그 부수효과인 실업이 그러잖아도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더 늘었다. 그녀는 특히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일들이 있는데, 우리는 아이티가 똑같은 (불안정한) 길을 가는 것을 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나라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국제 지원이 필요하다. 현 상황을 혼자 해결할 자원과 능력이 없다.”
지난 11일에는 급기야 가톨릭 사제 5명과 수녀 2명, 평신도 3명이 수도인 포르토프랭스 근처의 한 본당으로 가던 길에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아이티 주교회의는 15일 정오 아이티 전역의 교회에서 종을 울리고 국가 상황의 개선을 위한 미사를 드리도록 결정했다.
주교회의 사무총장 루드게르 마질 신부는 12일 <AFP>에 납치범들이 이들의 석방 대가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피데스>는 총파업 중의 침묵과 기도, 활동 중단은 국민적 양심을 일깨우고 당국이 납치 문제에 신경을 써서 긴급히 처리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도했다.
카펠리니는 <CNS>에 AVSI는 현재 아이티 전역의 농촌과 도시 빈민 지역에서 아이티인 직원 300명과 외국인 직원 15명이 일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안전이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날마다 현장에 나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의지하고 있어서다.” “빈민촌에 깡패들이 많은데, 이들은 서로 맞서 싸우면서 심지어 여자와 아이들에게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그런 싸움 가운데 말려들까 걱정이다.”
아이티에서는 수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근래 정치적 시위가 잇따르면서 교통이 끊기고 사업체와 병원들이 문을 닫았으며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르고 있는 등 거의 마비 상태다.
한편 14일에는 조제프 주트 총리가 사회 불안과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취임 1년 만에 사임했다. 오는 6월에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고,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과 위기 대처를 놓고 갈등이 깊어진 상황이었다.
또한 성직자 납치 사건에 이어, 4월 중순에는 도적들이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의 한 보육원을 습격해서 경비원 1명을 죽이고 아이들을 공격했다.
지난 몇 해 동안 가톨릭 지도자들을 포함한 시위대는 부패 청산과 모이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해 왔다.
카펠리니는 현재의 위기 상태는 정치, 경제적 기능부전의 결과이지만, 범죄자들이 이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VSI는 현지 파트너인 아이티 카리타스와 예수회 난민기구와 함께 식량과 인권을 지원하고 여성 및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주민의 권리와 갈등 해결, 깡패들과의 평화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교회와 밀접히 협력해서 일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교회가 대중과 깊고 강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나라의 어느 곳, 집단이든 다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티의 위기 상황에서 교회의 목소리에 힘이 있음을 보고 있으며, 정부가 교회의 말에, 듣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카펠리니는 수도의 국제공항에는 아직 비행기가 다니지만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육로 국경은 거의 폐쇄됐으며 안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아이티로의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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