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네 월세 단칸방에서 시작해 32번의 이사를 거쳐 한국 아파트 최고의 블루칩인 삼성동 아이파크에 입주한 사나이. 부동산 칼럼니스트와 스타 강사로도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 봉준호에게서 듣는 부동산 투자의 길.
2006년 12월 현재 재테크 최대의 화두는? 열이면 열 ‘부동산’ 혹은 ‘아파트’를 입에 올릴 것이다. 지난 8·31 대책을 필두로 부동산시장 안정화와 집값 하락을 위한 정부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등하는 집값은 멈출 줄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신도시 건설 발표는 끓는 물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는 ‘지금 집을 사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란 요지의 성명까지 발표하고, 더불어 각종 규제와 새로운 투기 억제책이 발표되면서 부동산시장은 잠시 소강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아파트 불패’ 신화를 이야기하고, 여전히 부동산 투자가 최고의 재테크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닥터 봉’이란 필명으로 각종 매체에 부동산 관련 칼럼을 집필하고, 1시간에 500만원을 받는 스타 강사로도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 봉준호가 들려주는 부동산 투자 지상 컨설팅.
Part_1 과연 지금 아파트를 사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수요자라면 아파트를 사는 것이 정답’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몇 가지 원리에 의해서다. 현 시점에서 아파트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정책이다.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집값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주장 또한 먹혀들지 않고 있다.
현재 강남의 50평대 아파트는 이미 30억원을 넘어섰다. 시장의 상황으로도 더 이상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고, 정부의 규제책도 강남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투자처로서의 메리트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태. 이런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강북의 6억원대 이하 아파트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하고 융자도 40%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책을 펴고 있지만, 이는 6억원 이상의 아파트에 국한된 얘기다.
6억 미만의 아파트는 투기가 아니라 실수요자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6억원 미만의 아파트들도 엄청난 속도로 집값이 상승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강남의 아파트가 오를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 실수요자라면 6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언제든 사는 것이 좋다.
특히 강북의 아파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웬만한 아파트는 한달에 많게는 2억원까지 집값이 폭등했다. 7월의 전세 대란, 10월 판교 발표, 10월 중순 은평뉴타운 분양가가 평당 1,250만원으로 나온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강북에는 아직도 저평가되어 소폭의 상승세만 보이거나 아예 동결된 곳도 있다.
집값이 오를 수밖에 있는 이유는 앞서 지적했듯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문제점은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급의 부족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강남)에 원하는 주택(아파트)을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두 번째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다. 전 인구의 반에 육박하는 2,500만 명의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 경제가 몰락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수도권으로 몰린 인구가 다시 가구 분화를 겪고, 그러다 보니 주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사상 최대의 저금리다. 이제는 은행에 돈을 넣는 일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 돼버렸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마련이고, 돈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는 부동산, 특히 주택(아파트)인 것이다.
넷째, 시중에 과다하게 깔린 유동자금이다. 현재 시중에 깔린 유동자금만 500조원에 이른다. 2005년만 해도 420조원 수준이었다가 올해 들어 무려 80조원이나 늘어난 셈. 이러한 자금이 고스란히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집값이 상승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분양가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에 있는 기존 아파트의 시세도 덩달아 오르게 마련이다.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오른 가격에 맞춰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고, 주변 아파트의 시세도 또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선 이 다섯 가지 악재를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시장 과열과 집값 상승이 일부 투기세력과 부동산업자, 언론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 것.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폭탄을 떨어뜨리지만 결국 이 세금마저 집값에 얹혀 아파트값만 더 올리는 꼴이 되고 만다. 2010년이면 늘어난 종부세에 ‘악’소리가 날 것이라는 엄포도 있지만, ‘오럴 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태. 이미 정부 정책이 신뢰감을 잃었다는 뜻이다. 6억원 미만의 주택은 아직 오르지 않은 곳이 많다. 이런 곳도 규제를 받지 않는 선, 즉 5억9,900만원까지 오를 것이 확실하다. 6억 미만의 주택에는 아무런 규제책도 없는 정부 정책의 단순함 때문이다. 만약 앞서 지적한 다섯 가지 원인에 대해 정부의 확실한 인식과 해결책이 제시된다면 부동산시장도 안정기에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시장의 분위기는 정부의 능력을 불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섯 가지 문제점을 시장이 인지할 정도로 문제가 표면으로 불거지면 흔히 이야기하는 버블 붕괴도 올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항상 이 다섯 가지 포인트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6억 미만의 아파트는 별 상관없겠지만, 큰 평수의 아파트라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실수요자라면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Part_2 아파트를 10평 늘려갈 방법은?
20평에 사는 사람은 30평으로, 30평에 사는 사람은 40평으로 늘려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사실 신혼부부 두 사람만 살 때면 몰라도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어가면 넓은 집이 필요한 게 당연지사. 사실 그동안은 10평 늘려간다는 것이 너무 쉬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부동산 가격 상승의 사이클은 4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보이다 2개월 동안 오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거의 공식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행 법규에선 새집을 사고 나서 헌 집을 팔 때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즉 1년 동안에는 법적으로 1가구2주택자가 아니라는 뜻. 24평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34평형에 욕심이 생겼다. 34평형을 전세 2억원을 끼고, 융자도 얻고 해서 자기 돈 1억원을 들여 샀다. 1년 정도가 지나면 24평형은 6억원, 34평형은 8억원까지 오르게 된다. 1년 내에 팔면 양도세도 없다. 이런 식의 방법은 분당, 평촌 등 신도시나 서울 중심지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6억 미만의 주택에서 가격이 오르지 않은 지역에선 이런 방법이 유효할 수 있다.
6억 이상으로 오른 주택이라도 오른 양만큼만, 예를 들어 6억4,000만원이면 4,000만원만큼만 양도세가 부과된다는 걸 아는 사람도 의외로 드물다. 대체적으로 서울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10억원 정도까지는 세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거라는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10억원 이상의 주택 소유자들은 종부세가 완화되는 시점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세금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결국 국민이 결정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현재의 민심은 지금보다 세금 규제를 훨씬 완화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한편 1가구1주택자들은 기존 주택을 사는 것보다 대중이 선호하는 지역의 전용면적 135㎡(40.8평형) 이상 신규 주택에 청약하는 것이 좋다. 이 평형대는 수요가 풍부해진 반면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매년 30만 가구 정도가 공급되지만, 수요가 늘어난 40~50평형, 60평형은 그 중 5만 가구 미만이다. 그러다 보니 대형 평형 아파트의 가격이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다.
재건축 아파트는 어떨까? 일단 단기적으로는 아니다. 아직 소형 평수 의무비율에 대한 규제가 여전한데다, 실거주가 아니라 강남 대형 평수에 거주하는 중산층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이어서 보유세 인상, 다주택 소유자 양도세 규제 등이 현실화될 무렵 매매가 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 아파트는 신축 주택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전세가를 많이 받기 힘들고, 늘어난 세금으로 투자 이점이 축소될 것이 분명하다.
재개발 주택도 비슷하다. 그러나 급매물이 풍부하게 나오고 하락세가 진정되는 국면이라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때는 바로 이 주택들이 돈이 된다. 저금리와 자본의 과잉 유동성 등은 변화하지 않은 채 한 주기가 지나고 나면 건설경기 위축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고 시장 변화가 들이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다시 규제가 완화되고, 스프링이 튀어오르듯 보유세만 갉아먹던 재건축 아파트들이 급등세를 나타낼 것이다.
Part_3 숨어 있는 알짜배기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100으로 본다면 강북은 아직도 20 수준이다. 무려 5배의 차이. 분당은 40 정도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강북은 강남의 40, 분당은 70 수준까지 오를 것이다. 분당은 현재 꽤 많이 올라 있는 상태. 그렇다면 당연히 눈을 강북으로 돌려야 한다.
현재 서울시내에 뉴타운으로 15곳이 지정돼 있다. 얼마 전 은평뉴타운이 분양을 시작했다가 높은 분양가로 인해 연기하기도 했다. 뉴타운 분양 전 은평구의 평균 시세는 평당 770만원, 뉴타운의 분양가는 1,250만원이었다. 그러자 뉴타운 주변 기존 아파트값이 1,200만원까지 수직상승했다. 신축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은 ‘설마’ 하는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시장이다. 즉 다음 상황에 대한 예측이 중요한 것.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의 부근에 있는 기존 아파트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남에 비해 지극히 저평가되어 있는 지역이기 때문. 최악의 경우 소위 말하는 버블이 꺼진다 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저평가되어 있어 가격이 저렴하지만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찾아보면 많다. 강남권에서는 관악, 동작구가 넓게 보면 강남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싸다. 강북의 경우 강북구, 중랑구, 태릉, 신내동 쪽이 특히 저평가되어 있다. 그 부근의 단지들도 어느 수준까지는 오를 게 분명하다.
- 동서와 남북을 잇는 황금 노선 9호선
서울의 지하철 9호선은 일명 황금 노선으로 불린다. 사람들이 주로 가는 방향으로의 근접성을 높여 그야말로 돈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광화문, 을지로 혹은 강남, 삼성동은 인구 이동률이 가장 높은 곳. 지하철 개발과 더불어 인근 지역에는 아파트 부지로는 적합했으나 교통이 불편해 제값에 거래되지 않았던 지역들이 많아 아직 이들 지역에 내 집 장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투자처로서도 유망하다. 2008년에 개통될 1차 구간의 유망한 아파트 단지는 다음과 같다.
- 서울역의 재도약 인천국제공항철도
신설되는 인천국제공항철도는 김포공항을 거쳐 서울역으로 들어온다. 이제 외국을 나가든 지방을 가든 서울역으로 가면 된다. 인천국제공항철도를 기반으로 서울역, 용산역, 공덕역이 함께 발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철도의 완공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지역은 김포, 마곡, 상암, 마포 등이다. 특히 홍대입구역과 공덕역 주변의 아파트들과 서강대교 북단의 재개발 아파트, 광흥창역 주변의 아파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포에서 유망한 지역은 합정역부터 마포역까지 밤섬이 바라보이는 한강변 블록으로, 현재 이 지역에는 1960~1970년대의 낡은 건물들과 집들이 헐리고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 꿈의 철도 경의선 복선전철
남북경협의 시대가 열리고 남북한철도가 개통되면 경의선은 꿈의 철도가 된다. 경의선 복선전철이 완공되는 2009년이 되면 용산역을 출발점으로 삼아 공덕역을 거쳐 일산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이로써 교통망 열세로 소외받던 일산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다. 경의선 복선전철화가 이루어지면 그동안 극심한 교통난으로 고통받았던 일산과 화전 지역 주민들의 교통난 해소는 물론, 이 지역 아파트들과 파주시 교하, 운정지구에 들어설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도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난 해소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상식이다.
- 남부 신도시를 살리는 분당선 연장선
분당은 강남과 가장 닮은 신도시다. 새롭고 깨끗하고 한적하다. 현재 분당선은 선릉역~보정역까지 운행 중인데, 북쪽으로는 아마도 2009년 중반쯤 왕십리역~선릉역의 총 6.6km, 남쪽으로는 2010년 이후 오리역~수원역까지의 총 18.2km가 연장된다. 이로써 왕십리역은 트리플 역세권으로, 주변에 위치한 서울의 숲과 더불어 강북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쪽으로의 분당선 연장선 역사 주변에서 유망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편 남쪽으로의 분당선 연장 구간인 오리역~수원역까지가 개통되면 바야흐로 용인 개발이 완성되고, 강남권의 영향은 판교, 분당, 용인을 거쳐 수원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광역특급 신분당선
신분당선은 빠르다. 서울 용산역에서 수원 호매실역을 연결하는 광역특급철도인 신분당선이 완공되면 분당 정자역에서 선릉역까지 가는 데 48분 소요되던 시간이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16분으로 단축된다. 분당과 판교는 이로써 신(新)강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