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불쑥 솟은 바위에 달려들던 물결이 부딪치면서 하얗게 부서진다. 일부는 솟구쳐 분수처럼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듯 평상심을 찾으며 물결이 반복적으로 몰려들면서 해조음을 만들어낸다. 산산이 깨어지고 일그러지면서 아픔을 애절하게 호소하는 소리가 아니다. 즐겁고 신나서 외치는 소리도 아니면서 장난기 섞여 유쾌하게 들리기도 하고 한구석 무너져 내리듯 절망과 탄식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 굽이 돌아가는 모퉁이에 밀려들던 물결이 절벽을 들이받으며 몸부림치는 소리에 가슴 철렁한 잡념에서 번뜩 정신을 가다듬는다. 구불구불한 해변을 옆걸음으로 걷는 환상의 길이다. 영덕은 대게의 원조 마을이다.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푸른 산자락이 맞닿아 함께 걷기도 한다. 푸른 대게의 길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한다.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해당화 열매가 차곡차곡 추억을 담고 있다. 크고 작은 어촌이 나온다. 저마다 차별화하듯 몸단장을 하고 있다. 옹기종기 작은 마을이지만 깔끔하게 정비되어 민박집으로 탈바꿈하고 언젠가는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며 꽃까지 환하게 심어놓았다. 해변의 돌은 모양도 제각각으로 색깔이 까맣고 하얗고 연탄재처럼 붉은빛까지 다양하다. 큰 돌이 수없이 씻기면서 둥글둥글 몽돌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돌에 돌이 박히고 콘크리트 같은 바위들도 있다. 여기서는 굳이 골똘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고개를 돌려 눈이 닿는 것이 하나같이 볼거리가 되는 셈이다. 풀숲 야생화도 좋고 해송의 꿋꿋함도 좋고 출렁거리는 바다의 물결에 불어오는 바람도 괜찮지 않은가. 애써 서둘러 발길을 옮길 필요도 없다. 그냥 오늘 하루쯤 영덕의 블루로드에서 이곳의 명물인 게처럼 엉금엉금 가도 누가 나무랄 사람이 없다. 귀를 기울이면 태곳적 소리가 들려오는 듯싶기도 하다. 잡념을 묻고 오직 푸른 바다가 있고 푸른 하늘이 있고 푸른 숲이 펼쳐진다. 푸른 숨을 마음껏 내쉬며 자연과 눈빛으로 마음의 대화를 나누면서 소통하는 것이다. 잠시 바다의 사나이가 된다.